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술’ 소주가 미국에서도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요즘 한인마켓에 가보면 다양한 향과 맛, 도수를 지닌 수 십 종류의 한국산 소주가 줄지어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주류 제조업체들이 각각의 특성을 지닌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 상륙한 소주 브랜드로는 참이슬, 처음처럼을 비롯 좋은데이, 잎새주, 맛있는 참소주, 참순소주, 맑을수록, 산소소주 O2린 등 10여개에 이른다. 각 브랜드들이 내놓은 소주 제품들을 모두 합하면 30여종에 달한다.

한국산 소주들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미주 시장의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주의 미국 수출량은 전년보다 7.7% 증가한 1101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주지역 소주업계 관계자들은 올 9월까지의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신제품들이 늘어나면서 애주가들의 선택의 폭은 크게 넓어졌다. 미주에 상륙한 소주는 알콜 도수 20도 이상의 오리지널과 17도대 중간 제품, 12~14도 사이의 과일향 제품으로 대별된다. 참이슬 오리지널과 참이슬 플래시, 진로 24를 내세운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에는 과일 소주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자몽에 이슬에 이어 최근 ‘청포도에 이슬을 추가했다. 하이트진로아메리카 케빈 강 부장은 “청포도에 이슬은 참이슬에 청포도의 상큼한 맛을 더한 13도 과일소주로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복숭아 맛 탄산주 이슬톡톡도 들여 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소주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한인과 비한인을 모두 대상으로 한 핼로윈카니벌과 레스토랑 도우미 등 적극적 마케팅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주류도 올 들어 라인업을 크게 늘리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처음처럼 순하리’라는 이름으로 유자, 복숭아, 사과 소주를 선보였는데 특히 순하리 사과는 다른 순하리 제품들(알콜 도수 14도) 보다 알콜도수가 낮은 12도다. 롯데주류 김경동 미주법인장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과일소주는 아직 시장 점유율은 10%대 정도로 미미하지만 종류가 점점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의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중”이라며 “특히 소주를 처음 접하거나 일반 소주가 너무 독해 꺼리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롯데주류는 상반기에 수출 전용 프리미엄 소주 대장부도 선보였는데 알콜 도수 21도의 증류식 소주다. 그런만큼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실크 문양의 병에 담았는데 고객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라는 게 롯데측 설명이다.

저도의 과일 소주 시장에는 참이슬과 처음처럼 외에도 다양한 브랜들도 가세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무학은 ‘좋은데이’ 석류, 유자, 블루베리, 파인애플, 자몽, 복숭아 6가지의 맛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편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주 할인 마케팅도 가열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 한인마켓에서는 6개 들이 소주 박스가 18달러로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는 병당 2달러 미만에 판매되고 있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