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이어 중국과도 관계 복원…고립주의 벗어나 다자무대 데뷔로 자신감 충전
▶ 유엔총회에 최선희 외무상 참석 가능성…미국과 비핵화 아닌 군축협상 나설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로이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사회에서 공세적인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하노이 노딜'을 끝으로 핵 무력 강화에만 집중하며 외교적 고립을 자처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자신감을 토대로 달라진 외교정책 기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다자플랫폼에서 조정 강화'를 거론한 만큼 다자 외교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 점에서 193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가 참석해 이달 열리는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제80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 고립주의 벗어나 다자무대로…중국·러시아 업고 자신감 충전
'노딜'로 끝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끝으로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를 견디며 핵 무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러시아에 파병하는 승부수를 던져 그 대가로 군사적 이득을 취했던 김 위원장은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참가라는 두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북러 정상과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면서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위상을 키웠고 다자무대 참석으로 정상국가 지도자라는 이미지도 챙겼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라는 언급이 사라지는 등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듯한 효과도 누렸다.
6년여만에 관계 복원을 알린 북한과 중국은 앞으로 경제, 고위급 인적 교류 등을 활발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이미 '혈맹'을 맺은 러시아까지 합세해 북·중·러 3국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북한으로서는 안보 협력을 넘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두진호 유라시아센터장은 "북·중 협력이 없는 한 북한의 경제 회복은 어렵다"며 "북한판 '안러경중' 정책을 더 세게 가져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북·중·러는 국경을 접하고 있고. 지역 접근성이 좋아서 경제 협력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북·중·러 경제 협력의 상징적 공간으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뜰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엔총회서 존재감 드러내나…최선희 외무상 참석 가능성
북한의 향후 행보는 일단 이달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공동이익과 근본이익 수호"를 강조하면서 그 대상으로 유엔과 같은 다자 플랫폼을 언급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9일 외무성 국장들과의 협의회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국가의 주권안전에 지속적인 위험을 조성하고 있는 적수국들에 외교적으로 선제대응"을 주문했는데, 향후 다자 외교무대에서의 외교적 역량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국의 논리를 세계에 설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선희 외무상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14∼2015년엔 리수용 외무상이, 2016∼2018년까지만 해도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했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부터는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연설했다.
북한은 아직 이번 유엔총회에선 누가 연설할지 유엔 측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비핵화' 아닌 '군축' 의제라면 미국과 담판도 피하지 않을 가능성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를 갖춘 데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든든한 우군까지 등에 업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담판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계속 못 박았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의제로 고집한다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다른 의제의 대화라면 응하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7월 담화에서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며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전제에서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학술회의에서 "북한은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을 때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며 "중국 전승절 참석 이후 트럼프가 보다 구체적으로 대화를 제안하면, 김정은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협의 과정에서 핵군축회담 형식이 대두될 수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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