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가 ‘버드맨’(감독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이었다면 이번 주말에는 ‘위플래쉬’(감독 다미엔 차젤레)를 꼭 봐야 한다. 지난달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 음향상, 편집상 등 3개의 오스카를 들어 올린 ‘위플래쉬’는 일부 비평가에게서 같은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버드맨’에 못지 않은 영화라는 평가도 받는다. 음악영화인 ‘위플래쉬’는 음악전문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앤드루(마일스 텔러)가 교내 스튜디오 밴드의 지휘자인 절대권력 플렛처 교수(J K 시먼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최고의 드럼연주자를 꿈꾸는 앤드루가 완벽한 연주를 요구하며 학생을 학대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플렛처 교수를 만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담아 관객을 러닝타임 내내 ‘채찍질(위플래쉬)’한다.
줄거리만 보면 스승과 제자의 우정을 떠올릴 관객도 있겠지만 ‘위플래쉬’는 그런 평범한 영화가 아니다. 플렛처 교수가 광기의 연료를 제공하면 앤드루는 그 연료를 이용해 자신을 광기로 하얗게 불태운다.
‘위플래쉬’의 감동은 스크린으로 직접 확인하면 된다. 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뒷이야기 8가지를 준비했다.
■ 겨우 19일?
할리우드가 충무로보다 영화 촬영일수가 짧은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19일은 100분짜리 영화를 완성하는 데 매우 짧은 시간이다. 가장 촬영일수가 짧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촬영하는 데만 최소 4~6주가 소요된다. 19일은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찍는 기간과 비슷하다. 단 몇 시간 만에 만들어진 명곡처럼 ‘위플래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 ‘위플래쉬’는 단편영화였다?
‘위플래쉬’의 시나리오는 모든 투자자에게서 외면받았다. 방법을 찾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영화의 주요 세 가지 쇼트를 중심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이 단편영화를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 출품했다. 결과는 대성공.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위플래쉬’는 곧바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 또 선댄스영화제로 갔다?
‘위플래쉬’는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선댄스영화제를 찾았다. 장편 부문이다. 놀라운 건 단편영화였던 ‘위플래쉬’가 장편으로 전환된 속도다. 투자를 받은 후 촬영, 편집을 거쳐 영화제 장편 부문에 출품하기까지 10주밖에 안 걸렸다. 플렛처 교수는 앤드루에게 더블타임스윙을 요구하며 더 빠르게 드럼을 칠 것을 요구한다. 이 정도면 ‘위플래쉬’를 ‘속도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 대역이 아닐까?
앤드루의 드럼 연주는 모두 마일스 텔러가 직접 소화했다. 마일스 텔러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15살 때부터 드럼을 연주한 경력이 있다. 텔러는 더 완벽한 영화 속 연주를 위해 일주일에 3일, 하루 4시간을 드럼 연습에 매진했다. 극 중에는 앤드루가 드럼을 연습하다가 손이 다 터져 피를 흘리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실제 텔러도 드럼 연습을 하다가 많은 피를 봤다고 한다. 플렛처 교수가 재즈 클럽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도 J K 시먼스가 직접 연주했다. 시먼스도 과거 피아노를 쳤던 이력이 있다. 그는 이 장면을 위해 다시 피아노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 마일스 텔러, 9분의 광기?
앤드루는 최고의 드럼연주자가 되고자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피와 땀을 함께 흘리며 격렬하게 드럼을 두드린다. 이 장면을 찍을 때 차젤레 감독은 일부러 텔러를 향해 컷 사인을 주지 않았다. 감독은 날 것의 느낌을 살리고자 텔러가 드럼을 치다가 지쳐 더는 치지 못할 때까지 연습하게 했다. 차젤레 감독의 혹독한 촬영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을 촬영할 때도 이어졌다. 앤드루가 9분 동안 드럼 솔로 연주를 이어가는 이 명장면은 텔러가 실제로 9분 동안 미친듯이 드럼을 친 결과물이다.
■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실제로 차젤레 감독은 고교시절 교내 재즈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경험이 있다. 차젤레 감독은 영화제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고등학교 밴드 지휘자 선생님이 참석했을까 봐 겁이 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 몰입, 몰입, 몰입!
J K 시먼스는 ‘위플래쉬’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단호한 말투와 위압적인 표정, 절도있는 몸짓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플렛처 교수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물론 그와 호흡을 맞춘 마일스 텔러의 연기 또한 매우 훌륭했다. 갈비뼈 골절 사건이 보기다. 재즈밴드 경연 무대에서 플렛처 교수로부터 무대에서 나가라는 명령을 받은 앤드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플렛처 교수를 덮친다. 이때 시먼스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시먼스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연기에 몰입했다. 시먼스는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촬영을 끝냈다. 다른 일화도 있다. 앤드루와 플렛처 교수의 대립은 플렛처 교수가 앤드루의 뺨을 때리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때리고 맞는 시늉만 하던 시먼스와 텔러는 실제로 때리고 맞기로 하고, 그렇게 했다. 영화에는 두 배우가 실제로 몸을 맞부딪히는 컷이 쓰였다.
■ 칼의 희생? 앤드루의 영화?
플렛처 교수의 스튜디오 밴드 메인 드러머는 앤드루의 선배 칼이다. 앤드루 역의 마일스 텔러와 칼 역의 네이트 랭은 실제로도 선후배 관계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랭이 텔러에게 드럼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록밴드 드러머 출신인 배우 네이트 랭은 텔러의 드럼 실력을 단기간에 극대화 하기 위해 개인 교습에 나섰다. 랭이 맡은 칼은 텔러의 앤드루에게 자리를 뺏앗겼지만, 앤드루의 자리는 사실 칼이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위플래쉬’에서 앤드루가 등장하지 않는 쇼트는 단 하나도 없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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