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 대학병원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그의 뇌를 빼돌린 사람이 있었다. 당시 부검을 실시한 병리학자, 토마스 스톨츠 하비. 그는 훔친 뇌를 깍두기 썰듯 200여 조각을 낸 다음 몇 개는 해외 연구소에 보내고 나머지는 자신의 연구실에 몰래 감췄다. 아인슈타인이 살아생전 사물을 쳐다보는데 사용했었을 갈색의 두 눈은 절친 안과의사가 보관해오다가 얼마 전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운 유리병에 담겨 뉴저지의 한 은행 금고에 맡겨졌다. 미래 과학은 그 뇌 조각들을 모아다가 3D 복사, 또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 새로운 천재를 생산할 수 있을까?
골수도 이식하고 심장도 이식하고 신장도 이식한다. 그렇다면 어느 날 뇌도 이식이 가능할지 모른다.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 A는 소위 꼴찌 인생을 살아왔다. 주변에서 ‘에잇, 저런 골 빈 놈’ 소리를 듣던 A가 교통사고로 뇌를 다치면서 B라는 한 천재의 뇌를 이식받게 된다. 수술 성공! 이제부턴 생각도 B의 것이고 기억도 B의 것이고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도 B의 것이다. 그러면 A는 계속 A인가? 아니면 뇌를 기증하고 지구에서 사라진 B가 A인가? 펄럭펄럭 움직이는 팔과 다리는 분명 A꺼처럼 생겼는데 사지를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린 건 B 아닌가? 넌 누구지?
유전자와 염색체의 비밀을 풀어낸 ‘인간게놈’ 연구는 21세기 최고의 업적이다. 2013년, 미국은 인간 두뇌활동 측정기술을 개발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 매년 3억 달러 예산을 책정했다. 유럽연합도 비슷한 시기에 매년 1억 유로씩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체의 마지막 미스터리, 뇌를 구성하는 뉴런세포 1,000억개가 전기/화학적으로 어떻게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지 규명하는 연구다. 이 수수께끼가 풀리면 기억과 정신활동, 성격과 감정과 의식의 비밀을 들춰내는 지도책을 만들 수 있다. 이 지도의 이름이 바로 ‘커넥톰’(Connectome)이다. 커넥톰만 있으면 꼬불랑 웨이브 파마머리에 가려 안보이던 변심한 애인의 두뇌도 들여다보고, 쿵쿵 반항기로 치받는 사춘기 자녀의 마음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MRI로 인체의 병변을 알아내듯, 뇌 MRI 기술은 현재 1밀리 단위까지 뇌의 활동이상 유무를 찾아낸다. 이미 죽은 뇌로는 실험 불가능, 살아있는 뇌는 살아있으므로 표본 채집이 불가능하다. 뇌 연구의 한계점이다. 실험실에서는 ‘꼬마선충’이라는, 맨눈으론 보이지도 않는 땅속 미생물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얘는 물론 뇌가 없다. 감각신경만 살아있다. 하지만 이 꼬물꼬물 생명체가 가진 고작 300개의 뉴런 안에서 과학자들은 유전자 2만개, 염색체 서열 9,700만 개를 찾아냈다. 무려 8년 세월의 업적이다. 300개 뉴런 연구에 8년, 인간 뇌의 1,000억개 뉴런은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려야 ‘뇌지도’, 커넥톰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1,000억 뉴런의 전기회로 같은 지도가 만들어지면 의식과 무의식 같은 미답의 영역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뿐인가! 간질이 치료되고 알츠하이머나 조현병(정신분열증), 자폐증, 우울증의 비밀도 풀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브레인 이니셔티브’ 발표 당시 백악관으로 초청받은 유일한 한국계이자 세계 최고의 뇌 과학자, 세바스찬 승 박사는 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비행기 좌석에 꽂힌 잡지에서 얽히고설킨 운항 노선도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뇌의 지도는 그보다 천억 배 이상 복잡한 구조가 되겠지요. 뇌를 파괴하지 않고 커넥톰을 그릴 수 있을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21세기 말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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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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