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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최후 증기선, 현재 멕시코 연안서 침몰중
유서깊은 증기선 카탈리나호가 구조될 것같다.
카탈리나호는 남가주의 역사를 풍성하게 간직하고 있는 증기선이지만 관리할 사람이 없어 멕시코해안에서 가라앉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현재 엔세나타항에서 녹슬고 있는 카탈리나호 보존 단체에 이 유람선을 인양할 수 있는 시한으로 90일을 허가했다. 6월 9일자로 된 이 허가서는 멕시코 대통령 에르네스토 세디요의 서명으로 발표됐다.
카탈리나호 보존단체에서 선체가 부분적으로 침수가 된 이 유람선을 바로 세워 0.25마일 떨어진 엔세나다항의 조선소로 예인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복원한 후 이 유람선이 영구하게 정박할 항구를 과연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카탈리나호의 별명은 ‘위대한 백인의 증기선’.
이 배는 전장 300피트의 증기 여객선으로 지난 1924년부터 50년동안 샌피드로와 카탈리나섬의 아발론을 오가면서 2,500만명을 실어 나른 역사가 서려있는 선박이다.
하지만 현재 멕시코 연안에서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이 배는 베벌리 힐스에 거주하고있는 선주인 노부부 하이미 싱어(87)와 루스 싱어(77)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폐선처리돼 고철로 갈갈이 해체될 운명을 맞았었다.
남편 하이미가 노환을 앓고 있는 루스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우리 노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같다. 이제는 배를 회생시킬 돈도 기력도 모두 소진한 상태다"
엔세나다 항구관리소장 필리베르토 에스트라다는 이번에 90일간의 시한이 발표되기 전만해도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했었다.
"얼마 전부터 가라앉기 시작한 카탈리나호는 현재 상당부분이 물에 잠겼다. 선주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선박을 제거하기 위해 법적 대응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싱어부부는 카탈리나호를 관광거리로 만들기 위해 이미 2백만달러를 투입했지만 동업자를 잘못 만나 실패했다.
게다가 남편인 하이미가 캐나다 시민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 비즈니스는 출항하기도 전에 좌초되고 말았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하이미가 이 증기선을 구입한 것은 지난 1972년의 일.
사랑하는 부인에게 발렌타인스 데이 선물로 주기 위해 경매에서 7만달러를 주고 카탈리나호를 산 것이다. 원래 싱어부부는 길이 32피트짜리 요트를 갖고 있었지만 사고로 침몰된 후 새로 장만하려던 참이었다.
반 세기동안 이 증기선은 한 번에 2천명의 승객을 태우고 샌피드로와 카탈리나섬의 두 시간 반의 뱃길을 오갔다. 한창때는 배안에 오케스트라까지 갖추고 있었고 어린이 승객들을 위한 마술쇼도 제공했었다.
카탈리나호와 함께 ‘위대한 백인의 증기선대’를 구성했던 카브리요, 아발론호는 이미 오래 전 고철신세가 돼 사라졌다.
70년대들어 소형 쾌속유람선들이 남가주의 항구와 산타 카탈리나섬을 잇는 항로에 취항하기 시작했다. 카탈리나호는 결국 경쟁에 밀려 정기 유람선 대열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카탈리나호를 구입한 하이미는 이 증기선을 해안에 영구 정박시키기 위해 아발론, 샌프란시스코, LA, 롱비치항에 신청을 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또한 연방법에 따르면 하이미가 캐나다 국적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내 항구를 연결하는 유람선을 취항하는 것 마저 불법이었다. 카탈리나호는 하이미가 구입하면서 선적이 자동적으로 캐나다로 변했는데 미국내 항구간을 연결하는 유람선의 선적은 법적으로 미국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항구를 멕시코의 엔세나다로 옮긴 카탈리나호는 1988년 새롭게 단장, 선상 바, 레스토랑, 디스코테크로 문을 열었다.
싱어부부는 멕시코인 알레한드로 마르신을 동업자로 맞아 비즈니스를 꾸려 나갔으나 결국 1991년에 문을 닫았다. 싱어부부가 사업운영과 관련, 마르신을 고소했기 때문이었다. 그후 배는 방치된채 서서히 녹슬어 갔다.
샌피드로에 있는 LA해양박물관의 윌리엄 리 관장은 말한다.
"이 증기선은 LA항구의 역사를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는 매우 유서깊고 아름다운 선박이지만 보존할 수 없게 된 현상황이 안타깝다" 남가주의 역사를 담고있는 카탈리나호는 현재 멕시코의 엔세나다 항에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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