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 펀드런 공포 확산
▶ 대출 조건 낮춰 운용 자금 키워
▶ 이자 못 갚는 기업엔 채권·주식 등
▶ 현물지급 방식으로 장부상 눈속임
▶ 개인 자금 유치 급급, 환매 상품 남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출 규제로 막힌 은행을 대신해 16년간 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이 최근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쇄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은 투자 대상 기업의 파산과 인공지능(AI)의 위협이지만 월가에서는 시장구조 자체에도 취약점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최고투자전략가는 12일 사모대출 부실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 자산 가격 흐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인) 2007년 중반~2008년 중반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6개월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지수는 9.12% 하락했다. 금융지수의 한 축인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최대 실적을 냈지만 다른 축인 사모펀드 운용사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블루아울(-53.69%)을 비롯해 아레스매니지먼트(-45.37%), 블랙스톤(-44.44%), KKR(-42.01%),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25.57%) 등은 지난해 9~10월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와 자동차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프리마렌드가 파산 신청을 한 뒤부터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월가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첫 번째 문제로 꼽는 부분은 부실한 기업도 받아주는 대출 계약 조건이다. 운용 자금을 키워 수수료를 늘리려는 사모펀드들이 이른바 ‘코브라이트(재무 조항 완화형)’ 대출 조건으로 기업 부실을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코브라이트 대출은 과거 대형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활용하던 혜택이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유동성이 넘쳐나자 사모펀드들이 이를 비상장 중견기업 대출 시장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로펌 에버셰즈서덜랜드의 벤 데이비스 사모대출 부문 책임자는 “사모대출 회사들이 올해에도 코브라이트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사모대출 시장의 두 번째 문제는 늘어나는 현물 지급(PIK) 대출이다. PIK는 현금 여력이 없는 좀비기업들에 이자를 주식이나 채권으로 대신 갚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운용사들은 이자 수익을 현금으로 받지도 못하면서 장부에만 이자를 지급받은 것으로 분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사모대출 시장 전체에서 5.2%를 차지했던 PIK 대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 11%까지 올라갔다. 부채만 늘리고 기업가치 제고가 되지 않는 부실 PIK 비중은 2021년 4분기 2.5%에서 지난해 4분기 6.4%로 높아졌다.
미국 재무부 금융연구국(OFR)은 12일 보고서를 내고 사모대출 펀드의 차입금이 34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사모펀드 스스로 만든 레버리지 리스크 또한 클 수 있다는 추정이었다.
여기에 최근 개인 투자 자금의 불안정성 문제까지 직면했다. 애초 사모대출은 기업개발회사(BDC) 형태의 폐쇄형 펀드에 7~10년 정도 자금을 묶어두는 기관투자가들만의 시장이었다.
이후 기존 큰손인 연기금이나 보험사들의 출자가 한계에 다다르자 운용사들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패밀리오피스로 시장을 확대했다. 사모펀드들은 일반 개인들에게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급전 수요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분기별로 순자산가치(NAV)의 5% 정도를 환매할 수 있는 준유동성 상품을 남발했다.
사모대출 시장에서 비대해진 개인 자금은 올 1월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 코워크’ 출시를 기점으로 전체 금융시장을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블랙스톤의 경우 이달 사모대출 펀드 ‘BCRED’의 자산 7.9%에 해당하는 38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두 환매해주기로 했다.
모건스탠리와 클리프워터는 요청 금액의 절반만 수용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고 블루아울은 일부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는 고육지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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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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