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석 이민 34년...“다이아몬드 거리에서 빛났지요”
▶ 맨하탄 보석거리 세공으로 시작, 패밀리 비즈니스 일궈
맨하탄 47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거리의 터줏대감 김남표 킴스보석 대표, 그는 34년 전 이곳에 한인보석업계의 터를 닦았다. 눈썰미, 손재주, 노력 세 가지를 타고난 그의 우여곡절 많은 이민의 삶을 들어본다.
▲사랑에 빠지다
“육안으로 봐도 좋은 것은 현미경을 통해 봐도 좋다. 오묘한 보석을 들여다보면 자연이 준 선물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다이아에서 나오는 7가지 칼라에 한번 빠지면 그 사랑을 헤어날 수가 없다.”
김남표는 충북 제천이 고향으로 남대문시장에서 보석상 금정사를 하는 집안의 5남매 중 세 번째로 태어났다. 성장한 3형제는 보석상을 경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집에서 하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연적으로 보석에 눈뜨게 되었다. 눈썰미가 있고 다이아 커팅 등 기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나면서 다른 보석상에서 감정이나 세공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뉴욕 다이아몬드 거리에서 비즈니스 하는 선배가 같이 일하자고 불렀다. 1980년에 보석 이민을 온 셈이다” 같이 일하던 선배가 문을 닫으면서 그는 81년도에 킴스보석 공장이란 상호로 47가 다이아몬드 거리에 쇼케이스 한 칸짜리로 시작했다. 한인최초의 세공 공장이었다.
‘아시안 전문가가 굉장히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유대인들이 일감을 갖고 와 맡겼다. 보석 거래 및 세공은 정직하지 않으면 유대인이 주류인 보석업계서 살아남기 힘들다. 그는 철저한 시간약속과 생명처럼 지킨 신용으로 다이아몬드딜러스클럽(DDC) 회원으로 가입됐다.
설립 2년 만에 세계 최고 보석상 티파니에서도 세공을 해달라고 하니 그가 만든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주문이 밀려 플러싱 아파트까지 일을 갖고 가서 해야 했다.
다이아몬드 거래는 액수가 크다보니 신용거래가 필수. 그는 혼자 먹고 살지 않았다. 신용조사 레프런스(credit check)로 새로 시작하는 한인 상인들을 많이 도와주었다. 유대인 상인들은 이들에게 제일먼저 ‘킴스 주얼리를 아느냐’로 질문했고 그는 수십 건의 신용 레프런스를 도와주었다. 그 중 몇몇 한인은 외상값을 안 갚고 도망가면서 그에게 찾아오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한인보석 기술사관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킴스보석에서 50명이상이 세공기술을 배웠고 독립하여 40개 이상의 보석상을 차렸다. 현재 47가 다이아몬드 거리의 보석업 종사 한인은 100여명이다.
▲패밀리 비즈니스로 성장
이곳 다이아몬드 거리에서는 도소매 합쳐 연간 300억 달러 이상의 다이아가 팔려나가 전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이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주얼리시장에서 킴스보석은 2,000여점 이상의 현품과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킴스보석에는 3명의 DDC 회원이자 GIA 국제공인 감정사가 있다. 바로 김남표와 그의 큰딸 앤, 작은딸 엔젤이다. DDC 회원 수는 2,000여명, 90%가 유대인이다. 10여명 남짓한 한인 회원 중 3명이 킴스패밀리인 것.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큰딸 앤은 2005년부터, 인류학과를 나온 작은 딸 엔젤은 2009년부터 킴스보석에 합류하면서 킴스보석은 탄탄대로를 열고 있다. 아버지에게 홀 세일 하는 법을 배운 딸은 유통을 줄여 박리다매로 영국 본산지, 벨지움, 인도 등지와 인터넷 거래를 한다. 일본, 홍콩, 서울에 수출도 한다.
김남표는 딸과 함께 경매장에 가서 좋은 다이아를 사오고 다이아 딜러로서 자긍심을 딸에게 전수하고 있다. 앤이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어 디자인, 세팅, 퀼리티 품질까지 관리하고 엔젤은 마케팅을 주로 한다. 1세 위주를 떠나 2세와 외국인들도 살 수 있도록 신용기관 엘프에 5스타 컴프리먼트에 세 부녀 모두 멤버십을 갖고 있다.
