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호, 법정서 “현직 장관급 4명 접근…수사 때도 말했다”
▶ 의원 2명에 수천만원씩 지원 주장…특검 “수사대상 아니라 판단”

(서울=연합뉴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2022년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조직적으로 후원한 혐의를 받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도 지원했다고 법정에서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을 때도 이런 내용을 밝힌 것으로 드러나 특검팀이 국민의힘만을 겨냥한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대 대선 전인 2022년 2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권성동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만나봐야 했다"며 "한쪽에 치우쳤던 게 아니고 양쪽 모두 어프로치(접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통일교 간부 이모 씨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에 접근하려 했다는 녹취록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런 사실을 모두 지난 8월 특검팀과 면담하며 털어놨고 수사 보고서에도 적혔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에 "국회의원 리스트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면담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국회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을 지원했다며 이들의 실명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에겐 2018∼2019년 현금 4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 시계를, 다른 한 명에겐 2020년 현금 3천만원을 줬다는 게 윤 전 본부장 주장이다.
아울러 교단 내에서는 정치후원금, 출판기념회 책 구매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통일교 관련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녹취록을 확보했으며, 최근 이를 윤 전 본부장 재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구체적 정보를 입수하고도 통일교의 국민의힘 불법 지원에 초점을 맞춘 편파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에게 2022년 1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 같은 해 4∼7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천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통일교의 민주당 후원에 대한 수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민주당 지원과 관련한 진술을 받았지만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는 특검법과 이 사안의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간 특검팀이 수사해 재판에 넘긴 사건 중 김 여사와 무관한 사례도 적잖다는 점에서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을 수사하던 중 국토부 서기관 김모씨의 개인 뇌물 혐의점을 인지해 구속기소한 사건,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를 김 여사와 무관한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긴 사건이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특정 정당 정치인에 대한 범죄 단서를 잡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면 형법상 직무유기 또는 특검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건희특검법 제5조는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독립하여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다.
특검팀의 수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기 특검은 통일교가 민주당 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 금품을 제공하고 15명이 금품 수수에 연루됐다는 구체적 진술이 있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고 덮었다"며 "이것이 노골적 선택적 수사이고,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는 걸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는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지 정치적 고려나 편파 수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 전 본부장의 입장 공개를 토대로 수사기관 고발 등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통일교 측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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