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랩탑에 노트하는 사람 타이핑 속도 빠르고 단기 기억력은 뛰어나
▶ 펜·연필 사용한 필기, 강의내용 오래 기억 “정보처리과정 차이 탓”

손으로 필기하는 것이 타이핑하는 것보다 더 잘 배우고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youtube.com>
“펜이 키보드보다 똑똑하다”
랩탑과 스마트폰의 오거나이저 앱들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펜과 종이가 구석기 시대의 산물로 보일지 모르지만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키보드를 두드려 노트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집중력을 높이고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월스트릿저널은 지난주 프린스턴 대학과 UCLA의 공동연구 결과를 인용, 학교에서 손 글씨로 노트하는 학생들이 컴퓨터로 노트한 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았다고 보도했다.
수업시간의 필기 방법을 비교한 이 연구에서 글씨로 노트한 학생들은 타이핑한 학생들에 비해 더 잘 배우고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도 금방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어떻게 필기하고 정보를 정리하는가의 차이점을 연구하고 있는 네브래스카 대학의 교육심리학자 케네스 키우라는 “노트를 쓰는 것이 타이핑하는 것보다 생각을 더 잘 포착한다”고 말했다.
고대의 필경사들이 처음 갈대 펜으로 파피루스에 글을 쓴 이래 글씨를 쓰는 것은 우리가 듣고 보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기록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배움의 연금술을 위한 촉매역할을 했다.
실제로 뭔가를 쓰면 뇌가 흥분하는 것으로 뇌영상 자료에 나타난다.
“노트하는 것은 당신이 들은 것을 마음속에서 변형시키는 상당히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하버드 대학의 인지심리학자 마이클 프리드만은 말했다.
학자들은 노트하는 기제들에 대해 거의 한 세기 동안이나 연구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정보 파악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로 인한 차이점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연필은 17세기부터 대량 생산되었으며,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은 만년필(1827년에 특허등록)이나 볼펜(1888년 특허등록), 혹은 마커(1910년 특허)를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랩탑에 타이핑하면 더 많이 더 빨리 기록할 수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배움의 효과는 떨어진다. <사진 digitaltrends.com>
그러나 오늘날 사실 모든 대학생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고, 강의시간에는 교수의 가르침을 노트하느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일반적으로 랩탑으로 노트하는 사람들은 펜이나 연필로 적는 사람보다 더 많이 필기하고 더 쉽게 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대학생들은 보통 1분에 33개 단어를 타이핑하는 속도로 필기한다. 손으로 쓰면 1분에 22개 단어를 간신히 적을 수 있다.

손으로 쓰면 정보를 더 잘 정리하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 <사진 learningenglish.voanews.com>
단기적으로는 타이핑 필기가 더 낫다.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2012년 학과시간이 끝난 직후 시험을 치렀을 때 랩탑으로 노트한 학생들이 펜으로 쓴 학생들보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고 성적도 약간 더 좋게 나타났다. 8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실험 결과는 교육심리학 저널에 보도됐다.
그런데 그 작은 이점은 일시적인 것이다. 24시간이 지난 후 컴퓨터 노트 학생들은 대개 자기가 쓴 내용을 잊어버린 것으로 여러 연구결과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썼던 노트조차도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피상적으로 필기했던 것이다.
대조적으로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고 있었고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클래스에서 배운 개념을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 손으로 적는 과정을 통해 정보가 기억 속에 더 깊이 새겨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팸 A. 뮬러와 UCLA의 대니얼 오펜하이머는 2014년에 실시된 3개의 실험에서 학생들이 알고리즘 박쥐 등을 포함한 여러 주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키보드를 사용하던지 혹은 종이와 펜을 사용해서 필기하도록 했다. 67명의 학생들은 필기가 끝난 직후에 시험을 보았고, 1주일 후 그때 쓴 노트를 리뷰할 기회를 준 다음 다시 한 번 테스트를 받았다.
손으로 필기한 학생들은 글자 수는 적었지만 자기가 쓴 내용에 대해 더 열심히 생각하는 것 같았고, 자기가 들었던 것을 더 확실하게 소화한 것처럼 보였다고 연구진은 학계에 보고했다. “그 모든 노력들이 더 많이 배우도록 돕는다”고 오펜하이머 박사는 말했다. 반면 랩탑 사용자들은 자기가 들은 것을 글자 그대로 기계적으로 필기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했을 때 랩탑으로 쓴 사람들은 들여다볼 내용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필기한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다”고 말한 뮬러 박사는 “노트를 많이 쓴 것들이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타이피스트들은 말을 단어 그대로 따라 적는 경향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랩탑 필기의 매력이 더 많이 더 빨리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바로 그 때문에 배움의 효과가 떨어졌다”고 닥터 기우라는 말했다.
한 실험에서는 닥터 뮬러가 랩탑을 사용한 학생들에게 문자 그대로 노트하는 것을 피하지 않으면 나중에 성취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피할 수가 없었다. “랩탑에 필기할 때 단어 그대로 타이핑하는 경향은 굉장히 깨뜨리기 어려운 습관”이라고 말한 그녀는 “성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계속 타이핑하고 또 타이핑하는 습관이 완전히 몸에 밴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런 연구들은 모두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교실에서나 회사 미팅에서나 의사의 사무실에서나,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글로 쓰려고 할 때는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했다.
대학 강의실은 보통 타이핑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프린스턴에서는 학생의 3분의 2가 랩탑으로 강의를 필기하는데 비해 UCLA에서는 반 이하의 학생들이 랩탑을 사용한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는 약 41%의 학생이 클래스 필기에 랩탑을 사용하는 것으로 최근 조사에서 집계됐다. “프린스턴 대학은 맥북의 바다와 같다. 손으로 필기하는 학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닥터 뮬러는 말했다.
그래도 어떤 방법으로든 노트하는 것이 아무 것도 안 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다. 손 필기가 좀 더 기억에 남기는 하지만 더 개선할 여지도 있다. 닥터 키우라는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16회의 실험을 통해 손 필기의 완전성을 알아본 결과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들은 정보의 3분의 1밖에 적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말을 따라가느라 바빠서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맥락을 놓치기도 하고 세부사항을 건너뛰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만큼 필기라는 것 자체가 산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닥터 키우라는 자기가 학생시절 교수 한 사람이 학생들의 온전한 강의집중을 위해 그의 클래스에서는 노트하는 일을 금지했던 사실을 상기했다. 그 대신 그 교수는 전체 강의에 관한 노트를 미리 준비해서 나눠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 키우라는 몰래 노트북을 감추고 자기만의 노트를 해나가곤 했는데 어느 날 딱 걸리고 말았다.
“키아라군, 내 강의실에서 노트하고 있나?” 교수님이 물었고 당황한 그는 거짓말을 했다.
“고향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원 세상에, 난 자네가 노트하는 줄 알았다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