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예술계 활약 한국인 아티스트를 만나다
▶ 메트 라폰트 콩쿠르 입상 계기 데뷔
▶ LA 오페라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2년 연속 선정… 실력·역량 인정받아
‘K-클래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문화예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아티스트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인재는 오페라계에도 있다. 바로 2년 연속 LA 오페라의 ‘도밍고-콜번-스타인 영 아티스트’에 선정돼 오페라 스타로 도약하는 궤도에 올라선 성악가 바리톤 손형진(사진)이 주인공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LA 오페라의 ‘도밍고-콜번-스타인 영 아티스트’는 매년 800명 이상의 지원자들 가운데 손꼽을 정도의 소수만 선정해 LA 오페라 무대 출연 기회 등을 제공하는, 오페라 가수들에게는 꿈의 프로그램이다.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콘서트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리톤 손형진은 LA 오페라의 영 아티스트로 지난 2024-25 시즌에 처음 발탁된 뒤 2025-26 시즌에도 연 이어 선정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손형진은 첫 해에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야마도리 공작 역, 그리고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캐퓰렛 가문의 청년 무리 가운데 리더인 그레고리오 역, 골리호프의 ‘아이나다마르’의 교사 역, 그리고 베르디의 ‘리골레토’에서 귀족 마룰로 역 등으로 LA 오페라 무대에 계속해서 올라 주요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그 역량을 입증했다.
손형진은 새로 시작된 LA 오페라의 2025-26 시즌에도 필립 글래스의 ‘아크나텐’에서 호렘하브 장군 역, 그리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갑옷을 입은 사내 역으로 출연이 예정돼 계속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손형진은 가장 권위 있는 성악 콩쿠르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폰트 콩쿠르에서 지난 2022년 뉴잉글랜드 지역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에는 전국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디트로이트 오페라와 보스턴 리릭 오페라에서 ‘나비부인’의 본조 역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한 손형진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의 타이틀 롤, ‘코지 판 투테’의 돈 알폰소 역, 비센테 마르틴 이 솔레르의 ‘디아나의 나무’에서 도리스토 역, 제이크 헤기의 ‘내가 당신이라면’에서 미스터 푸트남 역, 미시 마졸리의 ‘프루빙 업’에서 파 제그너 역, 조나단 도브의 ‘맨스필드 파크’에서 토머스 경 역 등을 맡으며 미국 오페라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또한 NEC 필하모니아와 함께 모차르트의 ‘대미사 다단조;의 솔리스트로 공연했고, 보스턴 심포니홀에서 BU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의 솔리스트로도 무대에 올랐다.
이밖에도 애스펀 뮤직 페스티벌의 스튜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베이스-바리톤 브린 터펠이 주역을 맡은 ‘팔스타프’에서 포드 역을 커버했고, 이 곳에서도 ‘돈 조반니’의 타이틀 롤 커버도 맡았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타고난 재능을 발휘한 손형진은 중학교 때 그의 목소리와 잠재력을 알아본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온 손형진은 보스턴대 오페라 인스티튜트를 거쳐 명문 음대인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NEC)에서 보컬 퍼포먼스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NEC 석사과정 재학 당시 메트 오페라 라폰트 콩쿠르 뉴잉글랜드 지역 우승자가 된 손형진은 그 대회를 보러 온 보스턴 리릭 오페라 관계자에게 발탁돼 프로페셔널 오페라 가수로 첫 데뷔를 했다. 손형진은 당시 “현장에서 프로페셔널 가수들과 디렉터와 처음으로 함께 작업하면서 무대 경험과 음악적 표현, 협업의 중요성을 직접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손형진에게는 물론 미국의 5대 오페라단으로 꼽히는 LA 오페라의 영 아티스트로 선발된 것이 그의 커리어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손형진은 “그 경쟁 과정은 매우 치열했지만, 저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는 큰 기쁨과 함께 앞으로의 도전과 성장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느껴졌다”며 “이는 저의 경력과 음약적 시야를 한 단계 더 넓힐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로, 실제로 지난 1년여 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기회를 갖고 실제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이자 보컬 코치인 아내 최수진도 손형진과 함께 LA 오페라의 영 아티스트로 2년 연속 선정돼 부부가 동시에 이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수진은 특히 코치로서 LA 오페라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손형진은 “인생에서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아내와 함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나란히 선정된 것은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손형진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꼽았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음악과 극의 흐름이 완벽하게 맞물려 아리아, 앙상블, 레치타티보가 끊임이 없이 이어지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또한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며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루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드라마적 힘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레치타티보가 많아 가수의 해석력과 연기력이 두드러지게 드러나 무대 예술로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희 최애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손형진은 향후 이루고 싶은 음악적 목표에 대해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는 평가를 넘어, 노래와 연기를 모두 갖춘 성악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성악가가 무대에 서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없이 많은 분들의 손길과 마음이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고, 또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그분들이 제게 전해 주신 따뜻한 영감과 마음을 간직하며, 제가 받은 것 이상을 음악으로 나누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와 기쁨을 전하는, 진심 어린 음악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