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구정에 화려하게 펼쳐진 이민 100주년 기념식은 무한한 잠재력과 희망을 보기에 충분한 행사였다. 깔끔한 진행에 비해 다소 산만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아틀란타 한인사회에서 이만큼 성공적인 행사는 유례없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기념사업회의 치밀한 준비는 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곧바로 전해져왔다. 며칠동안 새벽까지 실내를 장식해 체육관은 훌륭한 기념식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구석구석 손길이 미친 흔적이 역력했다. 많은 노력과 정성이 배어있는 식장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시작부터 좋은 예감을 갖게했다. 그리고 끝까지 손발을 부산하게 움직인 봉사자들의 숨은 노력도 수훈감이었다.
모든 진행과 준비는 철저하게 젊은들이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민 100주년 기념회에서 의도적으로 다음 세대를 겨냥한 것으로 읽혀졌다. 선조들이 뿌려놓은 지난 100년을 딛고 웅비하자는 메시지 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인사회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중심축이 아니었던 그들은 보란 듯이 훌륭한 성과를 일구어 냈다. 이것은 곧 아틀란타 한인 1세들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큰 메시지를 각인시켰음은 물론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 이날 행사장에서 찾은 가장 큰 보배는 젊은 세대들이 아틀란타 한인사회의 중심축으로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말없이 행동으로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장구한 이민 한 세기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보다 더한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지난 30년 아틀란타 이민 사회에서 지금껏 지리를 차지하고 있는 1세 지도자들이 그 행간을 읽을 수 있었을까?하는 의구심은 남는다.
허지만 한인들이 기념식 준비위원들에게 흥분된 얼굴로 뜨거운 악수를 청하고 포옹하는 등 깊이 감사해 하고, 젊은 세대들의 등장을 반기는 것은 분명 세대교체에 대한 ‘공감’의 표시로 느껴진다. 분명히 아틀란타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까지 멀지않은 시간에 개혁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개혁(Reform)이라는 게 그리 거창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우리 1세대는 그런 정서와 문화에 익숙해 있지 않을 뿐이다. 정치·사회상의 구(舊)체제를 합법적·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즉, 사회질서의 개선 또는 구제(救濟)가 특정한 제도·행동 및 조건의 개조를 통하여 성취될 수 있을 때, 사회제도 및 정치체제의 본질적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일부분만을 사회의 발전에 적합하도록 변혁시키는 것을 말한다.
개혁이 기존의 체제나 추세와 조화를 이루면서 부분적이고 한정된 변혁을 꾀하는 것이라면, 혁명은 기존의 사회제도 또는 정치체제를 전면적으로 변혁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은 기존의 체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사회적 모순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로써 기존체제의 붕괴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아틀란타 한인사회도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왔다. 미주이민 100주년, 아틀란타 30년을 맞아 본보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한인 2세그룹 육성’을 역설했다. 이제 우리 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나온 100년과 30년을 자각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할 때인 것이다. 스스로의 자각과 성찰이 없다면 100주년이나 30주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깨우치는 사람만이 선조들이 흘린 땀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의 가치있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장엄한 100주년이 주는 교훈을 배워 모든 세대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이민사회가 1세 중심일 수는 없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젊은 세대를 육성하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 신구 세대의 조화는 참여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꾀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하므로써 서로의 필요와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필요로 할 때 진정한 화합도 함께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못해 하는 구색맞추기는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 언제고 깨지기 마련이다.
이민 1세대는 한인사회의 질서와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여 한인사회 복리증진에 힘쓰고, 2세들은 1세들이 이루어 놓은 경제적 안정위에서 한인들이 실질적인 권익을 누릴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한민족의 기상을 떨쳐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민 선조가 지난 100년간 회한을 씹으며 눈물과 땀으로 씨를 뿌린 고행을 이해하는 것이고, 보다 나은 삶을 살기위해 몸부린 친 우리의 선구자들을 이해하는 첩경일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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