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결혼 인정 안하는 주에선 이혼 자체가 불가능
▶ 합법인 주에선 ‘최소 1년 이상 거주’ 증명 제출 요구, 혼인무효 소송도 있으나 재산분할·양육권 문제 복잡
앨리슨 플러드 레시(33)는 이혼을 원한다. 생후 17개월 된 딸의 양육권은 상대방이 원할 경우 기꺼이 나누어 가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재산분할 문제도 이미 합의를 본 상태다. 이혼을 힘들고 복잡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인, 즉 재산분할과 자녀 양육권 문제가 일단락된 상태이니 ‘독신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이혼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 앨리슨의 고향인 텍사스주에서 동성애자는 기혼자 대접을 받지 못한다. 딸의 출생증명서에도 앨리슨의 이름은 없다.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주에서 ‘레즈비언 가정’의 ‘여성 남편’을 법적인 아빠로 취급해 줄 리 만무하다.
앨리슨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동성결혼을 ‘해지’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고 있는 앨리슨은 “이런 문제에 부딪치리라곤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그녀는 2010년 워싱턴주에서 레즈비언 동거녀와 합법적으로 결혼했다.
앨리슨처럼 워싱턴이나 아이오와, 매서추세츠 등 동성결혼을 승인한 주에서 ‘공인커플’로 생활하다가 인디애나라든지 미시시피처럼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주로 이주한 ‘남-남 여-여’ 부부는 가정파탄으로 이혼에 합의했다 해도 법적인 매듭을 짓기가 대단히 어렵다.
기어이 동성부부 관계를 공식적으로 마감하고 싶다면 방법은 세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주로 이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성혼을 승인한 대부분의 주는 이혼을 원하는 커플에게 최소한 1년 이상의 거주증명을 요구한다.
단지 이혼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미 ‘쫑’이 난 동성부부가 생업을 미뤄놓은 채 혼인신고지로 돌아가 죽치고 기다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이혼 대신 아예 혼인 무효를 추진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십상인 법정싸움이다.
대다수의 커플은 삶을 뿌리째 둘러엎고, 자신의 지나간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식을 피해 소송을 택한다.
이 때문에 남부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이상의 주에서 동성커플의 이혼소송이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소송의 관건은 타이밍이다. 지난 6월 말 인디애나주에서는 몇몇 동성커플이 법원으로부터 이혼승인을 얻어냈다. 해당지역 연방지법이 동성애를 금지한 주법에 위헌판결을 내린 덕분에 때맞춰 소송을 제기한 동성커플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같은 판결이 나올 때마다 동성결혼 반대그룹이 예외 없이 상급법원에 항소원을 제출하고,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 때문에 기회의 창이 제한되게 마련이다.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주 정부의 동성결혼 금지정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판사들이 이혼소송 케이스를 심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결국 동성부부는 앨리슨 플러드 레시와 크리스티 레시가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답습하게 된다.
자녀 양유권이라는 까다로운 이슈도 없고, 재산분할 문제도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합의를 보았기 때문에 이들의 이혼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동성결혼 금지 정책밖에는 없었다.
매리아마 창가미어 쇼의 합의이혼을 담당한 엘렌 웨어 변호사는 동성결혼 자체를 금지한 주법으로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연방 대법원은 혼인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에 5대 4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이성애 부부가 누리는 연방 차원의 혜택을 동성커플에게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따라서 이 판결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도록 주 정부의 팔을 비틀지도 않았고, 다른 주에서 이루어진 혼인을 인정하도록 강압하지도 않았다. 판결이 동성결혼의 벽을 허물어뜨리는데 보탬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결정타를 날린 것은 아닌 셈이다.
동성결혼 금지법으로 결혼 사실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판사로부터 이혼승인을 얻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 곳곳에서 진행 중인 동성애 커플 이혼소송은 대부분 레즈비언 커플들이 제기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게이에 비해 혼인율이 두 배 이상 높다.
동성애 커플도 이성애 부부와 마찬가지로 상대와의 ‘관계변질’을 경험하면서 이혼을 결심할 수 있다. 하지만 현 거주지가 동성결혼을 금지한 31개 주 가운데 한 곳이라면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제한된다.
이혼이 아니라 혼인 무효로 방향을 잡을 경우 깔끔한 뒷정리가 불가능하다. 이 방법으로는 재산분할과 양육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뉴욕과 매서추세츠, 아이오와 등 일찌감치 동성혼을 승인한 주로 돌아가 최고 1년을 지내는 것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들 주에서의 동성결혼은 거주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조건은 단지 이혼할 때에만 적용된다.
이혼을 못해 불행한 결혼생활의 틀 속에 갇힌 커플은 갖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주세와 연방세를 달리 신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이라든지 연금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 배우자의 동의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자산과 부채 분할, 위자료 지급과 양육권 등을 처리할 법정명령을 확보할 수 없어 애를 먹기도 한다.
사회생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혼을 하지 못하니 데이트는 외도가 되고 재혼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중혼이 된다.
현재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성커플의 이혼을 허용하는 주는 단 한 곳, 와이오밍뿐이다.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델라웨어, 버몬트와 컬럼비아 특별구는 그곳에서 결혼한 동성애자들이 이혼을 원할 경우 거주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동성혼은 맺기도 힘들지만 풀기는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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