8월 말로 다가온 6자 회담의 핵심은 결국 4+2의 협상이다. 즉 남한, 일본, 중국, 러시아 4개국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할 조정과 미국과 북한의 핵 문제에 관한 대응책의 외교전이다. 특히 북-미 양측이 이번 협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주변환경은 어떠한가?
워싱턴은 2001년 가을이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연속선상에서 이번 회담에 임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 재선운동에 돌입한 부시로서는 내년 11월 선거까지 이번 6자 회담이 어떠한 국제문제를 가져올 지에 주목하고 있다.
강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재하고, 여론조사에서는 꾸준히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지지도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9.11 테러 후 염려되던 미국 경제는 이제 서서히 회복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 다량 생산과 확산이 현실화한다면 이것은 동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안보 국익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북 핵문제가 대통령 재선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국제 이슈로 등장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평양은 1995년이래 기근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권장하며 소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 임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총대 우선정책과 선군 정책 등을 중심으로 안보와 국방 우선정책을 이끌고 있다.
소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부흥 국정목표는 밖으로는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연합 국가와의 수교와 긴밀한 남북경협, 안으로는 지난해 7월 화폐개혁을 포함한 일련의 경제개혁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수교가 없이는 국제금융기구의 대북 경제지원 등이 불가능하고 북한 경제부흥에 속도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평양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비책은 소위 게릴라 빨치산 전법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 주석과 북한군의 원로가 된 항일 1세 지도자들의 게릴라 빨치산식 투쟁방법은 지난 50여년간 북한 정치 문화는 물론 외교협상 방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객관적인 외교 국방 능력에 있어서 열세에 몰릴 경우 평양은 막강한 국제사회의 허를 찌르는 비책을 종종 제시하곤 했다.
지난 10여년간 눈에 띄는 것은 합리적인 신사고(New Thinking)에 눈을 뜬 북한 지도자들이 게릴라전법식 외교협상을 신축성 있게 국제외교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서 수립이 좋은 예이다. 국제사회가 가장 염려할 만한 핵개발이라는 게릴라식 비책을 던져 놓고 거기에 합리적으로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에너지 지원을 얻어낸 것이다. 외교적인 실리를 챙긴 것이다.
이번 6자 회담서 평양이 내놓을 게릴라식 비책의 1순위는 핵 보유국 선언이 될 수도 있다. 평양이 핵 보유국인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핵무기 개발 중에 있는 나라와 핵 보유를 선언한 나라를 대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책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서 핵 군사력은 막강한 파워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남아 공화국은 핵 보유를 선언한 후 국제사회의 상당한 경제지원을 대가로 오히려 철저한 사찰 가운데 핵무기 폐기 과정을 거쳤다.
지난 1994년 북-미 회담을 돌이켜보건대 이번 6자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적어도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1년여 동안 대여섯 차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핵 보유국 선언을 천명할 지도 모를 평양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책이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때이다. 북 핵문제가 촌각을 다투는 시간 싸움이 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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