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호랑이는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린다. 이 두 맹수가 동양이나 서양의 왕실문장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은 ‘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영국왕실의 문장은 사자와 유니콘(일각수)이며 방패 양쪽에 배치되어 있다. 영국에서 고급상품에 사자를 로고로 쓰는 이유도 왕실문장에 사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영국민의 상징이 사자이기도 하다.
반면 아시아 왕실에서는 호랑이를 상징으로 삼는다. 인도, 태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옛날 왕궁장식에 호랑이 그림이 많고 중국과 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신성한 동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골프계의 왕으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의 어머니가 태국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이름이 왜 타이거인지 이해가 간다. 사자는 서양을 대표하는 맹수고 호랑이는 동양을 대표하는 맹수라고 말할 수 있다. 사자는 주로 아프리카에, 호랑이는 시베리아, 인도, 수마트라 등에 산재해 있다.
맹수들 중에서 200파운드 이상 되는 동물을 공격하여 먹이로 삼는 것은 사자와 호랑이 뿐이다. 표범과 치타도 맹수지만 상대방이 덩치가 크면 공격을 피한다. 사자와 호랑이는 모두 몸무게가 300 파운드 정도고 길이가 3미터, 수명이 15년이라는 점등에서 비슷한 고양이과의 맹수들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법에 있어 사자와 호랑이는 다르다. 호랑이는 혼자 공격하지만 사자는 집단으로 공격한다. 사자는 아버지, 엄마, 아들, 딸이 한 그룹이 되어 먹이를 찾아다닌다. 주로 암컷이 공격을 맡으며 수컷은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의 퇴로를 차단하는 역할만 한다. 수컷의 주임무는 다른 사자들이 자기가족의 사냥관할지역에 얼씬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는 역할이다. 사자와 호랑이는 다같이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보통 40 평방 마일)에 대해 민감하며 사자는 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자들과의 싸움도 마다 않는다. 돈벌이는 여자가 하고 남자는 국방의 의무만 지는 식이다.
호랑이는 좀 다르다. 먹이를 혼자 공격하며 가족끼리 몰려다니지도 않고 심지어 부부끼리도 따로 따로 사냥을 다닌다. 또 피차간에 상대방의 관할지역을 인정해주며 호랑이끼리 사냥터를 놓고 싸우는 경우는 드물다. 사자는 평원에서 먹이를 찾는 반면 호랑이는 산 속에서 활동하는 것도 둘의 차이라고 할수 있다.
사자와 호랑이가 저마다 ‘백수의 왕’이라고 하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것은 “사자와 호랑이가 맞붙어 싸우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증이다. 두 맹수가 서식하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는 모습은 TV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동물의 세계’ 채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을 실현해 보여준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몇 년 전 사자와 호랑이를 동물원 우리에 가두어 놓고 싸움을 붙인 후 이를 비디오로 찍어 상품화한 적이 있는데 한국시장에까지 흘러 들어와 화제를 모았었다. 북한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둘이 싸우는 장면이 너무 처절해 동물애호가협회의 빗발 같은 비난을 받기에 안성맞춤의 내용이다.
사자와 호랑이가 싸워서 결국 누가 이겼느냐. ‘상처뿐인 영광’의 무승부로 끝났다. 사자는 턱이 문드러지고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였으며 호랑이는 혓바닥을 사자에게 물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호랑이가 이긴 게임이었다. 호랑이의 앞발 치기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는 이 비디오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의 대결’을 화제로 끄집어내는 이유는 요즘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 신문의 대결’이 너무나 맹수의 싸움과 성격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승부는 나지 않고 양측 모두 깊은 상처를 입은 채 싸움이 끝날 것이다. 누가 사자고 누가 호랑이냐.
정부가 사자고 신문이 호랑이라고 생각한다. 싸우는 패턴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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