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티느냐 떠나느냐’ 참모진과 온종일 토론…법무부 협의는 안해
▶ 盧 “전 정권서 기소한게 현 정권서 문제돼…수시로 부대껴” 소회

(서울=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사의를 밝힌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은 직 유지와 사퇴 카드를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 결국 퇴진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장급 고위 참모부터 검찰연구관인 평검사까지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남아서 자리를 지킨다고 한들 "이미 리더십에 상처가 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참모진의 설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전날 오전 8시40분께 대검 청사로 출근하고서 곧이어 참모진인 대검 부장(검사장급) 7명과 회의를 하면서 거취 여부를 논의했다.
노 대행은 오전 회의 석상에서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면서도 "오늘(12일)까지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결정 시한을 못 박아뒀다고 한다.
이후 오전 한때 노 대행이 외부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그의 사퇴를 반대하는 법무부와 조율 아래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노 대행이 점심 이후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자 부장들은 오후에 그를 다시 찾아가 용퇴를 건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노 대행은 버티기를 고집하고 참모진은 일방적으로 사퇴를 압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참모진은 노 대행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었지만, 노 대행과 '남는 선택지와 떠나는 선택지'의 장단점과 그 선택의 여파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들이 여러 명씩 논의하다 수시로 노 대행을 찾아가 의견을 건네거나, 노 대행이 먼저 몇몇 참모진을 불러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항소 포기 논란에 직접 관련된 '당사자' 중 한명인 박철우 반부패부장은 회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고, 주로 용퇴를 요구하는 다른 부장들의 의견을 듣는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하루 종일 이뤄진 노 대행과 참모진 간 논의 과정에서 사퇴 결단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된 건 "자리를 지킨다고 한들 '제대로 된 대행'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 및 고검 차장 등 검사장급부터 대검 참모진의 검사장급 부장, 부장검사급 과장, 평검사인 연구관들 사이에서까지 사퇴 목소리가 나온 만큼 "이미 리더십에 상처가 나서 더 이상 영이 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일각에선 당초 사퇴를 하지 않으려던 노 대행이 대검 부장들의 거듭된 요구에 마음을 돌렸다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노 대행은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끝까지 고심을 이어갔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사퇴 결정 과정에서 법무부와 교감이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행이 사퇴를 결심하기 전 법무부 측과 협의하거나 사퇴 사실을 사전에 알리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출근 8시간 반 만인 오후 5시께 노 대행은 결단을 내리고 부장들을 불러 모았고 이 자리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혔다. 소회는 '퇴직의 변'으로 갈음하겠다며 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 대부분은 이 자리에서 "보필을 못 해서 죄송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대검 대변인실은 오후 5시 40분께 취재진에 노 대행의 사의 표명을 공지했고, 노 대행은 30분 뒤인 오후 6시 10분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하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노 대행은 다만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교적 진솔하게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의 윗선 개입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 대행은 "제가 한 일이 비굴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검찰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며 자신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제가 빠져줘야 (검찰 조직이) 빨리 정착된다고 생각해서 빠져나온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부득부득 우겨서 조직에 득이 될 게 없다 싶어서 이 정도에서 빠져주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4개월 동안 차장을 했던 것이 20년 동안 검사 생활한 것보다 더 길었고 4일간 있었던 일이 4개월보다 더 길었다", "어제는 천번 만번 생각이 바뀌었다"라고도 고백했다. 노 대행은 2000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노 대행은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후로 정부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전 정권이 기소해놨던 게 전부 다 현 정권 문제가 돼버리고, 현 검찰청에서는 저쪽(현 정권)에서 요구사항을 받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시로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라고도 했다.
이날 출근하지 않은 노 대행은 오는 14일 면직안이 수리될 것으로 보고 당일 오전 퇴임식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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