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차별보다 높은 나이벽 희망자에 훈련·멘토링 창업지원 단체 늘어
▶ 스타트업 24%가 55~64세 사회적 기업가 정신 눈길

에이버리 체노웨스(왼쪽)와 동업자인 도미니크 시니발디. 이들은 공동으로 ‘히얼스 마이스토리닷컴’이라는 게이밍 앱 제작사를 설립했다.
에이버리 체노웨스는 이순의 나이인 60세에 사업가로 거듭났다.
65세인 동업자와 손잡고 위치기반 역할연기를 통해 역사적 사건을 생생히 재연하는 게이밍 앱 제작사 ‘히얼스 마이스토리’를 런칭하면서 당당히 ‘황혼 창업’에 성공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하던 일을 마무리 하는 게 더욱 어울릴 법한 나이에 신참 사업가로 인생 반전을 시도하는 것이 사실 그리 쉽지는 않았다.
작가였던 체노웨스는 심각한 심장발작을 일으킨 후 글쓰기를 접었다. 창작의 고통을 버텨낼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 그는 궁여지책으로 차량대여업체인 허츠에서 최저임금을 받아가며 고객이 버리고 간 차량을 회수하는 일을 맡았다.
그로부터 1년 뒤 체노웨스는 친구의 권유로 샬로츠빌에 위치한 버지니아대학 다든 경영대학원의 창업지원 프로그램 i.Lab에 참여하면서 흔치 않은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대부분 그의 아들 연배인 경영학 석사들이었다. 무거운 나이를 지고 뛰어야 하는 힘겨운 도전이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창조의 열정이 그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회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체노웨스는 나이든 창업주의 머리 위에 전진을 가로막는 단단한 ‘콘크리트 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의 승진을 차단하는 보이지 않는 성차별의 벽을 흔히들 ‘유리천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체노웨스가 부딪힌 것은 눈에 보이는 견고한 연령의 벽이었다.
겉으로는 명주처럼 부드럽게 보이지만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살갗이 벗겨지거나 피멍이 드는 콘크리트나 박달나무처럼 단단했다.
은퇴기로 접어든 많은 사람들이 황혼창업을 원하면서도 특정한 스킬이 없다든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자신감 결여로 그대로 주저앉곤 한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콘크리트 천장에 부딪힌 셈이다.
바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베이비부머에 초점을 맞추는 창업지원 단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샌프란시스코 YWCA와 ‘마린 핍티 플러스 프로그램’은 50세를 넘긴 여성들에게 취업 훈련과 기회 및 멘토링을 제공한다.
연령차별의 두려움으로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68세 여성은 이 프로그램의 퀵북스 훈련을 받은 덕분에 회계업체를 차렸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도 중소기업청(SBA)과 제휴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각기 전국 50개 주에 지부를 두고 있는 AARP와 SBA는 지역 특성에 맞춘 웍샵과 웹세미나(웹비나)를 개최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르네상스 안트러프러너센터와 SBA의 숫한 지역 파트너들도 참가자들의 창업과 취업 훈련에 뛰어들었다.
AARP를 비롯한 일부 그룹은 나이든 사람들에 집중하지만 다든의 iLab처럼 주로 젊은 창업희망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들조차 베이비부머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점차 익숙해지는 분위기다. 이들 역시 체노웨스의 말대로 “창업엔 연령보다 기질이 중요하다”고 믿기 시작했다.
에너지 스타트-업에 초기투자를 하는 ‘에너지 파운더리’의 최고경영자겸 대표이사인 제이슨 블럼버그는 “구 산업의 개념을 완전히 뒤짚어 엎는 게 클린테크 산업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위해선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산업에 대한 정통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잉 매리언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2015년 신참 사업가의 24.3%는 55세에서 64세 사이였다. 10년 전인 1996년의 수치는 14.8%에 불과했다.
SBA 보고서도 44세에서 70세 사이의 연령대에 속한 사람들 4명당 1명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50세 이상인 모든 사람이 사업가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50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인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전통적인 은퇴연령인 65세를 넘긴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들의 왕성한 집단적 노동 욕구를 수용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이와 관련, ‘록펠러 필랜드로피 어드바이저스’의 최고경영자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멜리사 버만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인 ‘사회적 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이 중요한 사회적 필요, 또는 사회적 목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정수시설을 건설하거나 빈민국의 여성 가내수공업자들에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하면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까지 동시에 일궈낼 수 있다.
버만은 나이든 사람의 고용에도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굿 펀드’가 ‘다이애나 데이비스 스펜서 파운데이션 펠로십’을 통해 50세 이상의 미국인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한 사업가들로부터 신청서를 접수한 후 이들 가운데 선발한 펠로우들에게 15개월에 걸쳐 빡센 훈련과 멘터링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펠로십 고문단에는 빈곤퇴치를 위해 방글라데시에 무담보 소액대출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세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와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의 공동창업주인 셰이라 존슨 등이 포진하고 있다.
수개월간 코칭과 스킬 평가를 받은 펠로들은 ‘리더십 신병훈련소’에서 5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온라인 협업도 수행한다.
베이비부머의 창업과 고용을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 사업가정신의 가치 있는 목표인 이유는 분명하다. 펠로십 재정디렉터인 허피즈 페르난데즈는 “은퇴기에 접어든 베이비부머들은 우리가 소홀히 하는 시장을 이해한다”며 “이들에게 고용기회가 주어질 경우 사회적 필요가 해소될 뿐 아니라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구매집단이 재형성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일보 The New York Time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