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깃촉 펜’ (Quills)
▶ ★★★★(별5개 만점)
영화 ‘아마데우스’로 살리에리가 대중적 인물이 되었던 것처럼 이 영화로 인해 새디즘의 창조자인 사드후작이 고전 속에서 튀어나와 현대인들의 곁에 머물게 됐다. 둘 다 창작자이자 괴물인데 차갑고 사악했던(영화 속에서) 살리에리에 비하면 사드는 훨씬 인간적이요 상냥하며 신랄하지만 유머가 있다.
블랙 코미디로 해괴한 재미가 있는 이 작품은 궁극적으로 검열에 도전하는 표현자유에 관한 우화이다. 주제는 매우 심각하고 교훈적이지만 훈계조가 아니라 화사한 대사를 써 냉소와 날카로운 위트로써 위선과 도덕, 윤리와 종교 등을 마구 꼬집고 비판하고 비웃고 있다.
섹스와 쾌락, 사랑과 질투, 투옥과 고문, 증오와 복수 그리고 광기와 피와 똥이 뒤범벅이 된 화려한 악몽 환상곡으로 작품의 기본 혼은 금기에 항거하는 창작혼. 전체적으로 다소 협소감은 있으나 이야기가 어두우면서도 화려하고 흥미진진한데 감독 필립 카우프만이 최초의 NC-17 등급 영화 ‘헨리와 준’의 감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주인공 사드의 입장을 빌려 미영화협회를 비웃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원작은 더그 라이트의 연극으로 그가 각색했다.
1794년 나폴레옹 황제 시절. 사드후작(제프리 러쉬)은 성적학대와 외설소설 저술 때문에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이 병원을 관리하는 사람은 이해심 깊은 젊은 신부 쿨미어(조아킨 피닉스).
사드는 비교적 자유를 누리며 감금된 상태에서도 계속해 글을 쓰는데 이 글을 외부로 밀반출하는 사람은 병원 세탁부로 젊고 아름다운 마들렌(케이트 윈슬렛). 사드의 글은 쾌락적이요 적나라하게 육감적이어서 비밀리에 인쇄돼 대중의 폭발적 인기를 얻는다.
사드는 육체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구속에 저항, 스스로 ‘항구적인 발기’라 부르는 저술에서 구원을 찾는다. 이처럼 사회적 권위에 도전하는 사드를 침묵시키기 위해 병원에 파견되는 것이 고문을 즐기는 위선적이요 사악한 의사 로이어-콜라드(마이클 케인).
그의 명령에 의해 펜과 잉크를 빼앗긴 사드는 포도주에 계륵을 찍어 침대시트에 글을 쓰고 그런 특혜마저 빼앗기면 열손가락에 피를 내 자기 옷과 구두를 종이 삼아 글을 쓴다. 그리고 마침내 표현의 상징인 혀를 잘린 뒤에도 자기 똥으로 감옥 벽에 글을 쓴다. 그리고 사드의 창작혼은 쿨미어의 뮤즈가 되어 그를 ‘악마의 제자’로 만들어 쓰고자 하는 욕망을 전승시킨다.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자유와 환상을 즐길 수 있는 작가의 모든 사이비적인 것과 검열과 통제에 대한 치열한 항거 그리고 창작을 위한 대가 지불이 러쉬(‘샤인’으로 오스카 주연상) 장렬하고 자유분방한 연기에 의해 통렬하고 사려 깊고 또 유머러스하게 묘사되고 있다. 특히 쓰는 수단을 모두 박탈당한 사드가 독방에 갇힌 광인들의 입과 입을 통해 글을 전달하는 장면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다.
피닉스의 연기도 돋보이는데 그와 마들렌 또 사드와 마들렌의 감정관계 묘사와 함께 로이어-콜라드의 젊은 부인과 건축가의 관계 묘사는 불충실하다. 등급 R. Fox SearchLight. 22일부터. 선셋5(323-848-3500)와 뉴윌셔(310-394-8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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