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공한 광고-실제 농부 등장 램 트럭, 스마트폰 액세서리사 모피…진솔·흥미 유발로 호평
▶ ■ 실패한 광고-‘물 위 걷는 기적은 사기’, 레드 불 만화광고 파문…소비자“불경”비난에 사과
미국인들은 식사모임에서 종교를 화제로 삼지 않는다. 참석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려 말다툼이 벌어질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교모임에서 정치문제를 화두로 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광고회사들도 소비자들을 겨냥한 광고에 종교를 끌어들이지 않으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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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광고업자들을 너그러이 용서할지 몰라도, “신성모독”을 주장하는 일부 소비자들이 결코 ‘관용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서건 이단아는 있게 마련이다. 램(Ram) 트럭과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인 모피가 대표적인 본보기에 속한다.
런던에 기반을 둔 바틀 보글 헤가티 광고 에이전시의 창립자 존 헤가티는 “대단히 위험부담이 높긴 하지만 신이나 기도 등 종교적 테마를 조심스레 끼워 넣은 광고전략은 잘만하면 큰 보상이 따른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해당 종교 신자들의 집단반발로 엄청난 역풍을 맞기 십상이지만 정확한 ‘심령코드’를 건드리면 종교적인 마인드를 지닌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에 펼쳐진 47회 수퍼보울에 스폰서를 참여한 램 트럭은 농가에 초점을 맞춘 픽업트럭 광고에 “그렇게 하나님은 농부를 창조하셨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유명 영화배우 폴 하비의 목소리를 차용한 2분짜리 램 트럭광고는 텍사스주 달라스에 위치한 에이전시 리처즈 그룹이 제작한 것으로 10일간 무려 1,800만 뷰를 기록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의 램 광고담당 책임자 마리사 헌터에 따르면 이 광고의 백미는 대역이 아닌 실제 농부들과 그 가족들이 하나님께 진심에서 우러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다.
그녀는 “농부들과 그들 가족의 정직하고 순수한 모습의 진수를 포착해 진솔하게 보여주었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는 우리가 들은 최상의 칭찬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테네시 자이언츠의 쿼터백으로 활약하는 마커스 마리오타는 테네시 소재 가톨릭 병원 체인인 ‘세인트 토머스 헬스’의 광고에 등장한다.
이 광고에서 마리오타는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을 위해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세 번 두드린 후 손으로 하늘을 가르키는 동작으로 조물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바로 이때 “모든 것이 가능하다”(Nothing shall be impossible)는 광고의 태그라인(핵심 구절)이 따라 나온다. 누가복음 1장37절의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에서 ‘For God’이라는 앞의 두 단어를 떼어낸 인용문이다. 이 태그라인은 광고팀 팀원들 가운데 한 명이 교회에서 설교를 들은 후 만들어냈다.
물론 종교적 상징을 동원한 광고에는 항상 시비가 따른다.
그러나 보한 애드버타이징의 최고경영자 샤리 데이는 “소수의 소비자들이 종교에 기반을 둔 광고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지만 그보다는 찬사를 보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교, 특히 기독교의 상징성을 노골적으로 차용한 광고들과 달리 보다 미묘한 접근법을 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헤가티가 이끄는 바틀 보글 헤가티는 최근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러브 액추얼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리처드 커티스와 손잡고 전 세계 영화관에서 선보일 ‘프로젝트 에브리원’이라는 만화광고를 제작했다.
빈곤과 불평등, 기후변화 등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상업용 만화광고에는 유명배우 리암 니슨이 보이스오버(목소리 연기)를 담당한다.
만화광고는 적어도 외부적으로 리암 니슨이 ‘신의 목소리’를 연기한다는 어떤 힌트도 제시하지 않는다.
헤가티는 “리암 니슨의 중후한 목소리에는 권위가 실려 있다”며 “광고는 신적인 존재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의 음성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종교를 이용한 창조적 광고전략 가운데 위험부담이 유난히 큰 것이 있다. 바로 신을 웃음거리로 삼는 광고다. 이런 광고는 거의 틀림없이 소비자들의 집단적 저항과 거센 반발을 불러온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다.
지난 2월1일 수퍼보울 대회 중 방영된 스마트폰 액세서리 회사인 모피는 ‘All-Powerless’(완전무력)이라는 종말론적이면서도 유머스러운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회사 도이치가 제작한 모피 광고는 아프리카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관목 숲이 불타며 개가 인간을 끌고 다니는 해괴한 광경을 보여준다.
광고의 마지막 부분에 종말론적 대이변과 혼란의 이유로 “신의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모피광고에서 신을 연기한 배우는 “솔직히 불경스런 짓을 한 것 같았다”며 핵심 메시지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나님은 알고 계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치 북미 지역 최고경영자인 마이크 셸던은 “모피의 광고는 신학에 관한 것이 아니라 셀폰이 꺼졌을 때 마치 세상이 끝난 듯한 느낌을 받는 대중적 심리상태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먹힌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모피의 수퍼보울 광고는 유튜브를 통해 570만건의 뷰를 기록했고 소셜미디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며 이곳저곳에서 무려 4,100만번이나 거론됐다.
셸던은 “신만큼 인지도가 높은 광고 후원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그의 탤런트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송 네트웍과 하나님 사이에 껄끄러운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셀던의 말대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나님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해 일과를 처리한다고 믿기만 하면 된다.”그러나 광고가 불경스럽게 인식될 경우 무시무시한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
모피의 광고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에너지 드링크 제조사인 레드 불(Red Bull)은 지난 2012년 여론의 십자포화에 벌집이 된 채 광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파를 탄 만화광고에는 예수 캐릭터가 등장해 “물 위를 걷는 기적이 사기극”이었다고 실토한다.
예수로 묘사된 캐릭터는 “물결이 일렁이는 갈릴리 호수의 물 위를 걸을 때 실은 물속에 숨겨둔 징검다리를 밟고 건넜다”며 기독교인들에게 결코 ‘용서받지 못할’ 망언을 날린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온몸이 물에 젖은 그는 “오 주여”(Oh, Jusus!)라고 소리친다. ‘맙소사’ 정도의 뉘앙스를 지닌 ‘Oh, Jusus’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는 계명에 위배된다.
레드 불의 광고는 방영되기 무섭게 엄청난 파문을 몰아왔고 브라질 당국은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혼비백산한 레드 불은 대변인 패트리스 레이든의 성명을 통해 “처음부터 그 누구든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의도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소비자들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물론 문제의 광고는 즉각 교체됐다.
그녀는 “잡음을 불러온 광고물은 미국시장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만약 미국에서 ‘예수의 사기극’ 광고가 방영됐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쳤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퓨 리서치센터의 연구 보고서에서 따르면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를 자처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2007년의 16%에서 2014년에는 23%로 늘어났다. 하지만 데이와 같은 일부 광고업자들은 “수치로 잡힌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영적인 접속과 성령의 경험을 갈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녀의 관찰이 사실이라 해도 그들이 광고를 통해 영적인 접속을 얻기 원하는지 여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헤가티는 “종교를 광고에 끌어들이려는 브랜드들은 한 발 뒤로 물러서 그들이 이 문제에 관한 대화에 참여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를 상업적인 광고에 접목하려면 시작부터 ‘절반 이상의 실패’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종교의 상징성을 차용한 광고는 ‘본전치기’가 거의 없다. 잘하면 ‘대박’, 잘못하면 그대로 ‘쪽박’이다. 신은 너그럽지만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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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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