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의 중심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는 주식 시장 활황을 상징하는 ‘황소상’ (Charging Bull)이 있다.
주가 대폭락이 있었던 1987년 주식시장 회복을 염원하며 같은 해에 설치된 길거리 동상이다. 뉴욕을 찾는 방문객이면 누구나 한번쯤 기념 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유명세를 탄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 황소상 앞에 얼마전 소녀 동상이 하나 떡하니 자리 잡는 일이 생겼다. 세계 여성의 날 전날‘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 (State Street Global Advisor)란 단체에 의해 세워진 이 소녀상은 이후 순식간에 황소동상의 인기를 눌러버렸다.
소녀상을 세운 단체에 의하면 소녀상은 여성 인권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금융 업체가 밀집한 월스트리트에 소녀상이 세워진 이유는 월스트리트 금융업계를 비롯, 미국 기업에서의 고위직 성비 불균형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크리스틴 비스발이란 미술가에 의한 탄생한 이 소녀상은 이후‘ 용감한 소녀’(FearlessGirl)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방문객의 발길이 하나 둘씩 늘고 유명세를 타면서 ‘체인지’ (change.org)란 단체는 소녀상을 영구 설치하기 위한 청원 운동에 나섰고 이미 수천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결국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지난달 27일 용감한 소녀상을 교통국 건물 부지내에 내년 2월까지 ‘도시 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설치 기간을 연장하도록 승인했다.
뉴욕시의 이같은 결정이 있은 뒤 월스트리트의 터줏대감격인 황소상의 작가가 발끈하고 나섰다. 황소상의 작가 아투로 디 모디카는 “황소상은 주식 시장 활황에 대한 염원을 예술적 메세지로 담아낸 작품”이라며 “그러나 소녀상은 예술적 의미를 폄훼하는 광고 캠페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디 모디카의 변호인측에 따르면 소녀상은 원래 ‘여성 지도자의 능력을 인식하라. 그녀(SHE)가 변화를 만든다’라는 문구를 함께 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구중 ‘그녀’ (SHE)라는 단어가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단체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상장지수 펀드의 종목코드를 의미한다는 것이 변호인측의 주장이다.
종목 코드는 주식 시장에서 주식거래 편의를 위해 해당 회사명을 약식화한 것이다. 디 모디카측은 현재 소녀상이 황소상의 상표와 저작권법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녀상 설립 단체측에 항의 서한을 보낸 상태다.
소녀상을 작업한 비스발은 실제 인물에서 영감을 얻어 소녀상을 작업했다고 한다. 영감을 준 실제 소녀는 백인이었으나 소수계 여성 기업지도자를 대변하는 의미에서 동상은 히스패닉계 모델을 대상으로 재탄생했다. 비스발측에따르면 대기업이사회에서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로 남성 임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다. 만약 소수계 여성임원만 따질 경우 그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고 소녀상을 제작한 단체측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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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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