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마종기
그랬었다, 내가 처음 외국에 도착했던 삼십년전 밤에도 비가 왔었다/사정없는 외국의 폭우가 무서워 젊은 상심이 오금도 펴지 못하고 어두운 진창속에 던져 버려
졌었다/그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당신을 포기하던 첫날 밤에도 나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술을 마셨다.
재미 한인의사로 활발한 시작활동을 펴오고 있는 마종기(63)씨의 시 ‘첫날 밤‘의 일부분이다. 투명한 시어와 거의 40년동안 미국에 살면서 확인하고 깊숙이 체화시킨 ‘유랑자’ 의식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미주와 한국에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한인들이 많이 살지 않는 오하이오주 톨레토시에서 36년동안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그는 ‘변경의 꽃’(1975),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등의 시집을 거의 5년에 한번꼴로 발간하면서 고국과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해 왔다.
그동안 그에게는 ‘시인’이 본업이었고 의사가 부업인 셈이었다. 그렇게 생활해왔던 그가 작년말 의사직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시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 시어 다루는 일만 남기고 환자 다루는 일을 접었다고 해서 고국으로 영주 귀국할 생각은 아직까지 없다. 품속에는 여전히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말이다. 지난 5년반동안 한국에서 발표했던 시들을 모은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문학과 지성사)를 지난해 출판하면서 한국에 잠깐 다녀왔을뿐이다.
그는 “앞으로 역량있는 미주 한인 문인들을 한국 문단에 연결시켜주고 이들이 한국에서도 기성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미주지역의 한국문학 발전을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후 현재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그는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읽지못했던 책들을 읽고 작품 구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은 올 4-5월에 나올 예정인 그의 첫 번째 산문집에 실을 글들을 정리하는데 땀을 쏟고 있다.
문인들에게는 좋은 작품을 많이 쓰기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마시인은 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연대 의대를 졸업한후 66년 도미해 줄곧 오하이오주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근무해오다가 은퇴했다.
한편 그가 최근 출판한 시집인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에는 ‘축제의 꽃’ ‘파도’ ‘외할머니’ ‘메아리’ ‘부활절 전후’등을 비롯해 40여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문태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