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핫 이슈] “갑질의 추억 청산” 목소리 확산…정권교체 계기
▶ “봉건 잔재와 군대식 문화 스며들어..갑질 퇴출해야 선진민주국가로”
요즘 한국 사회 곳곳에선 “갑질의 추억을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문재인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적폐’ 와 ‘갑질’ 청산이다. 사회적 강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릴 때 흔히 ‘갑질한다’고 표현한다. 계약서상의 갑을(甲乙) 관계에서 비롯된 말이다. 마침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와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을’ 입장에서 고통을 겪었던 약자들이 강자들의 ‘갑질’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상당수 갑질은 수십년 이상 군대, 공직 사회, 기업, 학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관행처럼 지속돼왔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된 갑질은 박찬주 대장(전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인권 침해이다. 국방부 감사 결과 박 대장은 골프 연습을 할 때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게 하거나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운전부사관이 차에 태워주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관병에게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벨을 착용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여러 의혹 가운데 박 대장 부인이 공관병에게 뜨거운 떡국의 떡을 손으로 떼내게 한 것, 텃밭 농사를 시킨 것 등은 조사 대상자들의 진술이 일치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대장 부인이 공관병의 요리를 탓하며 부모를 모욕한 것, 전을 집어 던진 것, 박 대장 아들의 옷 빨래를 시킨 것 등은 대장 부인과 관련 병사들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다수 병사들의 진술이 일치해 사실로 판단했다.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형사 입건된 박 대장은 지난해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직후 공관병 부당 대우 의혹을 받는 부인에게 호통을 치고 한 달 동안 따로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 의혹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뽑아야 한다”면서 “해외공관을 포함해 공관을 보유한 모든 부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해외 공관’을 거론한 것은 최근 일부 외교관들의 성 추문과 갑질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이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파면됐다. 외교부는 또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 대사를 여직원 성 추행 의혹 등으로 중앙징계위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검찰에 형사고발 조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외 공관의 일부 행정 직원은 대사관 회식 때 고기를 굽거나 막힌 변기를 뚫는 등의 업무 외 잡일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일부 경찰 고위직도 부속실 의무경찰에게 간부의 속옷을 빨게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보도가 나와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기업 대주주나 최고경영자들의 갑질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탈퇴한 가맹점주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총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그는 동생이 운영하는 두 개 업체를 끼워넣어 가맹점주들로부터 ‘치즈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57억원을 횡령했다. 정 전 회장은 갑질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피자연합’이라는 새 피자 가게를 열자 인근에 직영점을 내 전국 최저가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펴기도 했다. 또 전직 운전기사 4명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제약회사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학계와 문화예술계의 갑질도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교수가 제자인 대학원생을 성추행하거나 학생 연구원 인건비를 횡령했다는 보도도 종종 나온다. 여배우 A씨는 최근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폭언하는 한편 베드신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면서 고소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소속 B전임의(34·여)는 지난 1일 병원 수술방에서 C(50)교수의 지도 아래 난소 양성종양 흡입 시술을 하던 과정에서 C교수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마필관리사 두 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마장에 대해 고용노동청이 조사한 결과 경마장측이 마필관리사들에게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빈번하게 법정 연장근로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봉건적 잔재와 상명하복 군대식 문화의 부정적 측면이 각 분야의 위계질서에 스며들어 ‘갑질’로 자리잡았다”면서 “이제는 각계의 갑질 문화를 퇴출시켜야 한국이 선진민주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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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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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잘못가면 공산당이 되니 극히 조심해야한다.촛불을 경계해야한다. 귀족노조와 미노총 모두 공산당쪽으로 기울어져 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