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2019년 ‘김정은 도청 장치’ 설치 작전 준비·실패 과정 보도
▶ 실, 열 감지 야간투시경 썼지만 차가운 바닷물에 식은 北주민 못 봐
▶ 발각 우려해 北어선 탑승원 전원 사살…북한군의 인지 여부 불분명
미국은 2019년 '김정은 도청 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북한 침투 작전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살해한 화려한 전력이 있는 해군 특수부대 실 팀6와 은밀한 이동이 가능한 잠수정을 투입했다.
그러나 '최강' 특수부대와 첨단 장비를 사용했음에도 북한 어선과의 예상치 못한 조우에 북한 민간인 다수를 살해한 뒤 임무를 중단하고 서둘러 탈출해야 했다.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라,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다.
NYT는 5일 지금까지 비밀로 유지됐던 네이비 실의 북한 침투 작전과 그 실패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를 인식해 정보 당국이 새로 개발한 도청 장치를 북한에 설치하기로 했다.
이 임무는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2011년에 살해한 전력이 있는 해군 특수부대 실 팀6 '레드 대대'(Red Squadron)에 배정됐다.
임무 수행 중 북한에 발각될 경우 핵무기로 무장한 적국과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들키지 않고 침투하는 게 관건이었지만, 실은 이전에도 북한에 몰래 침투한 적이 있어 임무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 부대원들은 2005년 소형 잠수함을 타고 북한에 갔다가 감지되지 않고 나왔다. 이 작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이뤄졌으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실은 2019년 작전에도 2005년처럼 소형 잠수함을 활용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타고 북한 수역으로 이동한 뒤 범고래 크기의 소형 잠수함 2척으로 옮겨 타 해안에 침투한다는 계획이었다.
실 팀은 화씨40도(약 섭씨4도)의 바닷물에 노출된 채로 해안까지 2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했기에 스쿠버 장비와 열이 공급되는 잠수복을 사용했다.
약 8명의 부대원이 목표물까지 수영한 뒤 장치를 설치하고 바다로 철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야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채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심각한 제약이 있었다.
통상 특수부대원들은 임무 수행 중 상공에 드론을 띄워 표적에 대한 고화질 영상을 확보하고 영상을 이용해 표적을 실시간으로 타격한다.
종종 적의 통신을 도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어떤 드론도 발견될 수밖에 없기에 작전은 상대적으로 낮은 화질의 사진만 제공할 수 있는 궤도 위성과 멀리 떨어진 국제 공역에서 고도로 비행하는 정찰기에 의존해야 했다.
위성과 정찰기가 제공하는 이미지는 실시간이 아니고, 아무리 빨라야 몇 분의 시차가 있었다.
또 암호화된 메시지를 송신할 경우 임무가 들통날 수 있어 소형 잠수함으로 사진을 보낼 수도 없었고, 임무는 통신을 거의 차단한 채로 수행해야 했다.
실 팀6는 미국 수역에서 수개월을 연습했고 2019년 초까지 준비를 계속했다.
2019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 팀6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타고 북한으로 향했고 바다에서 통신을 차단하려고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임무 개시를 최종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무를 승인할 때 어떤 요소를 고려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과 국방부 장관 대행이었던 패트릭 섀너핸은 NYT의 입장 요청을 거부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북한 해안에 근접했고, 2척의 소형 잠수함이 맑고 얕은 물을 지나 목표로부터 약 100야드(약 91m)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했다.
임무 계획자들은 실시간 영상이 없는 대신 임무 수행 지역에서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오가는지를 수개월간 관찰했다.
그들은 어부들의 행태를 연구했고 어선이 거의 다니지 않을 시간대를 골랐다.
실 팀이 겨울 한밤에 정확한 장소에 조용히 도착할 경우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보 당국은 판단했다.
임무 수행 당일 밤 날씨와 바다는 고요했고, 소형 잠수함이 접근할 때 해안이 비어 보여 정보 당국의 판단이 맞는 것 같았다.
실 팀은 소형 잠수함을 정박해야 하는 지점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첫 실수를 했다.
소형 잠수함 한 척은 계획대로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혔으나 나머지 한 척이 정박 지점을 지나쳐 유턴해야 했다.
원래 소형 잠수함 두 척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정박할 계획이었지만 유턴을 하면서 두 척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됐다.
시간이 촉박했기에 실 팀은 일단 팀원들을 해안으로 보내고 정박 문제를 나중에 바로잡기로 했다.
실 팀은 도청 장치를 갖고 수면 아래로 조용히 해안을 향해 이동했다.
