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초고층빌딩 간 외줄타기 생방송
▶ 수익성 높지만 방송윤리 문제 제기되기도
2일 시카고에서 초고층 건물 간 외줄타기에 성공한 닉 왈렌다. 그는 아무런 안전장치나 보호장비 없이 600피트 상공을 외줄을 타고 건넜다.
2013년 그랜드 캐년 횡단 당시의 닉 월렌다. 디스커버리 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생방송이었다.
[디스커버리 등 채널들 생사 가르는 스턴트 생중계]
TV 생방송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경쟁이 생사를 가르는 극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해진 시각 시카고에서는 외줄타기의 대가 닉 왈렌다가 초고층 빌딩 사이를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건넜다. 600피트 상공에서 외줄 하나에 발을 딛고 보호장비나 안전장치 하나 없이 횡단한 것이다. 죽음을 불사한 그의 한발짝 한발짝은 수십대의 카메라들에 고스란히 담겨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고공 줄타기 스턴트는 일부 TV 방송들이 실시간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도하는 극한 도전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이다. 각자 보고 싶은 때, 보고 싶은 방송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지금 스포츠나 록 콘서트 같은 대중문화 행사가 아니면 실시간에 대규모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예외적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죽음을 불사하는 극한 스턴트라는 것을 디스커버리 채널은 파악하고 있다.
사람들이 극한까지 자신을 밀고 나가는 광경은 무섭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닉 왈렌다 초고층 빌딩 줄타기 생중계’를 총괄 지휘한 디스커버리의 프로듀서 하워드 슈워츠는 말한다. “거기에는 꼭 봐야할 뭔가가 있다. 아슬아슬한 요소가 있다. 경외와 위험, 영감의 요소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왈렌다의 줄타기가 생중계로 선전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그의 발걸음을 실시간으로 본 것은 아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그의 줄타기를 10초간 지연 방송했다. 혹시라도 뭔가 잘못 될 경우에 대비해 방송사 측은 대체 플랜들을 마련해 두었다. TV화면이나 온라인을 통해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장면들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왈렌다는 이번 스턴트와 관련 2,000만 달러의 보험을 들었고 만약 번개가 치거나 외줄에 얼음이 있을 경우 혹은 바람이 시속 55마일 이상으로 강할 경우에는 줄타기를 취소하겠다고 밝혔었다.
자신의 행동은 면밀하게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2일의 고공 줄타기는 왈렌다가 이제까지 시도한 중 가장 위험한 스턴트였다. 이같은 위험천만한 프로그램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프로그램들을 연예기획사들이 어느 선까지 밀고 나갈 것이냐는 것이다. 이러다가 아이들의 죽음 시합인 ‘헝거 게임스’ 같은 프로그램이 장차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도 있다.
초고층 줄타기 생중계와 관련 “이런 프로그램을 생중계하는 것은 정말이지 괴기스러운 일”이라고 TV와 문화 연구 인류학자인 그랜트 맥크래큰은 말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추락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이제까지 TV 생중계 중 끔찍한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나이아가라 폭포 횡단 당시 왈렌다는 보호장비를 갖추었었다. 이를 생중계한 ABC 방송이 안전장비 착용을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해 왈렌다는 디스커버리 채널을 찾아가 그랜드 캐년 횡단 줄타기를 협의했다. 디스커버리는 안전망이나 보호장비 착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1,300만명의 시청자들을 모음으로써 디스커버리 생중계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온라인 스트리밍도 200만에 달했다.
그랜드캐년 횡단을 마치고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알렌다는 초고층 빌딩 사이를 횡단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말했었다. 그리고는 훈련을 시작했다.
2일의 도전은 두 단계로 구성되었다. 우선 이번 고공 줄타기는 왈렌다 가족이 시도했던 최고 높이의 건물 횡단에 해당한다. 그는 이번 도전을 왈렌다 가문에 마친다고 했다. 특히 36년 전 푸에르토리코에서 고층 건물 간 횡단을 시도하다 균형을 잃고 추락사한 증조부 칼 왈렌다에게 바친다고 했다.
이번 줄타기는 전반부에서는 오르막 경사의 외줄에 도전했다는 점, 후반부에서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줄타기를 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도전이었다. 고공 줄타기에서 시각은 가장 중요한 감각인데 그것을 제거한 것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려면 계속 나 자신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명한 서커스 가족 ‘비상하는 왈렌다’의 7대손인 그는 아장 아장 걸음을 걸을 때부터 묘기를 배웠다.
대담무쌍하게 극한에 도전하는 묘기들이 관중을 사로잡은 역사는 오래다. 아울러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리얼리티 TV, 극한 스포츠 그리고 나스카에 맛 들린 시청자들은 점점 사전 계획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실제 상황을 담은 오락물들을 찾는 추세라고 문화 인류학자인 맥크래큰은 말한다.
이런 대중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면 사업성이 있다는 것을 방송사들은 알고 있다. 극한 스턴트는 엄청난 숫자의 실시간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소셜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몰려든다. 지난 2일 시카고 초고층 건물 횡단 생중계방송 광고주 중 하나는 올스테이트 보험사였다.
사람 목숨이 오고 가는 이런 극한의 묘기는 수익 창출 기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죽음 을 불사하는 위험천만한 스턴트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오스트리아 스카이 다이버인 필릭스 봄가트너가 성층권으로부터 자유낙하하면서 음속을 초과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미디어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레드 불이 후원한 당시 낙하 실황은 유튜브를 통해 950만이 동시에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디스커버리가 이를 방영했는데 총 760만명이 시청했다.
그리고 나서 곧이어 일단의 스턴트맨들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는 묘기들을 할리웃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276파운드 거구의 모터사이클 주자 ‘빅’ 에드 베클리 같은 인물이다. 그는 지금 지난 1974년 실패로 끝났던 스네이크 리버 캐년 횡단을 준비 중이다. 아이다호에 있는 깊이 500피트, 넓이 1/4마일의 캐년을 건너는 모험이다. 폭스 TV가 처음 이를 생중계하기로 했으나 예산과 제작시간 문제로 취소했다. 베클리는 현재 다른 방송사와 협상 중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극한 스턴트에 열광하는 것은 삶이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사람들은 실제 삶이 지루한 것이지요. 아이들은 새 신발을 필요로 하고 돈을 내야할 청구서들은 밀려들고, 집세도 내야 하고, 자동차 페이먼트 기한도 다가오고. 사람들이 이런 스턴트를 보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은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