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화·총격 이어 화염병… 증오범죄 빈발
▶ 이스라엘 향한 분노가 반유대주의 변질
▶ “국경 개방 탓”… 이민자 추방 동력으로

친이스라엘 행사 참가자들을 상대로 한 화염병 테러 사건 현장에 2일 피해자들을 위한 꽃다발과 이스라엘기가 꽂혀 있다. [로이터]
미국 내내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이 분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히려 이방인 추방 여론 강화를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친 이스라엘 행사 참가자들을 상대로 가해진 화염병 투척 공격은 최근 발생한 다른 폭력 사건들의 연장선상일 공산이 크다. 지난달 21일 워싱턴 복판 유대인박물관 인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희생자는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두 명이었다. 유월절(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대교의 축제일) 첫날인 4월12일에는 유대인인 조시 셔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관저에 누군가가 불을 질렀다.
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볼더 사건 용의자 모하메드 솔리먼(45)은 이집트 출신 불법 체류 망명 신청자로, 주검찰에 의해 살인 미수와 방화 기기 소지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별개로 연방 당국은 그에게 테러 관련 증오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그가 수사관들에게 한 진술에는 “모든 시온주의자를 죽이고 싶었다”는 말도 포함됐다. 시온주의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민족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거나 동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최근 세 가지 범행을 공통적으로 추동한 요인은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였다. 콜로라도와 워싱턴 사건 용의자는 둘 다 현장에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팔레스타인 용의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항의하기 위해 방화했다는 고백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의 발표이지만, 1일 구호 물자 배급소에 모인 팔레스타인 주민 31명이 숨진 게 이스라엘군 총격에 의해서라는 주장에는 별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23년 10월부터 1년 반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숨진 가자 주민이 5만 명이 넘는다는 게 가자 보건부 추정이다.
그러나 반시온주의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반유대주의 폭력으로 표출되는 것은 변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접근 방식에 비판적인 (친팔레스타인) 운동 진영이 기울여 온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 구분 노력이 최근 범행들에 의해 또 허사가 될 위기라는 게 유대인 단체들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역효과도 크다. 되레 시온주의자에게 역공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볼더 화염병 공격은) 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인질들과의 연대감을 표시하려 했던 평화주의자들을 노린 것”이라며 “잔혹한 테러”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반이민 정책 추진 동력과 이민자 추방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일트루스소셜에 “그(볼더 사건 용의자)는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힌 바이든의 터무니없는 국경 개방 정책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 트럼프 정책에 따라 (미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썼다. 또 “이는 우리가 왜 국경을 안전하게 지키고 불법 반미 급진주의자들을 조국에서 추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엑스(X)에 “비자를 받아 여기 체류하고 있는 모든 테러리스트와 그 가족 구성원, 테러리스트 동조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우리가 찾아내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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