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청소년회관(KYCC)과 한인가정상담소의 합병에 관한 소식이 언론에 나오면서 이 문제가 1세와 1.5세·2세간의 가치관 차이로 비추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15년전 이민 온 이민 1세이다. 미국에 온지 15년이 지났건만 사는게 바빠서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직도 낯선 편지가 도착하면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 내용을 알수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15년의 세월동안 우리 아이들은 모두 미국 교육을 받고 자라 한국말보다는 영어를 더 편하게 구사한다. 그러면서 문화의 차이도 크게 느낀다. 어디서나 ‘품안의 자식’이라고 하지만 내 고국이 아니어서 그런지 서운함은 더 크다.
그래도 나는 그들이 잘 자라주고 사회에 제 몫을 하는 것을 볼 때 대견함과 보람을 느낀다. 우리 1세들은 1.5세, 2세들이 자기만 알고 자신들을 있게 한 한인사회는 돌아보지 않는다고 비난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한인사회가 한인사회를 위해 일하는 1.5세, 2세에게 애정이 부족하다느니 봉사정신이 없다느니 하는 말로 이들을 깍아내리고 있다. 심지어는 봉급타기 위해서 일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글들을 접하면서 가슴이 아팠고 우리 1세들이 너무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큰애가 대학교에 다니면서 한 한인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그곳의 얘기를 좀 듣게되었다. 거기 직원들 중 1.5세, 2세들은 좋은 대학교와 대학원을 나왔음에도 일반직장의 반도 되지 않는 봉급을 받으며 오직 한인사회를 위해 뭔가 하겠다는 신념으로 한인단체들에 자원해서 들어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부모들이 얼마나 속상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단체에서 활동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 큰애도 대학을 졸업하면 봉급이 좀 적어도 그런 일 하는 곳을 택해주기를 내심 바라게 까지 되었다. 아쉽게도 큰애는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이사진으로 참여해 돕겠다는 말을 남기며 봉급이 더 많은 일반직장을 선택했다.
우리는 십년이 지나건 이십년이 지나건 한국식에 익숙하고 한국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한국도 이제는 미국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어려울 때 몇 사람이 헌신과 봉사로 단체를 일으킨 것은 훈훈한 교훈으로 남아야 한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한인사회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 도와줘야 할 사람들도 너무 늘어서 자원봉사와 헌신만으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 처음의 정신은 유지하되 더 효과적이고 좋은 서비스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만약 1세들이 한인사회에 자발적으로 들어온 1.5세, 2세들을 이런 식으로 비난한다면 어떤 젊은 세대들이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한인사회로 들어오려고 할까. 1.5세, 2세는 한인사회에학연과 지연 등으로 형성된 인맥도 없고 한인사회의 방식도 몰라서 1세들이 언론을 통해 혼을 내면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움추러 들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그들에게 우리를 배우라고 하지만 말고 그들로부터 배우려고 해보자. 우리 1세들은 경제적 안정이 없는 상태에서 적은 봉급으로 얼마나 헌신과 봉사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들에게 먼저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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