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발표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도는 2.7%로 집계되자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들은 미국의 수입이 둔화되는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정보기술(IT) 관련 투자가 8%대의 견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이 균형 잡힌 경제로 연착륙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가 내년에도 3%대 후반의 견실한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을 벗어버린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00포인트 이상 급등했으며, 미국의 경제 둔화와 그에 따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로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1유로의 가치도 0.84달러 선으로 급속 회복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하거나 적어도 유지할 것이라는 데 대한 기대감이 경기가 너무 급작스레 둔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3/4분기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GDP는 올 연말에 사상 처음 10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는 기대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7%라는 뜻밖의 수치를 소프트랜딩의 신호로 단정짓기는 이르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이 수치가 하드랜딩의 조짐으로 변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
현재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5~4.0%로 2/4분기의 5.6% 성장률을 감안할 경우 성장률 둔화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민간부문의 설비투자가 지난 분기 14.6%에서 6.9%로 급락한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연방 상무부도 이날 당초 예상됐던 3.5% 보다 훨씬 낮은 수치에 대해 경기 급랭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을 의식, 급격한 성장률 하락이 "정부지출 감소라는 특수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미국 경제 기조는 건전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시장에 잠복해 있는 여러 불안 요인들이 언제 경기를 추락시키는 복병이 되서 나타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예상과 달리 유가가 급등세를 탈 경우 소비 급감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인플레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눈앞으로 닥친 대선도 거시경제 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견인해 온 ‘강한 달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위관계자는 "저유로 고달러 기조가 역전될 경우 경상적자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일이 연착륙의 주요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시장 전개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를 결정짓는 고비가 될 것이라며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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