부녀가 함께 광산에서 온 원석 경매장에서 200~300개 다이아 중 하나를 골라 사오고, 디자인을 의논하는 한편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 앤틱 에스테익 주얼리 FIT에서 보석학을 공부했고 이스라엘, 홍콩, 일본 등에서 열리는 보석박람회에 참석하여 보석 동향과 정보를 얻는다. 크리스티나 소더비경매장에도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원래 유대인 소매상과 도매상 대상을 대상으로 하던 킴스보석의 성장에는 24년 전 어느 한인이 인터넷 장사를 해보라고 권한 것이 주효했다. 킴스보석 사이트가 뜨자 캘리포니아와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고객이 찾아왔다.
사우스 아프리카는 뛰어난 품질의 원석은 있어도 가공 기술이 없었던 것. 이란에서도 다이아세팅을 하러 온다. “메이저 보석 시장을 뚫어야 한다. 각종 다이아몬드를 세일하는 이스라엘, 인도, 유럽, 홍콩 각종 박람회에 딸들을 보낸다.”
원래 부인 김종이 씨를 비롯 처제, 처남 외 기술자 등 패밀리 비즈니스가 주로 해온 비즈니스에 두 딸이란 원군이 합세, 홍콩, 일본, 요즘은 중국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한국말 가이드와 함께 대거 몰려오게 만들었다.
▲위기에 가족이 큰 힘
세공공장, 도매·소매업을 겸업하는 다이아몬드 종합백화점인 킴스보석은 심하게 흔들린 적이 있다. “2007년 커다란 위기가 왔다. 미국 법을 잘 몰랐다. 장물구입건은 크나큰 실수였고 내 욕심에서 비롯됐다. IRS 조사로 일본과 거래한 보석대금 33%를 내기도 했다. 주위에서 킴스보석 다 망했다고들 했다.
돌아와 보니 비즈니스가 파산 직전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킴스 보석을 팔라는 제의도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회의를 소집하여 마지막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팔자고 했다. 2년 공백에 그대로 유임한 기술자들, 가족이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
DDC 회장은 김남표의 공인감정사 라이선스를 그대로 유지해주었고 직접 킴스보석에 와서 위로 기도를 해주었다. 그동안 쌓은 신용 덕을 본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위기는 아니었다.“이 일로 많은 교훈을 얻었다. 서로 양보하고 헌신하며 가족애도 더욱 느끼게 되었다. 딸들과도 더 가까워졌다. 자녀도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알았고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게 되었다. 킴스보석에는 상명하복이 없다. 서로 존댓말을 하고 아래 직원이라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했다. 유대인 공급자들이 100% 후원해주고 한인 보석상도 다시 오더를 시작했다. 직원들이 똘똘 뭉쳐 일하기 시작하면서 2010년부터 다시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인사회와 밀접
킴스 보석을 찾는 한인들은 오랜 단골이 많고 90대 손님은 아들딸에 이어 증손자까지 3대가 찾아온다. 김남표는 지난 34년 동안 한인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품질 보증, 저렴한 가격, 정확한 감정 외에 킴스보석에서 사간 물건을 재구입해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결혼시즌에는 좋은 품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장롱 속 보석 리모델링이나 손님 물건을 경매하며 재테크에도 도움이 되게 했다. 무료 감정, 주얼리 청소 등은 기본이다.
“장기간 경제가 어렵다보니 결혼예물도 부담이 간다. 미국인의 경우 한 달 봉급의 세배를 예물로, 한국인은 더 높은 편이다. 그래서 다이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사람마다 각기 재능이 따로 있다. 나는 눈썰미, 손재주, 노력을 타고났다.”
김남표는 상냥하고 세심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까다롭고 섬세한 기술이 요구 되는 보석을 평생 하는 지도 모른다.20년 전 뉴욕한인스키협회 회장을 하며 무료강습회를 열어 한인들의 건강증진에 힘썼고 체육회 수석 부회장으로 청소년 200여명을 인솔하여 미주체전이 열리는 LA를 다녀오기도 했다.
요즘 그는 마라톤을 한다. 미국마라톤 협회에 딸 둘과 함께 들어가서 6마일, 10마일 뉴욕 마라톤에 참전도 했다.“아이들이 어려서는 내가 스키와 수영, 스케이트를 가르쳤지만 지금은 딸들에게 마라톤을 배우고 있다. 마라톤은 인생이라는 가르침을 얻었다. 인내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김남표의 다사다난한 보석인생은 두 딸 대에 이르러 화려한 꽃을 막 피우고 있는 중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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