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역할 확대를 원하는 것은 결코 망상이 아니다. 어쩌면 트럼프는 그린란드의 영유권을 보유한 덴마크와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이 섬에서 미군의 군사적 접근 및 투자를 확대하는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린란드를 매입하거나 아예 접수하려는 트럼프의 오만한 시도는 앞으로 수 십년간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줄 수 있는 위기를 불러왔다. 황량한 섬을 장악하는데서 오는 이익보다 훨씬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이는 ‘자해행위’라기보다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그란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은 2017년 이후 꾸준히 강화됐다. 처음에는 19세기에 대한 트럼프의 시대착오적 동경이 표출된 또 하나의 사례인 듯 보였다. 덴마크 정부도 초기에는 비공식적으로 새로운 안보협정 협상을 제안하는 등 온건한 대응전략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번달 들어 덴마크와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은 필요할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을 결코 가볍게 흘려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차장은 지난 월요일 CNN의 제이크 태퍼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맞서려 들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다음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군사옵션을 거론한 이번 발언은 단순한 협상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해줄 터이니 그 댓가로 그린란드를 넘기라는 제안처럼 들린다. 그러나 트럼프가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트럼프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었다.
트럼프는 2017년에 보좌관들과 그린란드에 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 섬에 완전히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다: 북극권은 강대국들이 경쟁을 벌이는 각축장이고, 그중에서도 덴마크가 소유한 그린란드는 전략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의 생각은 정책이라기보다 개인적 변덕에 가까운 듯 보였다. 2019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구매하고 싶어한다는 기사가 뜨자 그린란드 자치령의 외교부는 “영업은 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유쾌한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 다른 걱정거리가 많았고, 그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하는 보좌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24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은 더욱 강해졌다. 그해 12월, 트럼프는 “국가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합중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네덜란드 관리들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백악관에 군사적 압박은 필요치 않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미국은 그린란드에 이미 피투리크 기지를 설치했을 뿐 아니라 주둔군 숫자도 무제한 추가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은 (수정을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유효한) 1951년도 협정에 따라 육상, 해상과 공중을 통해 “그린란드 전역의 미군 방어지역에 자유로이 접근하고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소유를 원한 최초의 미국 관료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전임자들은 동맹관계를 유지해야할 필요성에 발목을 잡혔다.
찰스 윌슨 국방부장관은 1955년 합참의장인 아서 래드포드 제독에게 군이 그린란드를 확보하기 원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래드포드 제독은 그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정치적, 경제적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고 조심스레 답변했다. 1959년 국무부는 그린란드 매입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서 “이같은 계획이 실행가능한 시기는 이이 오래전에 지나가 버렸다”며 “뉴저지주가 미국의 불가분한 부분인 것처럼 그린란드 역시 떼어낼 수 없는 덴마크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팀은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의 아이젠하워 행정부조차 거절했던 일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미 정보당국이 내놓은 2025년도 위협평가 보고서는 러시아와 중국 모두가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같은 달 피투픽 기지를 상징적으로 잠시 방문했다가 그린란드 주민들과 덴마크 정부의 항의에 혼쭐이 났다.
덴마크 관리들은 2025년이 진행되면서 백악관이 그린란드 접수에 정보수집 도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월스리트 저널에 따르면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지난해 4월 정보기관들에 보낸 “정보수집 중점 지침”을 통해 그린란드의 독립운동과 미국의 역할 확대에 대한 일반의 정서와 여론의 추의를 살피라고 촉구했다.
덴마크 정보기관도 지난달 발표한 연례 위협보고서에서 “미국이 고관세 위협을 포함한 자국의 경제력을 지렛대 삼아 그들의 뜻을 관철하려 한다”며 “무력사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행정지도를 다시 그렸다. 이 행정지도를 보면 그린란드는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서반구 담당 관리들의 관할아래 놓여 있다. 다시 말해 덴마크는 유럽에 속하지만 그린란드는 그렇지 않다.
유럽 국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의 위협을 심각히 우려하는 상황에서 덴마크를 철저히 쥐어짜는 트럼프의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월요일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라며 나토의 종말을 경고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유럽의 우려는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과연 트럼프는 가장 중요한 동맹의 붕괴 위험을 감수할만큼 무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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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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