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MoMA 현대미술관의 특별한 실험, 기획전 ‘에드가 드가’ 내일 개막 앞두고 큐레이터들 직접 플레이트에 그리고 프린팅
▶ “예측 어려운데 이런 작품 나오다니 경이”

정글 프레스 에디션의 프린트 전문가들과 모마 현대미술관 팀이 컬러 모노타입 판화를 시험해 보고 있다. <사진 wsj.com>
뉴욕의 모마(MoMA) 현대미술관은 3월26일부터 7월24일까지 ‘에드가 드가: 기이한 새로운 아름다움’이란 기획전을 연다.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무희들의 모습을 많이 그린 화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드가는 금속판에 그림을 그려 판화로 찍어내는 모노타입 프린트를 많이 사용했다. 이 전시는 드가의 잘 안 알려진 판화작품들을 소개하는전시로, 지난주 월스트릿저널은 이를 기획하기 위해 큐레이터들이 연구하고 실험한 뒷얘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유명한 인상파 대가의 전시회를 열 때는 일반적으로 직접 수작업으로 작품을 연구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러나 3월26일 뉴욕 모마(MoMA) 현대미술관에서 개관하는 ‘에드가 드가: 기이한 새로운 아름다움’(Edgar Degas: A Strange New Beauty)의 기획자들은 직접 판화를 해보며 체험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 전시회는 그동안 거의 공개된 적이 없는 드가의 모노타입 판화작품 약 120점과 그와 관련된 다른 작품 60점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드가는 1870년대 중반에 모노타입 판화 공정을 발견하고는 몇년 동안 맹렬하게 실험하면서 수백점의 판화를 남겼다. 그리고는 1890년대 들어서 다시 이 미디엄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보통 사용하는 검은색 잉크 대신 색깔 있는 오일 페인트를 사용함으로써 근본적인 혁신을 꾀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모마의 전시기획팀을 직접 실험해보도록 부추겼다.
“이런 종류의 작업을 정말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화가가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이 전시 기획을 이끈 조디 홉트맨 큐레이터는 말한다. 모마에서 드로잉과 판화부 큐레이터인 그녀는 “우리는 재료의 선택과 방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가 플레이트 위에서 물리적으로 한 일을 아는 것은 작품에 대한 우리의 전반적인 이해와 연결된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판화는 금속판이나 기타 재료의 표면에 영구적인 이미지를 새겨 넣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모노타입은 잉크나 물감으로 직접 플레이트 위에 그린 다음 거기에 더하고 없애고 다시 그리는 조작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그 유동성 때문에 작가는 플레이트가 프레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계속 작업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모노타입은 프린팅 과정에서 잉크나 물감이 어떻게 찍혀 나올지 모르는 예측불가능성이 있고, 드가는 그것을 충분히 이용했다. “그는 이 재료를 사랑했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었다”고 말한 홉트맨은 “그가 온갖 종류의 다른 작업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노프린트 판화를 직접 해보기 위해 홉트맨과 다른 2명의 모마 협업자들-선임 보존전문가 칼 부크버그와 보조 보존가 로라 노이펠드-은 정글 프레스 에디션의 고와누스 웍샵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매스터 프린터인 앤드류 모클러와 공동 디렉터 제니퍼 마샬과 함께 이들은 드가의 모토타입 작품에서 발견되는 효과를 재현하기 위해 그의 테크닉을 물리적으로 연구하고 검토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모마 팀은 드가의 잉크 모노타입의 일부 효과들은 플레이트의 일정 부분에 솔벤트 용액을 떨어뜨림으로써 만들어졌다고 추측해왔다. “드가는 바닥에 멋진 블라우스들이나 천들을 깔고 일했다”라고 말했던 부크버그는 그러나 모클러가 실제 액션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어떻게 그런 작업이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이 방문자들은 결국 자기들도 손을 더럽히게 됐다. 그들은 드가가 자주 사용했던 여러 가지 테크닉들을 직접 해보았는데 말하자면 플레이트에서 잉크를 닦아내거나 붓자루 뒤끝으로 잉크에 라인들을 만들어보는 등의 일이었다.