팀원 모두 사용자 추적이 불가능한 무기와 탄약을 소지했다.
이들은 몇 야드를 나아갈 때마다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주변을 확인했고 아무도 없는 듯했다.
여기서 두번째 실수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어둠 속에 북한인들이 탄 작은 보트가 있었던 것이다.
실 팀이 착용한 야간투시경은 열을 감지하도록 설계됐지만 북한인들이 입은 잠수복이 바닷물 때문에 차가워져 감지가 쉽지 않았다.
실 팀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해안에 도착했고 잠수 장비를 벗기 시작했다.
목표물은 불과 수백 야드 떨어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소형 잠수함 조종사들은 잠수함의 방향을 바로 잡고 있었다.
시야 확보와 통신을 위해 잠수함 조종석의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잠수함의 전기 모터를 가동해 잠수함을 돌렸다.
여기서 세번째 실수가 발생했을 수 있다.
일부 팀원은 임무 실패 뒤 열린 브리핑에서 모터 때문에 생긴 물결이 보트에 탄 북한인들의 시야에 감지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북한인들이 물소리를 듣고 돌아봤을 경우 캄캄한 물에서 잠수함의 열린 조종석을 통해 흘러나온 빛을 봤을 수도 있다.
정확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북한 보트가 소형 잠수함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인들은 무엇인가를 알아챘는지 플래시를 비추고 대화하고 있었다.
소형 잠수함 조종사 일부는 향후 브리핑에서 자기들이 보기에는 보트가 충분히 멀리 있었고, 소형 잠수함이 포착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해안에 있는 실 팀원들이 보기에는 보트가 사실상 잠수함 위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통신을 차단한 상태에서 팀원들이 서로 소통할 방법은 없었고, 임무 지휘관은 여러 마일 떨어진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있었다.
실 팀은 보트가 자기들을 찾으려는 순찰조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부들인지 알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보트에서 한 남자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팀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 없는 상황에서 선임 팀원이 말없이 보트에 소총을 조준해 발사했다. 다른 팀원들도 본능적으로 따랐다.
실 팀이 누구와 마주칠 경우 즉시 임무를 포기한다는 계획이었다.
북한군이 올 수 있었고 도청 장치를 설치할 시간이 없었다.
해안팀은 보트로 헤엄쳐 북한인이 모두 죽었는지 확인했다.
바다로 뛰어든 북한인을 포함한 전원이 사망했다.
보트에 총기나 군복은 없었고, 이런 증거는 북한인들이 조개류를 위해 잠수하는 민간인임을 시사했다.
실 팀은 북한인 시신을 당국으로부터 숨기기 위해 물속으로 넣었다.
한 당국자는 실 팀이 북한인들을 물 밑으로 가라앉게 하기 위해 폐를 칼로 찔렀다고 전했다.
실 팀은 소형 잠수함으로 돌아가 구조 신호를 보냈다.
해안 침투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는 실 증원 병력이 고무 쾌속정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보다 먼바다에는 미 해군 선박에 더 많은 특수부대원과 스텔스 회전익 항공기가 대기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실 팀이 포획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해안 인근 수심이 얕은 곳까지 이동했고, 팀원들을 태운 뒤 넓은 바다를 향해 속도를 냈다.
미군은 전원 다치지 않고 탈출했다.
그 직후 미국의 정찰위성들은 임무 지역에서 북한군 활동이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
북한은 북한인 사망에 대해 어떤 공개 입장도 내지 않았으며, 북한 당국이 무슨 일이 일어났고 누가 이런 일을 했는지 파악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과 정보 당국을 감독하는 의회 상임위원회에 이 작전에 대해 브리핑하지 않았다.
NYT는 의회 보고 누락이 연방 법 위반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작전을 조사한 결과 교전 규칙상 북한 민간인 사살은 타당했으며, 예측하거나 피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 전개 때문에 임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임무에 참여한 이들 다수는 이후 진급했다.
그러나 이 임무를 알고 있는 일부 군 당국자들은 실 부대의 이런 활용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 부대가 지난 수년간 테러 수장 제거, 인질 구출 등의 작전에 크게 성공하면서 초인과 같은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너무 대담하고 복잡한 임무를 계획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 부대는 1983년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과 관련한 임무를 비롯해 파나마,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이런 전력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 때 특수부대 임무를 축소하고 감독을 강화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이런 제약을 없애고 특수작전에 수반되는 검토 과정을 간소화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한 뒤에는 북한 침투 작전의 중대성을 고려해 다시 조사했다.
로이드 오스틴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독자적인 조사를 지시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결과를 브리핑했지만, 그 내용은 여태까지 기밀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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