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통계 방식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 많아
▶ 중국 “근거 없는 억측” “중국에 대한 편견” 일축
중국이 각종 경제관련 통계 조직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BNP 파리바·시티뱅크 의혹 제기]
월스트릿 저널(WSJ)은 지난달 23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중국을 앞섰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중국의 ‘통계 조작설’을 최근 제기했다.
WSJ은 ‘놀랍다! 미국이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제목의 기사에서 BNP 파리바의 리처드 일레이 수석아시아 이코노미스트 말을 인용, 양국의 1분기 성장률을 달러로 환산한 결과, 중국 명목 GDP가 3.5% 증가에 그친 반면, 미국은 4%에 달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이 7.0% 였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일레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가 의심스럽다”며 ‘물가지수 조작’으로 설명했다. GDP 디플레이터를 낮춰 실질 GDP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1분기 철도 운송량과 전기생산, 수입 등 지표와 비교해도 실질 성장률 수치가 부풀려졌을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안기태 NH 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흑자 기여도를 제외하면 중국의 가계와 기업이 느낄 성장률은 7%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 성장 발표 후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통계가 다듬어진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 서방 연구소 ‘중국 GDP 디스카운트’
WSJ는 지난달 26일에도 시티뱅크보고서 등을 인용, ‘중국의 진짜 성장률 미스터리; (검증) 단서는 경제학자들 손에’ (China’s True Growth Is a Mystery; Economists Weigh the Clues) 제목의 ‘중국통계 의혹 제2탄’을 보도했다. 시티뱅크 보고서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제 1분기 성장률이 6% 아래일 수도 있다고 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4.9%로, 미국 컨퍼런스보드 중국센터는 4%, 영국 경제연구소인 롬바르드 스트릿 리서치(LSR)는 심지어 3.8%까지 낮춰 잡았다.
WSJ은 서방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실제 성장률 수치를 파악해보려는 노력이 수년째 계속돼 왔으며,이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논평했다.
그 중 하나는 성장률 수치가 미심쩍을 정도로 너무 순조롭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 경제만 해도 여러 지표상 급선회 국면 등이 포착되곤 한다.
통계 방식도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적인 것이 많다. GDP 목록 작성 때 중국이 인플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특히 GDP 성장과 ‘대리 성장률’(proxy for growth)로여겨지는 산업생산 수치 간 불일치를 주목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GDP 수치 발표 당시 3월의 산업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5.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최저치라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 6.9%와 1~2월 평균치인 6.8% 증가를 모두 밑돌았다.
1분기의 전기 소비량과 투자, 기업수익 등 여러 지표들이 일제히 약세를보이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신문은 중국 통계에 대한 신뢰가 이렇게 실추된 이유로 단순한 데이터 모집상의 오류가 아닌 악의적인 왜곡(willful doctoring)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오해 초래한 1분기 성장률
지난달 15일 세계 언론은 마젠탕중국 국가통계국장 발언을 주목했다.
1분기 GDP가 작년 동기보다 7.0%성장했다는 발표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뉴 노멀(New Normal·新常態) 선언’을 연상시켰다.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 개막 연설에서 “7% 성장에 그친다해도 세계적으로 보면 최상위권 성적이다"라고 강조했는데 이 수치가 5개월이 흐른 뒤에도 정확히 일치했다. 전문가들이 수일 전부터 “시 주석의 말에 맞춰 의도적으로 경기를 조정할것"이라는 예언도 맞아 떨어졌다.
중국 당국은 통계조작(tampering)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근거 없는 억측" “중국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일축해왔다.
자본시장 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발표 수일 전부터 “각종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1분기 성장이 6.8%로 추정되나 그대로 공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2013. 7. 15)도 2년 전 투자전문 업체 시킹알파의 분석을 인용, “중국의 2분기 성장률(7.5%)은 올해 가장 큰 거짓말” (the biggest fib)이라며 실제는 6%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 해 5월과 6월 연속 수출이 둔화됐고, 2분기 내내 제조업 위축 등 경기둔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됐다는 것이다.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의 발언 해프닝도 조작 논란을 가열시켰다. 그는 신화통신(2013. 7. 12)을 통해 “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가 ‘경착륙 가능성’ 보도가 나오자 “ 7.5% 목표 달성 이상무"라고 번복했다.
리커창 총리도 랴오닝성 서기 시절인 2007년 주중 미국대사와 면담하면서 “자국의 GDP 통계가 ‘인공적’(man-made) 측면이 있어 믿기 어렵다"고 언급하는 등 중국 통계에 대한 외부의 의혹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고 후에 위키리크스에 폭로된 미국 외교문서 내용이 밝혀진 바 있다고 WSJ는 전했다.
■ “불투명 행정 등으로 불신 자초” 지적도
“중국 통계 어디까지 믿나?" 2013년 11월 한 인터넷 블로거는 2011년 저장성 원저우에 연쇄도산 사태로 실업자가 늘어났는데도 실업률 통계가 10년째 4%라며 이렇게 반문했다.
FT는 2013년 8월 국가통계국의 PMI(구매자 관리지수)가 50 이상으로 경기확장 신호를 보낸 반면, HSBC 발표치는 50 이하로 경기축소 신호가 나오는 등 5월부터 3개월 연속 엇갈렸다며 PMI 조작설을 제기했다.
중국 학자들은 이를 지수 산출근거인 조사 대상의 차이로 설명했다.
국가통계국과 물류·구매협회(CFLP)가 산출한 PMI 조사대상은 3,000여 대형·국유기업이고, HSBC와 영국마켓그룹이 공동 발표한 PMI는 400여 소형·민간기업 대상의 설문조사라는 것이다. 홍콩의 중국 전문가 프랭크 칭도 ‘믿기 어려운 중국의 인공(man-made, unreliable) GDP 통계’ 제목의 신문 기고문(2014. 7. 2)에서 지방정부 GDP 총합이 중앙정부 통계와 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2013년에는 “1∼3분기의 27개 성·자치구의 GDP 수치를 합해보니 전국 GDP보다 3조4,000억위안(592조5,000억원)이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 통계 신뢰성 문제는 행정 투명성의 결여 때문일 수 있다.
중국은 2011년 11월부터 통계 데이터 수집과정을 대대적으로 전산화하는 등 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성장속도에 못 미치는 통계시스템과 집계방식의 문제점을 중국 언론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5년을 ‘법치 원년’으로 선포한 중국 정부는 우선 통계 신뢰 회복작업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시 주석도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고 통계의 엄격·진실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감한 개혁과 인적 청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기대를 받아온 시 주석 정부가 이를 무기로 투명한 선진행정을 구현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식품과 함께 대표적인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꼽혀 온 통계수치가 더이상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외상치료(斬草)가 아닌 근치(除根)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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