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40주년 맞아 블루레이로 출시
▶ 초능력 여고생 광란 살인극 돼지피 뒤집어 쓴 장면 압권, 주인공역 시시 스페이섹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무명작가 스티븐 킹 스타로

‘캐리’에서 모녀로 나온 시시 스페이섹과 파이퍼 로리. 두 사람 모두 오스카상에 후보지명됐다.
19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영화 ‘캐리’(Carrie)를 기억할 것이다. 1976년 핼로윈에 개봉됐던 이 영화는 미국 영화사상 가장 히트했던 공포영화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주인공 캐리 역의 시시 스페이섹(Sissy Spacek)과 엄마 역의 파이퍼 로리(Piper Laurie)가 오스카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 영화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없는 이미지들과 끔찍한 엔딩 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이 영화는 또한 젊은 감독 브라이언 디 팔마(Brian De Palma)와 신인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캐리’를 보면 어떨까? 개봉 40주년을 맞아 블루레이로 나온 이영화를 새롭게 본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이거 그렇게 무섭지 않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호러무비라기보다는 하이스쿨 드라마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브라이언 디 팔마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공포영화로 만든 것이 절대 아니다. 그보다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캐리는초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돼지피를 뒤집어쓰기전에는 그렇게 광폭하지 않았다. 이 작품이 책과 영화에서 모두에게 호소력을 가졌던 것은 누구나 고교시절 느꼈던 소외된 경험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스티븐 킹이 1974년 출간한 첫 소설‘ 캐리’는억눌린 광신도 어머니 밑에서 자란 10대 소녀가 주인공이다. 친구도 없고 항상 혼자인 그녀는 늘 놀림과 따돌림을 받는 존재인데, 한가지 특별한 것은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 샤워실에서 처음 생리를 했을 때 친구들로부터 수모를 겪었고, 멋진 남학생의 초대로프롬 파티에 갔을 때 돼지피를 뒤집어 쓴 캐리는 결국 초능력을 사용한 광란의 살육 복수극을 펼치게 된다.
스티븐 킹은 많은 베스트셀러 소설을 썼지만 ‘캐리’는 그가 쓴 가장 짧은 소설의 하나다.
“굉장히 단순한 스토리입니다.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일의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할수 있죠”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킹은 막 대학을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교사였다. 그래서 고교생들의 생활을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었던 그는 당시 자신이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스토리에 대해 쓰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고 술회한다. 1970년대중반까지 스티븐 킹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때까지 그가 발표한 글이라고는남성 매거진에 단편소설을 좀 쓴 것뿐이었으니말이다.
당시 뉴욕에서 영화 제작자로 일하고 있던로렌스 D. 코헨이 산더미같은 원고들 속에서‘캐리’를 뽑아냈을 때 그 역시 킹에 대해서는들어본 일이 없었다. 영화의 극본을 썼던 코헨은 비평가들이 ‘캐리’의 장르가 어디에 속하는가를 놓고 난감해했던 이유를 잘 안다고 말한다. 하이스쿨 영화, 공상과학소설, 공포영화, 심리 스릴러, 모두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결국 유나이티드 아티스츠(UnitedArtists)가 제작하기로 했고, 디 팔마가 감독으로 낙점됐다. 그때 ‘스타 워즈’를 캐스팅 하고있던 조지 루카스와 함께 공동 오디션을 하게된 디 팔마 감독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신인배우들-존 트라볼타, 베티 버클리, 윌리엄 캐트,낸시 앨런, 에이미 어빙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캐리 역에 대해 소설에는 ‘땅딸막한소녀’이며 ‘백조들 사이의 개구리’로 표현돼 있었지만 디 팔마는 시시 스페이섹을 캐스팅 했다. 그녀는 바로 전 테렌스 말릭의 첫 영화‘ 배드랜즈’ (Badlands, 1973)에 주연으로 나온 배우였다.
“스튜디오에서는 시시를 테스트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디 팔마 감독은 말한다. 그때 그녀는 머리에 기름이 잔뜩 끼고 초라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바셀린을 바르고 오디션에 왔었다.
캐리 역을 따낸 그녀는 후에 다른 영화(CoalMiner’ s Daughter, 1980)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어도 지금까지 캐리 역으로 가장 널리 오래 기억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수없이 많은 대량살인 영화들과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영화, 고문 포르노(torture-porn) 영화들이 나왔던 터라지금 보는 ‘캐리’는 하이스쿨에 관해 놀랍도록자연스럽고 강렬하게 그린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프롬 드레스를 쇼핑하고, 타운을 쏘다니고, 방과후 남아서 훈계도 듣는 고등학생들의 삶이 묘사된 영화라는 것이다. 돼지피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장면은 끝나기 20분전에야 나오니 말이다.
UA는 이 영화를 B무비로 마케팅하려고 했다. 코헨에 따르면 제목도‘ 캐리를 위해 기도하라’ (Pray for Carrie)로 바꾸려고 했었다.“ 그건굉장히 김빠지는 영화제목이었다”고 말한 코헨은“ 게다가 영화 포스터에 캐리가 피를 뒤집어쓴 장면을 넣어서 광고하기 시작했을 때 이 사람들이 정신 나간게 아닌가 의심했다”고 덧붙였다.
“그건 완전 스포일러죠. 당시에는 스포일러라는 말조차 없었지만 말입니다. 영화를 선전하고 팔기에는 분명히 좋은 장면이지만, 그 장면을 미리 보여주는 건 영화 전부를 공개하는 것과 같았으니까요”그 포스터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의 차이를 설명하는 훌륭한 예가 되었다. 폭탄이 터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되는 것과 아무런 경고 없이 터지는 것의 차이 말이다. 피 범벅의 캐리는 관객들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보았던 폭탄이었다.
‘캐리’가 공포영화로 분류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종영 2분전에 나오는 장면 때문이다. 광란의 살육 현장에서 살아남은 착한 친구(SueSnell)가 캐리의 무덤에 찾아가 꽃을 놓는 순간땅속에서 피 묻은 손이 솟구쳐 나오는 장면은영화 관객들이 마지막으로 혼비백산하는 절정을 선사했다. 사람들이 그 영화를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며, 극장을 나서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첫 번째 장면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캐리’의 뮤지컬 극본과 2013년 리메이크 영화의 극본도 썼던 코헨은“ 그 장면이 스티븐 킹을 공포소설 작가로 명성을 쌓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히트하면서 소설도 엄청나게 팔렸고, 킹의 다음번 소설 ‘샤이닝’ (The Shining)은 그의 첫 하드커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들 아는 대로 세계적인 공포소설작가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킹은 아직도 고등학교를 가장 무서운 장소이며 환경으로 여기고 있다. 라커룸이 줄지어 있는 복도는 그 자체로 가장 어둡고 두려운 곳이라는 것이다. 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고교 시절을 돌아볼때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시기였다면당신은 아주 못되고 나쁜 사람입니다. 보통 우리 대부분은 하이스쿨을 생각하면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사진 United Artists>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된 1976년작‘ 캐리’의 포스터.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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