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조’ ‘z-드럭’ 의존 중독수준 , 오피오이드와 복용 때 어지럼증·피로·공황발작 부작용
▶ 벤조 관련 사망자 해마다 늘어, 대체요법에 거부 끊기 쉽지않아

1992년부터 클로노핀을 복용한 제시카 팔스타인은 수년째 이 약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Joshua Bright]

제시카 팔스타인은 벤조 약을 끊기 위해 매일의 복용량과 기분, 수면을 기록하는 ‘테이퍼링 노트북’을 수년째 쓰고 있다. [사진 Joshua Bright]

미국 노인의 9%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정신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노인들의 정신 안정제 남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살고 있는 화가 제시카 팔스타인의 경우가 전형적인 예다. 그녀는 1992년 처음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공황 발작이 오고 맥박이 뛰었으며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스트레스가 심해질 때마다 불안감은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때 정신약리학자가 처방해준 클로노핀(Klonopin)이라는 약을 복용하자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세상이 환해졌다.
“나를 안정시켜주었고 에너지는 더 많아졌지요. 간절히 원했던 잠도 잘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몇 달이 가지 못했다. 다시 무서운 증상이 시작됐고 의사는 복용량을 늘였다.
처음에 0.5밀리그램 먹던 것이 약효가 듣지 않자 1밀리그램으로 올라갔고, 거기서 다시 2밀리그램이 됐다. 용량을 계속 올리던 의사는 나중에 아티반(Ativan)과 섞어서 복용하도록 했다.
현재 67세로 건강과 기력이 쇠약해진 팔스타인은 뒤늦게나마 불면증과 불안에 널리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제의 두가지 약을 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약들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병 학자들과 의학계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벤조디아제핀의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종종 ‘벤조’(Benzo)라고 불리는 문제의 약들은 발리움, 클로노핀, 자낙스, 아티반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고는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부작용에 취약한 노인들 사이에서 약의 사용이 증가했다. 단기간 복용이 권장되는 약임에도 불구하고 팔스타인의 경우처럼 많은 환자들이 수년 이상 복용하고 있다. ‘z-드럭’이라고 불리는 암비엔, 소나타, 루네스타 역시 유사한 위험을 안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미국에 아편(opioid) 중독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경종이 울리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코딘과 옥시코돈과 같은 아편(오피오이드0 계열 진통제도 노인들에게 자주 처방되는데 벤조 계열 약들과 함께 먹으면 과다복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피오이드가 위험한 것은 호흡을 정지시키기 때문인데 벤조와 함께 복용하면 그 효과가 증폭된다”고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원이자 벤조디아제핀 오용 남용 관련 전문가인 키이스 험프 리스는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수치가 말을 해주고 있다. 1999년에 65세 이상의 사람들 중에서 벤조디아제핀과 관련된 사망자는 63명에 불과했고, 이들의 29%가 아편 중독이었다. 2015년에 벤조 관련 사망자는 431명으로 증가했고, 3분의 2 이상이 아편 중독이었다.(모든 연령대에서 벤조 관련 사망자는 총 8,791명)
2016년 미 식품의약국은 감기약조차도 벤조와 오피오이드를 함께 처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내보냈다. 규정대로 정확히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나이 들면 수면 문제와 만성 통증이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과다복용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신과 의사에게 자낙스를 처방받은 사람이 엉덩이를 다쳐서 주치의에게 가면 바이코딘을 처방받는 일은 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과다복용은 드물게 일어나는 일인데 비해 학자들이 우려하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약물의 장기 복용이다.
국립 보건원의 전염병학자 마이클 숀바움은 “아편 문제는 제쳐놓고서도 너무 많은 미국 노인들이 벤조 약을 먹고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몇년씩 장기 복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아주 나쁜 상황이고,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은 벤조 약이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낙상과 골절 문제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벤조 약은 어지럼증과 피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사고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기억력과 다른 인지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부 연구는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한 연구에 사용된 광범위한 국가 노인 표본조사에서는 1차 진료와 정신과 방문에서 벤조 처방으로 이어진 비율이 2003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며 85세 이상 노인 환자의 경우 훨씬 더 증가세가 가파른 것을 발견했다. JAMA 정신병학에 발표된 닥터 숀바움의 연구는 2008년에 65~80세의 성인의 약 9%가 벤조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 모두 여자가 남자보다 약을 더 많이 복용했다.
노인들에게 벤조 약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과 인지행동요법 등의 다른 대체요법이 시간은 더 오래 걸리지만 불면증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설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용량을 늘리지 않고 몇년째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독’이라거나 ‘의존’ 혹은 ‘습관’이라는 말만 사용해도 화를 낸다고 말한 닥터 험프리스는 “약물 문제는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드럭 문제가 있다고 하면 환자들은 모욕적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 문제없이 오랫동안 벤조 약을 복용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 잠재적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닥터 험프리스 박사의 지적이다. 이것은 알코올과 비슷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50대 전에는 식사 전에 스카치위스키를 더블로 마셔도 괜찮던 사람이 60대가 넘으면 같은 양에도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 그는 나이 들면 인체의 약물 대사능력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런 약을 끊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복용을 멈추도록 설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와 호주, 그리고 미국의 재향군인 의료 시스템에서 점진적인 방법을 사용, 벤조 복용이 크게 감소한 것은 좀더 신중하고 조심스런 처방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갑작스런 약물 중단은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잘못하면 구토, 불안, 망상 등의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점진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캐나다 연구원들은 노인 사용자들에게 정보 책자를 나눠주고 21주간 서서히 약을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을 통해 약을 끊도록 했다. 미 재향군인 의료계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해독에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제시카 팔스타인의 경우 다리 근육이 약해져 오래 서있지 못하는 증세(일명 jelly legs)와 함께 공황발작과 극도의 피로감, 그리고 다른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난 이후 벤조 약을 끊기 위해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1년에서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금 5년째라는 그녀는 거의 매일 페이스북의 서포트 그룹인 ‘테이퍼 친구’(taper friend)에 접속해서 대화하고 있다. 액상적정법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아티반을 끊었고, 클로노핀은 하루 1밀리그램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
심신이 쇠약해지는 여러 증상을 겪었지만 끊으려는 의지가 확고부동한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가고 있다”면서 “이제 2년 정도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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