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기억 한 모퉁이에 중국인 거리가 있다.
부산 부전동에 살 때였는데 저녁마다 남동생을 입은 어머니의 치마꼬리를 잡고 장에 가면 늘 중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시장 가까이 중국인 거리가 있었고 그들도 저녁이면 장을 보러오곤 했다. 그들은 목까지 올라오는 시커먼 재킷을 입고 있었고 늘 두서너 명이 몰려 다녔다.
가끔은 뚱뚱한 솜저고리를 입은 중국 여자가 전족 한 발을 뒤뚱거리며 걷는 것을 보기도 했다. 그것을 유심히 지켜본 나는 혼자 있을 때면 뒤뚱거리며 걷는 중국 여자의 걸음을 흉내내며 놀았고 이를 발견한 어머니는 중국인만 눈앞에 보이면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극심한 차별정책과 과세를 부여하며 언제나 아웃사이더로 살게 하자 하나, 둘, 대만으로 돌아가거나 필리핀, 미국으로 떠났다. 그 중국인 거리도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장에 갈 때마다 한쪽 손은 어머니한테 끌려가면서도 고개는 허름한 옷을 입고 길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중국 노인들, 초라한 판잣집 등을 구경하느라 고개가 돌아가던 내 유년은 아직 거기 남아있다.
그때 받은 느낌은 ‘참으로 색다르다’, ‘왜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가’, ‘지나치게 가라 앉아있다’ 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가끔 뉴욕에 이민 와 사는 우리 한인들도 타인종에게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염려될 때가 있다.
옆으로 찢어진 가는 눈, 피부는 노랗고 눈동자와 머리가 갈색인 사람들, 체구는 별로 크지도 않으면서 때로 너무 눈에 튀는 행동을 한다고 그들은 생각치 않을까?
타인종 중에는 사우스 코리아가 세계 지도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6.25 전쟁이 일어났던 가난한 나라에서 88올림픽을 치른 나라로 알고있는 자도 있으며 이데올로기 분쟁이 거의 소멸된 ‘지구촌 한가족’ 세상에 아직도 형제국인 노스 코리아와 싸우는 나라로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타인종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지는 모르지만 한인들을 보며 쉽게 떠올리는 문장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왜 이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모여 살까”, “온 아파트 안에 고약한 냄새 풍기며 자기네 나라 요리를 해먹네”, “백화점이나 엘리베이터는 공공장소인데 한국말로 너무 떠들어”, “손님은 타인종인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말을 너무 많이 해.”, “한국말은 모르지만 표정 보니 욕설이네.” 등등 머리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할 것이다.
백인 지역에서 비즈니스 하면서 지나치게 한국 냄새를 피운다거나 타인종 종업원이라고 함부로 대하고 한국말로 흉보면 아무리 한국말을 몰라도 눈치는 있다. 집으로 돌아가서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에게 한인들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아마 낮 동안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을 흉내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왕 미국에 왔으니 이곳의 규칙과 행동 규범을 따르자. 약속시간은 꼭 지키고 한번 한 말에는 책임을 지자. 우리 음식뿐 아니라 문화를 누리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의 장점을 받아들이자.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되 다른 나라 문화도 인정하고 배워보자. 보다 폭넓게 세상을 살면 문화 충돌로 인한 갈등도 해소된다.
사실, 전족(纏足)이란 중국의 북송 시절에 어린 여자아이의 발을 피륙으로 꽁꽁 감싸서 못 자라게 한 것으로 일꾼으로 쓰인 여자들이 도망 못 가도록 만들어진 시술이자 작은 발에 성적 매력을 느낀 남성의 폭압이기도 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풍습을 어려서 멋모르고 흉내내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의 잘못된 행동과 말, 문화를 따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타인종을 보는 내 눈만 있다 생각 말고 그들의 눈이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