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한 질문 작성, 상속인 지정
▶ 어떤 유언장이든 간편 작성
▶ 온라인 유언장 기부율 높은 편
▶ ‘동물·환경’ 단체 기부 많아

최근 유언장 작성을 돕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쉽게 작성할 수 있다. [로이터]
육체는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지만 이름 석자와 유언은 남길 수 있다. 텍사스공대 자선 기부 전문가 러셀 제임스 교수는 이를 ‘상징적 불멸(Symbolic Immortality)’이라고 부른다. 유산이 많든 적든, 한 장의 유언장이 곧 평생을 살아온 철학과 가치를 세상에 남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절차가 번거롭고, 시간도 돈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수천 달러의 법률비용을 들여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서류를 만드는 것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언장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재산이 많지 않아도 유언장이 없으면 소송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나마 남은 재산이 줄어들어 결국 가족 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 법적 효력 유언장 1시간 만에 ‘뚝딱’최근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새로운 대안이 등장했다. 바로 ‘온라인 유언장 작성 도구’다.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상속인을 지정한 뒤 증인 서명이나 공증만 받으면 된다. 미국 전역(50개 주 및 워싱턴 D.C.)에서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1시간도 안 돼 완성되는 것이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세금신고 프로그램 ‘터보택스(TurboTax)’처럼, 클릭 몇 번이면 유언장을 완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언 작성 플랫폼 중 하나인 ‘프리윌(FreeWill)’의 독특한 점은 유언장 작성 과정에서 사용자의 자선단체 기부 계획 여부를 묻는 것이다. 미국에서 유언장에 기부 조항을 포함하는 비율은 고작 6%에 불과하다. 이유는 ‘재산이 적어서’가 아니라 ‘요청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러셀 제임스 교수는 사람들의 뇌를 MRI로 촬영하며 그들이 자선 기부를 생각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와 유사한 영역이 반응했다. 제임스 교수는 “유산 기부는 인생 자서전의 마지막 장면을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온라인 유언장 작성… 기부율도 높아‘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청원 플랫폼 ‘체인지’(Change.org)에서 수년간 이메일 캠페인을 주도한 패트릭 슈미트 씨는 얼마 전 유언장을 작성하려다 큰 충격을 받았다. 누구나 디지털 기부를 간편하게 사용하는 시대에 유언장 작성이 마치 미로처럼 복잡하고 번거로웠던 것이다. 그는 곧 뜻을 같이 하는 동료와 함께 온라인 유언장 플랫폼 ‘프리윌’을 공동 창업했다.
프리윌은 전문적인 법률 자문 없이도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복잡한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대다수 일반인이 대상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원하는 사용자는 자회사인 ‘에스테이틀리(Estately)’ 플랫폼을 통해 재정 자문과 함께 상속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모든 유언장은 비공개로 안전하게 보관되며,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프리윌 측의 설명이다. 플랫폼은 사용자의 유산 기부 여부, 지정된 자선단체, 약정 금액 등의 데이터도 분석한다. 프리윌 측에 따르면 사용자의 20%가 유언장에 자선 기부 항목을 포함시켰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4배 수준이다. 2017년 프리윌이 처음 서비스를 제공한 후 지금까지 약 1천억 달러 이상의 유산 기부가 약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 지구에 상속한다…‘환경 단체 기부’ 많아프리윌을 통해 유언장을 작성하는 사용자는 ‘연방 국세청’(IRS)에 등록된 비영리 자선 단체를 지정할 수 있다. 프리윌은 약 1,500개 이상의 비영리 단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프리윌을 통해 작성된 유언장 중 환경 단체 기부율은 높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기부 추세와는 다른 현상이다.
인디애나대학교 ‘릴리 패밀리 자선학 연구소(Lilly Family School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미국 내 기부금의 약 3.5%만이 환경 분야로 지정되는데, 이는 주요 자선 분야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대부분의 기부금은 종교, 사회복지, 교육 등의 분야로 집중된다.
반면, 프리윌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동물 및 환경 보호 단체가 유산 기부에서 평균 기부액과 전체 기부금 부문에서 모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산 기부로 이어지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 어떤 유언장이든 간편 작성‘생전신탁(Revocable Living Trust)’, ‘포괄적 유언(Pour-over Will)’, ‘유언 보충서(Codicil)’…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지만, 디지털 플랫폼이 이들 유언장 작성 작업을 간편하게 돕고 있다. ‘프리윌’(FreeWill), ‘노로’(Nolo)의 ‘퀵큰 윌메이커(Quicken WillMaker & Trust)’, ‘리걸줌’(LegalZoom), ‘굿트러스트’(GoodTrust) 등이 잘 알려진 온라인 유언서 작성 플랫폼이다.
이들 대부분은 유언서 작성 절차를 쉽게 안내하며, 비용이 저렴하거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작성 후에는 원할 경우 변호사에게 검토를 의뢰할 수 있고, ‘지역 변호사협회’(Bar Association)를 통해 상속 전문 변호사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유언장 외에도 ‘지침서(Letter of Instruction)’를 남길 것이 권장된다. 유언장 위치, ‘집행인’(Executor)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 등을 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고, 이 문서들은 몇 년마다 한 번씩 갱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언서 작성 시 기부 항목은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부 금액을 정해 명시하는 것이다. ‘백분율’(%)로 설정하는 방식을 유연한 방법으로 추천하는 전문가도 많다. 정해진 비율로 기부 금액을 정하면 재산 규모 변동에 따라 적절한 기부가 가능하다.
■ ‘은퇴연금·주식·부동산’도 기부 가능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외에도 ‘은퇴연금 계좌’(IRA 등)의 수익자를 자선단체로 지정하는 방법이 있다. 제임스 교수에 따르면, 이 경우 유언장 작성이 필요 없다. 금융기관 웹사이트에서 몇 분 만에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으며 연금 계좌는 세금 없이 자선단체로 이전 가능해 일반 상속보다 기부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치가 상승한 자산도 비영리 단체에 직접 기부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러한 자산 기부는 기부자가 세금을 절약하면서도 더 큰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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