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초월 부정행위로 조직 범죄화·본격수사 착수
▶ 1,800명 체포·관련자 수십명 줄줄이 의문의 죽음
지난 봄 세계의 주목을 끈 사진. 인도 비하르주의 고교입학자격 시험장에서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커닝쪽지를 전달하기 위해 줄을 잡고 벽을 오르고 있다.
인도 인도레에서 대입을 위한 주정부 시험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 의대 입학보장 3만 달러에서 전문의 자격취득 보장 16만 달러까지 의료관련 부정행위의 대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입시에서 공무원 취업시험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한 시험비리로 인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2013년 비리에 대한 본격수사가 시작된 후 대규모 스캔들로 비화되고 관련자 수십명의 “우연이라고 말하기 힘든” 죽음이 이어지면서 공포 분위기마저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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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아 프라데시 주 보건국에서 일하는 아난드 라이는 이곳 근무 의사 중 유일하게 바디가드의 경호를 받는 의사다. 인도 전체를 뒤 흔든 대규모 시험부정 스캔들의 제보자인 그에게 살해위협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스캔들 관련자들의 죽음은 요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군복 차림의 경호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그의 방문 앞을 지킨다. 라이는 주정부에 경호강화를 요청했는데 라이의 제보로 조사가 시작된 시험부정 스캔들엔 주정부의 고위층들도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라이가 의대입시 주정부 시험문제가 유출되었다고 경찰에 처음 신고한지 6년이 지난 현재 마디아 프라데시 주의 대규모 시험비리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보자들에 의하면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 마디아 프라데시의 주정부 고위층들이 공모했으며 지난 10년간 대학입학과 공무원 취직 시험결과 조작을 위해 오간 돈은 수억 수천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힌두어 두문자를 따서 ‘브야팜(Vyapam)’으로 불리는 주시험위원회와 결탁한 갱단들이 시험부정행위로 최소한 2,000명의 학생들을 의과대학에 입학시켰으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에 취업시켰다고 당국도 말한다.
1,800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수백명이 수배 중인데 대다수가 부정행위 혐의자들과 중개인 그리고 시험 행정관들이다.
시험부정이 만연한 인도에서도 이번 스캔들은 규모가 너무 엄청나서 관심을 끌었는데 최근엔 계속되는 연루자들의 급사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관들에 의하면 스캔들 연루자 중 2009년 이후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은 사람은 23명이나 된다. 대부분이 교통사고였다. 최근 들어 이 같은 관련인물들의 ‘급사’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
2명 학생의 의대시험 부정행위를 도운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던 한 수감자는 지난달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30세 청년인 그는 평소 아무런 건강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가족들은 증인의 입을 막으려는 음모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한다.부정시험 관련 학생의 가족을 취재하던 한 기자가 의문사의 희생자가 되었는가 하면 수사관에게 정보를 제공한 한 의과대학장은 호텔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그의 전임자는 불에 타 사망했다.
“어떻게 이런 죽음들을 일상적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라이는 말했다.
마디아 프라데시 주의 의대 입시 경쟁은 치열하다. 정원 700명에 지원자는 5만명이어서 입학률이 1.4%에 불과하다. 하버드 대학의 2014년 5.9%보다 훨씬 낮다.
이 같은 압박감 속에 입시부정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3년 인도의 히트 영화 “문나 바이 M.B.B.S.”는 한 조직범죄 보스가 아버지의 신임을 얻는 방편으로 의대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대리인을 고용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이후 인도에선 대리시험을 봐주는 사람을 부르는 새 용어가 생겼다 : “문나바이”라이는 학생 때부터 시험용지가 유출되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았었다. 2005년 시험 때 같은 기숙사 학생들이 한꺼번에 합격한 것을 보고 의심이 짙어졌다. 그가 돈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하고 “문나바이”를 주선하는 조직에 대해 인도레 경찰에 신고한 것은 2009년이었다.
2013년 시험 전날 인도레 경찰은 1인당 최고 1,600달러를 받기로 했다는 대리시험자 20명을 체포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체포가 잇달았다. ‘브야팜’의 위원장이 체포되었고 시험비리 조직범죄가 주 전역에 퍼져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다른 모든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시험비리 사업에서도 가격과 서비스, 다양한 옵션제공 등에 대한 경쟁이 업자 간에 치열하다. 시험지를 미리 빼내 고객이 지불하는 액수에 따라 시험지 내용의 전체 혹은 특정 부분만 제공하기도 하고 대리시험자를 엮어주기도 한다. 시험감독들과 미리 결탁하여 커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수험생의 시험장 좌석배치를 조작하는 것도 예사이며 아예 백지답안을 제출하여 시험관이 대신 답을 써주도록 미리 공모하는 경우도 있다.
의대를 들어가려는 12학년생들은 최소 3만 달러를 내야 합격을 보장받고 전문의 자격취득을 위한 시험일 경우 적정가는 16만 달러를 웃돈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거대 사업”이라고 라이는 말했다.
본격적인 수사에 의한 대규모 체포가 이루어지고 브야팜의 쇄신도 추진되고 있으나 이번 스캔들 수사로 시험비리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교육 자체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이 ‘학위’이며 의대 졸업이 성공의 열쇠라는 고정관념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너무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요란하게 보도된다 해도 깃털만 잘라낼 뿐 몸통수사는 안할 것으로 보는 회의적 시각이 대부분이다.
“경찰과 고위관리, 정치가 - 모든 권력자들이 다 개입되어 있다”는 한 대학생은 공정한 수사를 확신할 수 없다면서 ”도대체 누가 누구를 잡는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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