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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속셈

조윤성 논설위원

입력일자: 2013-04-17 (수)  
영국 런던 시내에서는 쓰레기통 찾기가 쉽지 않다. 다른 도시들에는 줄지어 놓여 있는 도심 쓰레기통들이 이곳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불편해 하고 또 의아해 한다.

런던 도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테러다. 영국과 분쟁을 겪어 온 아일랜드 해방군은 1990년대 영국을 겨냥한 테러를 벌이면서 런던 시내의 쓰레기통들을 도구로 사용했다. 폭탄을 쉽게 숨길 수 있는데다 행인들의 왕래가 많아 테러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이용한 테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영국 정부는 아예 상당수의 도심 쓰레기통들을 치워버렸다.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볼프강 소프스키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자유’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전 세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협들이 등장하면서 안전을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약간의 구속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사라진 도심 쓰레기통들이 그렇고 9.11 테러 후 미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도 마찬가지다.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민간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스포츠 축제에서 이런 테러가 자행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미국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큰 충격이 되고 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먼저 9.11 테러의 악몽을 떠올렸다.

보스턴 테러도 쓰레기통을 이용해 저질러졌다. 다른 나라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쓰레기통 폭탄테러가 눈앞의 현실과 위협이 돼 버린 것이다. 앞으로는 도심 쓰레기통들을 마냥 무심히 여길 수만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테러는 바로 이것을 노린다. 테러리스트들은 뛰어난 심리전문가들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를 심어줘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공포를 협상력으로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든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쉽게 그리거나 구체적인 영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공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TV 뉴스를 통해 범죄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실제보다 훨씬 더 위험한 곳으로 여긴다.

21세기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자신들의 행위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더할 나위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갖 미디어들이 넘쳐나고 SNS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테러가 발생하면 발생장소의 참상이 24시간 TV 화면을 점령한다.

이것을 보는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테러 공포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테러와 관련한 이미지와 글들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공포는 한층 더 증폭된다. 15일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보스턴 테러 발생 후 전국의 공항들과 스포츠 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설물들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또 보스턴 지역 프로팀들의 경기는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테러범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미국을 혼란과 긴장에 빠뜨린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공포는 부정적인 에너지다. 부정적인 에너지일수록 생명력이 질기다. 그래서 한번 생긴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리처드 닉슨은 백악관에서 물러난 후 고정적으로 대담을 나누던 한 인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에 반응한다. 주일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지만, 그래도 그건 사실이다.”

테러범들의 속셈이 이렇다면 그것을 무력화 시키는 대응방식은 단 한가지이다. 최대한 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공포를 극복해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이런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 때 이스라엘에서는 자살 폭탄테러가 잇달아 발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민들은 테러가 발생해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사방의 적들로부터 오래 공격을 받아온 탓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러범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한편으로는 테러에 철통 대비하면서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과거 부시 정권처럼 국민들의 공포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물론 없을 테지만 말이다. 테러에 대처하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쫄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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