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오래 전부터 수사의 보조수단 활용
▶ 눈물=살인, 거미줄=복역기간 의미 등 몸에 새긴 문양 통해 범행사실 읽어내, 배심원에 불리한 정황증거 작용 우려 옷으로 철저히 가리고 재판 임하기도
일부 형사범들은 그들의 범죄사실을 문신으로 몸에 기록해 둔다. 몸이 범죄기록부인 셈이다.
경찰은 용의자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눈 여겨 본다. 문신으로 자신의 범행사실을 기록해 두는 범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신은 범죄자가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몸에 적어 둔 범행 자술서다. 따라서 문신에 숨겨진 ‘범죄사실’을 정확히 읽어낼 수만 있다면 경찰은 확실한 물증은 아니더라도 분명한 심증을 가질 수는 있다. 수사관들은 범죄자들의 몸에 그려진 문양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빠삭하게 꿰고 있다. 눈물은 살인을 의미하고, 거미줄은 복역 연수, 형법조문 번호는 자신이 저지른 해당 범죄를 뜻한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문신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문신은 대부분의 경우 범행사실을 입증해 줄 증거가 되지는 못해도 재판정에서 배심원의 평결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엇의 풋볼스타였던 아론 헤르난데즈를 3건의 살인죄로 기소한 매서추세츠 검찰은 그의 상반신을 덮고 있는 문신에 범행을 입증해 줄만한 단서가 담겨 있다고 믿고 있다.
검찰은 헤르난데즈가 근래 몇 년 사이에 수상쩍은 문신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상반신은 움직이는 ‘낙서판’을 연상시킨다. 오른쪽 팔의 이두박근 위에는 입을 크게 벌린 사자가 그려져 있고 그 주위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구절이 둘러싸고 있다. 왼손 손가락에는 각기 ‘1989’라는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된 생년월일과 함께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는, 10개의 단어로 구성된 선친의 좌우명 등이 어지럽게 적혀 있다.
수사 당국은 헤르난데즈의 오른쪽 팔뚝에 새겨진 문신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거기에 적힌 문양, 혹은 글귀나 숫자 가운데 어느 것을 주목하고 있는지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헤르난데즈는 지난 2012년 7월 보스턴에서 대니얼 드 아브류와 사피로 프루타도 등 두 명의 남성을 총격 살해하고 다른 한 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됐다. 여기에 오딘 로이드라는 남성을 살해한 혐의까지 얹혀졌다.
로이드의 시신은 지난해 사건 발생 직후 헤르난데즈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다.
게다가 마이애미의 한 남성은 헤르난데즈가 자신의 눈에 총을 쏘아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소한 다섯 명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헤르난데즈의 오른쪽 팔뚝 문신에 어떤 문양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부위의 사진을 보면 그 곳에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추가된 다섯 개의 별 모양 문신이 새겨져 있다.
현재 검찰은 헤르난데즈의 오른쪽 팔뚝에 새로운 문신을 그려준 시술자를 수배중이다. 도대체 검찰은 왜 그에게 별 문신을 해준 태투 아티스트를 찾고 있는 것일까.
연방 마약단속국(DEA) 전직 요원이자 노던 미시간 유니버시티의 범죄학 교수 케빈 워터스는 “범죄자들 사이에서 별 문양은 종종 살인이나 전과를 상징한다”며 “검찰은 시술자를 찾아내 혹시 헤르난데즈로부터 살인사건과 관련해 직접 들은 이야기가 없는지 조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추론은 이렇다.
검찰은 헤르난데즈의 오른쪽 팔뚝에 다섯 개의 별 문신이 추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총기사고를 일으킬 때마다 문신 시술자를 찾아가 전과기록을 하나씩 표시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다.
이 같은 가정을 뒷받침해 주는 몇 가지 예가 있다. 지난 4월 인디애나주의 판사는 살인혐의로 기소된 동일전과 2범 윌리엄 클라이드 깁슨에게 머리털을 기르라고 명령했다.
그가 사건 발생 직후 이마에 새겨 넣은 ‘사형수 감방 X3’라는 문신을 머리털로 가리라는 지시였다.
깁슨이 자신이 진범임을 시사하는 두피 문신을 한 채 재판정에 설 경우 배심원들에게 불리한 정황증거를 스스로 내보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살인전과 2범의 용의자가 사건 직후 세 번째 범행을 기록한 문신을 머리에 해 넣었다면 의심을 자초하는 꼴이 된다.
역시 같은 달 캔사스에서 재판을 받게 된 살인 용의자 제프리 채프먼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넥타이에 정복을 착용하는 대신 터틀넥 스웨터를 입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사건 발생 직후 그가 목에 새긴 문신이 배심원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그의 목에는 살인을 뜻하는 단어 ‘murder’의 철자가 역으로 쓰여 있었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들은 헤르난데즈의 문신을 그린 ‘기술자’를 찾아낸다 해도 정보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혹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비밀유지의 원칙’이 문신 전문가와 고객 사이에도 묵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신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지하세계’에 속한 ‘어둠의 자식들’이 적지 않게 섞여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전과를 몸에 기록하면서 문신 시술자에게 스스럼없이 범행사실을 떠벌리곤 한다.
우연치 않게 정보를 얻은 문신 시술자는 그러나 변호사나 의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키려든다. ‘의리’라기보다는 그 편이 공생관계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헤르난데즈는 문신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속셈이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겉으론 태연하다. 그는 구속 직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별 문신에 무슨 뜻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의 삶을 에워싼 하나님의 손”이라고 대답했다.
수사팀은 문신 시술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헤르난데즈가 별 문신을 원하는 이유를 밝혔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문제의 태투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아직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다.
설사 참고인을 찾아낸다 해도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불문율은 견고하고 문신의 증거능력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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