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서 “한국에 엄청난 선물 가져와”
▶ 게이머들에 “엔비디아 선택 감사”
▶ “한국,AI·로보틱스 전문성 뛰어나 R&D센터 투자에도 훌륭한 장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을 찾아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지 7개월 만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구름떼처럼 모여든 시민들을 향해 특유의 친근함과 넉살스러움을 자신 있게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러면서 새로 출시할 예정인 새 인공지능(AI) PC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며 한국이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번 방한의 하이라이트인 SK와 LG, 네이버 총수와의 삼겹살 회동도 젠슨 황식 리더십으로 이끌며 피지컬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이어갈 한국과의 새로운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서울 강남의 치킨집에서 ‘깐부 회동’을 연 지 7개월여 만에 젠슨 황은 이번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열었다. 회동에 함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젠슨 황보다 세 살 위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각 네 살, 열다섯 살 아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최 회장을 ‘형님’으로 모시면서 이 의장, 구 회장에게는 ‘GPU 형님’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젠슨 황은 이날 저녁 7시 10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고깃집 ‘형님 저요’에 들어서며 ‘깐부 회동’의 시즌2 격인 ‘형님 회동’을 시작했다. 그는 회동 직전 취재진과 만나 “오늘 저녁 메인 주제는 많은 성장과 새로운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많은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엔비디아 그록의 언어처리장치(LPU)를 생산하는 걸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이 테이블에 앉자 올해 48세로 이번 회동에서 막내인 구 회장이 고기를 직접 자르고 굽는 모습도 포착됐다. 구 회장은 일어서서 냅킨을 직접 가져오는가 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의장이 젠슨 황에게 쌈 싸는 방법을 알려주자 젠슨 황은 깻잎을 집어들고 쌈을 싸먹고,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이래 다섯 번을 만난 최 회장과 이날 재회하면서 한국과 미국, 대만을 오가며 7개월간 6번째 만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젠슨 황은 대중친화적 면모답게 같은 식당 다른 테이블에 자리 잡은 가족 단위 손님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다. 건배사로 “고(Go) 코리아! SK! LG! 네이버!”를 크게 외치기도 했다. 또 그와 최 회장, 구 회장, 이 의장은 식사 도중 식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과 시민들을 향해 미리 준비한 도넛, SK하이닉스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반도체 콘셉트로 만든 과자 ‘HBM칩스’, 바나나우유, 캔식혜, 붕어빵 과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해 깐부 회동에서 젠슨 황이 치즈 스틱을 들고 나와 나눠주던 모습이 재현된 셈이다. 젠슨 황은 구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좋은 친구”라고 말했고, 최 회장이 HBM칩스 과자를 나눠주자 “HBM은 내 것(HBM is mine)”이라고 크게 소리쳐 순간 현장엔 폭소가 터졌다.
젠슨 황은 “한국에 있는 파트너들은 매우 중요하다”며 “여기 있는 친구들은 정말 좋은 한 해를 보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신제품이 4가지 출시될 예정이라 우리는 정말 바빠질 것이고 아주 흥미진진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랫동안 저와 저희 회사에 정말 큰 도움을 줬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엔비디아는 한국 내에 AI와 로봇공학 엔지니어를 위한 매우 뛰어난 연구센터도 구축 중”이라고도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서울 근무를 조건으로 AI 기술센터 소속 피지컬 AI 담당 인력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채용 분야는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로, 국내 대학·연구소의 핵심 연구자들과 협력해 피지컬 AI 기술 협업을 수행하는 게 주 업무다. 컴퓨터공학·전기공학·물리학·수학 등 관련 분야 박사 학위, 디지털 트윈 또는 로보틱스 분야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젠슨 황은 또 “내 큰 선물은 한국에 4가지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는 것”이라며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CPU ‘베라’ △AI PC ‘RTX 스파크’ △로봇 전용 AI 컴퓨터 ‘젯슨 토르’를 소개했다. 그는 “베라 루빈은 많은 양의 HBM을 사용할 것이고, 새 CPU 베라는 많은 양의 LPDDR5(고성능·저전력 D램) 메모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RTX 스파크에 대해선 “4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PC의 새로운 발명품”이라며 “여기에는 대량의 LPDDR5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제품을 대규모로 주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젠슨 황은 앞서 이날 오후 1시 20분쯤 비스타제트 735편으로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취재진 앞에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가죽 재킷 대신 남색 아우터를 걸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젠슨 황은 “협력사와 고객사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 한국에 다시 왔다. 현대차, LG, SK, 삼성, 네이버와 많은 미팅이 예정돼 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젠슨 황은 또 이번 방한 기간 “공급망을 조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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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성·김태연·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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