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각종 사회현상을 경제이론으로 설명한다. 소비와 생산 같은 기본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주거, 보건, 후생, 범죄, 이혼 등까지 경제문제로 규정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따라서 미국사회의 비만 팽배 현상이 이코노미스트들의 연구과제로 레이다 망에 걸리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비만인구의 팽창이 미치는 영향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노동공급과 사회전체의 건강면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체중이 각종 경제변수에 좌우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류역사를 보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마른 것이 상식이었고 먹을 것이 풍족한 부자들이 당연히 몸집이 더 컸다. 지금도 후진국 사람들이 선진국 사람들보다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덜 나간다. 그러나 한 나라 안에서는 못사는 사람들이 뚱뚱한 경향이며 생활이 윤택한 사람들은 대게 날씬하다. 미국사회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왜 그런가?
체중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제학의 기본개념에서 보면 공급요인과 수요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품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를 공급요인으로, 운동부족을 초래할 만큼 근육 쓸 일이 적은 직업이 자꾸 늘어나는 경향을 수요요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식품가격이 싸면서 두뇌 쓰는 직업이 많지만 후진국에서는 식품 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 흔하다. 즉 공급과 수요 양면에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못사는 나라 사람들보다도 일반적으로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생활수준이 나은 사람들이 못 한 사람들에 비해 호리호리하다. 그런데 한 나라 안에서는 음식값이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에 경제학의 약방감초 격인 수요와 공급 요인만으로는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몸무게가 차이 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제 3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육정도와 생활수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절제력이 강한 편이다. 의사들이 비만환자들에게 뚱뚱할수록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도 별 효과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음식값은 장기적으로 볼 때 더욱 낮아지며 컴퓨터 개발 등으로 앉아서 하는 일은 날로 증가 추세이기 때문에 인간이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결코 수월한 일이 아니다. 비만문제 전문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뚱보가 되는 원인을 대략 6대4의 비율로 운동부족과 식품가격 하락에 돌리고 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인 것은 누구나 잘 안다. 매년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는 미국의 의료비 지출 중 상당 부분이 비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부의 의료보조비가 거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느는 것도 비만과 관련된 각종 질병 때문이며,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높은 건강보험 가입비도 같은 이유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부주의와 약한 의지력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흡연의 경우처럼 비만도 선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셈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하고 위험스러운 병 가운데 하나가 당뇨병이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 수는 비만인구의 확산과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심장마비, 근육마비, 시력상실, 신장이상, 다리 절단 등 당뇨의 합병증은 흡연의 피해를 능가하며 의료와 국민복지 전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종래에는 거의 부모 또는 조부모들에게나 국한됐던 당뇨병이 비만한 청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젊은 병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만 예방책이나 치료방법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지 않으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식세대의 평균수명이 부모세대의 수명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조차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