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맹세컨데 저는…"
법정에 선 한인들이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들 가운데 하나다.
최근 소송에 휘말리는 한인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법정에서 질문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장황한 설명, 종교적인 표현을 해 판사의 제지를 받는 한인들이 많다. 특히 일부 한인들은 판사에 직접 말을 걸고 검사에 따지는 등 법원의 생리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자신의 재판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오기도 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최근 LA민사법원 피고로 나온 김모씨는 신원확인을 위해 성명을 물었는데 할아버지 이름부터 시작, 집안족보를 설명하고 ‘미국에 온지 얼마나 됐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미국도착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민사를 답하다가 중지당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다 이혼소송을 당해 법정에 선 40대의 한 남성은 증언석에서 판사에게 ‘남자끼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는 식의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가 재산분배 등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형사사건에 연루돼 법정에 선 한 한인은 화를 참지 못하다가 변호사를 제쳐놓고 검사에 직접 따지다가 제지를 받았다.
이들보다 더 큰 화를 재촉하는 경우는 스스로 영어가 유창하다고 생각하거나 주변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갖고 자신이 마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한인들.
타주에서 상표도용으로 재판을 받은 40대 중반의 한인남성은 기소장을 읽어보던중 ‘instrument’란 단어를 발견하고는 기세등등하게 소장이 잘못됐다며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다. 소장에서 ‘instrument’란 단어는 서류 등의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이 남성은 법정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은 어떤 기계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 결국 이 남성은 망신만 당한 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재판도중 재판전 자신의 경력이나 한국의 고위층을 들먹이며 은근히 뭔가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어 통역사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남가주 한인공인통역사협회 필립 조 회장은 "미국의 문화와 법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됐으나 질문외의 다른 답을 했다가 마이너스가 되는 줄은 모른다"며 "한번은 교통법 위반으로 법원에 나온 한인남성이 계속 시간을 끌다가 자신이 육사 소령출신이라며 뜬금없는 소리를 해 ‘나는 중령이었다’고 답한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법정에서는 묻는 질문에 간결하게 대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할말이 있으면 담당 변호사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수 변호사도 "미국적 시각을 갖고 재판에 임해야 하며 판사 또는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요소에 맞게 답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항상 차분한 자세로 변호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법정에서의 태도를 조언했다. srhw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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