“잉크는 피부에 묻으면 여간해서 잘 안 지워진다”고 말한 홉트맨은 놀라울 정도로 뻑뻑하면서 끈적거린다고 덧붙였다. “내 느낌으론 드가가 팔꿈치까지 잉크를 묻히며 일했던거 같다”고 말한 그녀는 잉크를 지워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런 생각을 확실히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드가의 모노타입 작품들을 보면 “그의 지문들이며 손금들이 남아있는 것이 실제로 보인다”라는 설명이다.
다른 탐험들은 색깔이 있는 컬러 모노타입에 관한 것이었다. 1890년대 초에 제작된 이 작품들은 추상에 가까운 스타일로 그려진 풍경작업들이다. 유화 물감은 잉크보다 더 유동적이기 때문에 아마 드가는 더욱 자유스러운 스타일로 그렸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정글 프레스에서 했던 페인트를 두껍게 칠한 실험은 ‘스머시’(the smush)라는 용어로 불리는 작업을 만들어냈다. 모마가 소장한 드가의 2개 모노타입 작품 중 하나인 ‘산속의 숲’(Forest in the Mountains, 1890년께)에서 볼 수 있는 초록색 부분과 비슷한 부분이 나온 것이다.
보통 모노타입 판화는 단 한 장의 프린트만을 찍어낸다. 하지만 드가는 플레이트로부터 한 장 이상의 판화를 뽑아냈다. 플레이트를 계속 찍어내면 당연히 색깔도 연해지고 이미지도 줄어든다. 이러한 반복과 변형으로 얻어진 후속 프린트들은 종종 드가의 파스텔 드로잉의 기초그림으로 사용되곤 했다. 드가의 파스텔화의 4분의 1 정도가 모노타입 프린트 위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홉트맨의 설명에 따르면 프린트 순서는 우선 드가가 첫 번째 프린트를 찍어낸 후 프린트가 마르기 전에 카운터프루프(counterproof)를 찍어낸다. 카운터프루프는 플레이트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첫 번째 프린트에 다시 종이를 겹쳐 눌러서 얻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 플레이트에서 두 번째 프린트를 얻은 드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플레이트에서 세 번째 프린트를 찍어낸 다음 그것을 파스텔로 칠했던 것이다. 보통 모노타입 미디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지 하나의 판화만을 찍어내는데 그는 4개나 뽑아냈다고 홉트맨은 설명했다.
계속 확장되는 가능성을 본 남다른 감각이 드가의 모노타입 작품에 스며들었고 그의 다른 그림에도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대기적으로 정리된 모마 현대미술관의 드가 전시회는 드가가 모노타입 이전에 시도했던 다른 판화 기법들과 모노타입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 남긴 작품들로부터 시작된다. 이후로는 주제별로 댄서들, 카페 콘서트, 목욕하는 사람들, 사창가 풍경, 그리고 모던 라이프까지 죽 모노타입 작품들과 모노타입에 파스텔을 입힌 작품들을 보여준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드가의 모노타입 실험들이 그의 나머지 작품들에 남긴 영향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비에 있는 세 명의 무용수’(1892~1895) 같은 작품에서 색조에 더 신경을 쓰고 물감 처리는 좀더 자유롭게 다룬 것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관람자들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의 흔적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를 바라고 있다. 천으로 닦은 자리, 붓털 자국, 드가의 지문 등을 말이다. “모노타입 프로세스란 만들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무엇인가를 잡아내는 과정”이라고 홉트맨 큐레이터는 말했다.

‘벽난로’(The Fireside, 1880-1885). 드가는 이 모노타입에 텍스처를 더하는 과정에서 엄지와 손바닥 자국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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