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일 모카 그랜드 애비뉴 전시
▶ 3월10일 디즈니 홀서 특별연주회
![[MOCA와 LA필의 협업] 양혜규·윤이상의 ‘엇갈린 랑데부’ [MOCA와 LA필의 협업] 양혜규·윤이상의 ‘엇갈린 랑데부’](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1/08/20260108184824691.jpg)
헤이월드 갤러리 전시 ‘윤년’에서 공개된 양혜규씨 작품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2024) [작가 제공]
![[MOCA와 LA필의 협업] 양혜규·윤이상의 ‘엇갈린 랑데부’ [MOCA와 LA필의 협업] 양혜규·윤이상의 ‘엇갈린 랑데부’](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1/08/20260108184824692.jpg)
양혜규 작가와 윤이상 작곡가. [LA필 제공]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양혜규(53)씨와 고 윤이상 작곡가(1917-1995)의 예술 세계가 미 서부 최대 문화 도시 LA에서 만난다.
LA현대미술관(MOCA)과 LA 필하모닉이 손잡고 준비한 대규모 협업 ‘양혜규: 엇갈린 랑데부’(Haegue Yang: Star-Crossed Rendezvous)는 새해 가장 기대되는 예술 프로젝트다. 오는 3월1일부터 8월2일까지 MOCA 그랜드 애비뉴에서 양혜규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 2024)가 미 최초로 공개된다. 또 3월10일 오후 8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양혜규와 윤이상의 예술 세계를 하나의 감각적 여정으로 엮어낸다. 관객들은 한 저녁 동안 두 개의 공간을 이동하며 윤이상의 오보에, 하프,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중 협주곡(1977)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두 번 경험하게 된다.
이 여정은 MOCA 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양혜규 작가가 2024년 제작한 대규모 설치 작품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 속으로 들어선 관객들은 윤이상의 음악을 시각적으로 재해석된 형태로 처음 마주한다. 갤러리 공간 안에서 음악은 사운드스케이프가 되고, 빛과 그림자, 움직임과 정지가 교차하는 다감각적 환경 속에서 울려 퍼진다. 이어 관객들은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로 이동해 LA 필하모닉 뉴 뮤직 그룹의 라이브 연주를 통해 같은 곡을 전통적인 콘서트 형식으로 재경험한다. 양혜규 작가는 이를 통해 두 기관의 물리적 장소를 연결하며 장르와 역사,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 감각을 조각하는 예술가양혜규는 국제 미술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시각 예술의 범주를 넘어 빛, 그림자, 향기, 소리, 촉감을 아우르는 다감각적 경험을 창조한다. 베네치안 블라인드, 건조된 식물, 선풍기, 전구 같은 일상적이고 산업적인 재료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시적인 조각 언어로 변모한다. 작품 속에서 기계적 움직임과 유기적 요소는 조화를 이루고, 빛과 그림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살아 움직인다.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이주’와 ‘번역’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해온 양혜규는 자신의 디아스포라 경험을 작품에 깊이 새겨 넣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광범위한 아카이브 연구를 통해 역사적 인물들의 이주 경험과 자신의 경험을 연결하고, 문화적 경계와 정체성의 유동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확장시킨다.
양혜규의 작품은 추상적 형식 속에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내러티브를 감춘다. 그의 대표작인 ‘솔 르윗 뒤집기’(Sol LeWitt Upside Down) 시리즈는 미니멀리즘의 유산을 유지하되 본래의 구조적 형식을 전복시킨다. ‘소리나는’(Sonic) 시리즈는 베네치안 블라인드와 벨을 활용해 움직이는 조각을 만들어낸다. ‘손잡이’(Handles) 시리즈에서는 가방 손잡이라는 평범한 오브제가 추상 회화의 재료로 탈바꿈한다. 산업용 재료의 시적 변형, 이것이 양혜규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다.
■ 두 예술가가 공유하는 풍경서울에서 태어나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양혜규 작가는 고 윤이상의 음악과 삶에서 받은 영감을 시각예술로 풀어냈다. 양혜규 작가가 윤이상이라는 인물에 주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예술가는 시대와 매체는 다르지만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예술적 여정을 걸어왔다. 세계 현대 음악사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윤이상 작곡가는 통영 출신으로 1957년 베를린으로 건너가 유럽을 무대로 활동했다. 동양과 서양 음악을 융합하며 문화 간 번역자로 살았고, 정치적 박해로 인한 망명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했던 그의 삶은, 오늘날 국경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양혜규의 현실과 깊이 공명한다.
양혜규 작가는 윤이상의 오보에와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작품 모티브로 삼았고 지난 2024년 런던 헤어워드 갤러리에서 대형 블라인드를 비추는 조명이 움직이는 음악과 뒤섞이는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단순히 윤이상의 음악을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선다. 양혜규는 광범위한 기록 연구를 바탕으로 윤이상의 삶과 음악적 유산을 탐구하며, 디아스포라적 감수성과 문화적 경계 넘기라는 공통의 주제를 시각예술과 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시킨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 감각적 여정은 예술이 어떻게 역사와 기억, 개인과 집단을 연결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이자, 협업 기관의 경계를 넘어 펼쳐지는 온몸과 소리의 향연이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과 오케스트라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문화기관이 협력해 하나의 예술적 주제를 다층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라이브 콘서트는 한인 얼 리 지휘자가 이끄는 LA필 뉴 뮤직 그룹이 ‘오보, 하프, 소관현악을 위한 더블 콘체르토’를 연주한다. 티켓은 무료이나 예약을 반드시 해야한다.
https://www.laphil.com/events/performances/4261/2026-03-10/star-crossed-rendezvous-after-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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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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