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그만두고 한인노인들 운전수.카운슬러로 제2의 삶
▶ 버겐YWCA서 2000년 FGS로 독립, 한인노인들에 사랑방 제공
일반인들에게 FGS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한인동포회관(KCC)은 뉴저지 한인들의 사랑방이다. 14년전 한인커뮤니티에 몸 던진 마계은 회장의 삶을 들어본다.
▲의사 가운 던지고 한인사회에 풍덩
은행가의 6남매 중 둘째로 1943년 태어난 마계은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했다. 아버지의 ‘우리 계은이는 의사 시켜야지’하는 바램대로 경기여고와 연대의대를 68년 졸업하고 잠시 의사생활을 했다. 1971년 미국으로 와서 브루클린 롱아일랜드칼리지 병원과 메소디스트 병원 내과 수련을 마치고 내과 전문의가 되었고 엘름허스터병원과 록크랜도 주립병원에서 일하면서 아이 셋을 낳아 키웠다. 남편 마동명씨는 NYU재활의학분야에서 40여년간 일할 정도로 부부가 의사로서 남부럽지않게 살았다.
그러다 우연찮게 한인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잘 나가는 의사 가운을 벗고 한인 노인들의 운전수이자 가이드이자 카운슬러로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버겐YWCA 소속의 한인지부 뉴저지 YWCA 이사로 들어간 지 얼마 후 노인대학에 교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원했다. 일주일에 한번 오전에만 하면 된다고 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병원에서 익힌 프로페셔널리즘이 발동했다.“
그래서 마계은은 오전 프로그램후 점심을 한식으로 맛있게 준비하고 식사 후에 그냥 집에 가느니 1~2시간 프로그램도 만들어서 하는 등 일을 벌려나갔고 그 뒷수습을 혼자 져나갔다. 뉴저지의 다소 여유있는 가정에서 심심하게 있던 노인들이 소문 듣고 몰려오면서 프로그램도 늘어났고 워싱턴 벚꽃놀이를 가는 등 규모가 커지면서 마계은은 밴의 운전대도 잡았다. 픽업 전문가로 여기저기 다닌 솜씨는 지금도 KCC에서 명불허전, ‘인간 네비게이터’로 통하며 지름길을 가장 많이 알기로 유명하다. 밴 안에서는 고린도전서 13장(4~7절) ‘사랑은 오래 참고… ‘를 합창하며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점심이 맛없어 보여 김치도 직접 만들었다. 우리집 뒤뜰에서 한국농장 배추를 박스로 사오고 한국산 고춧가루와 젓갈로 김장을 하는데 다들 좋아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지하실에서 조각이불과 퀼트 방석도 만들었다.”한마디로 노인들의 대장으로 2년간 노인대학 교장을 하다보니 뜻이 맞아 늘 함께 모이던 12명의 노인들이 “우리 매일 만나면 안돼?”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 시도 때도 없이 모여 활동하는 노인회원들을 보고 버겐YWCA한인지부는 독립을 시켜야겠다고 이사회에서 의논했고 이후 버겐 YWCA소속의 한인지부인 뉴저지YWCA는 AWCA로, 마계은이 이끄는 회원들은 FGS(Friends of Grace Seniors, Inc)로 각각 독립해 나갔다.
당시 뉴저지 한인사회에서는 한인커뮤니티 센터가 없어 소위 엘리트로서 미국에 자리잡은 한인들이 거의 유대인 커뮤니티센터에 등록하여 운동 하고 강의도 듣는 것을 보았다. ‘이것 너무 약오르다, 10~20년이 걸리더라도 한인들의 구심점이 될 센터가 있어야겠다. 그래 한인동포회관을 세우고 노인아파트도 짓자’는 생각이 든 참이었다.
“당시 병원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일이 더 재미있어 99년 조기은퇴하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엄마의 손이 덜 가고 남편 마동명씨 역시 ‘한인사회에서 번 것은 한인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며 적극 호응해 주었다.그러면 노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얼까,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잘 사는 것이라는 답이 바로 나왔다. ‘그래 그것이 우리의 미션이다’는 판단이 FGS 태동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직접 뉴저지 주청사로 가서 신청서 작성 후 등록하여 3일만에 뚝딱 FGS 승인서를 받아냈고 연방정부에서 받는 자선기관 면세혜택신청도 직접 서류를 만들어 승인받았다. 그때 모인 멤버들은 ‘봉우리회‘로 13년이 지난 지금, 연세들이 많아 더 이상 활동을 못해도 한 달에 한번 함께 모여 밥을 먹을 정도로 끈끈한 정을 이어온다.
▲눈부신 성장
2000년 포트리에서 시작된 FGS는 2003년 5월 클로스터의 패스캑밸리 종합병원 한국메디컬센터 후원으로 1년간 옮겼다가 2004년 9월 잉글우드의 2만 스퀘어피트 대형회관으로 장소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뉴저지 한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커뮤니티 센터의 필요성이 절실하던 터라 한인들이 모여들고 열심히 활동하니 주정부, 버겐카운티, 정부 보조금도 들어왔다. 현재 초창기보다 20배 이상 성장하여 연 100만달러 예산에 미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기관이자 롤 모델로 성장했다.그동안 마계은은 2003년 9월 뉴저지 아시안아메리칸 휴먼 서비스협회로부터 리더십상, 2005년 2월 뉴욕한인회 대상, 2011년 러스베리재단 상 등 상도 많이 받았다.
2004년 잉글우드 소재 회관으로 이전하면서 KCC(Korean Community Center)라는 이름의 사용을 등록하였지만 2년전부터 한인동포회관(KCC, Korean Community Center)을 공식적인 이름으로 쓰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교육과 건강관리, 한인 2세 네트워크 조직 등을 목표로 운영되는 한인동포회관은 생활강좌세미나를 전면 개방하고 사회복지, 자녀교육, 미국 정치와 역사교실, 법, 보험, 세금 등의 교육으로 한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특히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해 매년 1,000여명 한인들에게 혈액검사 등의 각종 건강검진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한인동포회관은 한인사회 관심으로 운영
창립 13주년이 되는 현재 마계은 회장은 아직도 풀타임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고 사무총장 크리스티니 김, 부사무총장 프리스카 리를 위시하여 풀타임 직원9명과 자원봉사자 40~50명이 한몸이 되어 한인동포회관을 이끌어가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잉글우드의 회관 임대 10년 계약이 올해로 끝나 올해안으로 자체회관 건축을 시작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년동안 풀뿌리 모금으로 적립된 약 10만달러가 종잣돈으로 올해 건축모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해서 테너플라이에 최신시설을 갖춘 건물을 지을 예정인데 3월 15일 창립13주년 행사는 건축기금모금만찬으로 열린다.
“주6일 오픈하며 프로그램이 커지고 스탭이 많아졌다. 한달에 2만5,000달러 렌트비 마련도 버거워 자체회관 건립을 계획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해놓고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고 은퇴하려 한다. 한인동포회관이 이만큼 큰 것은 회원들의 정성과 노력 때문이다. 앞으로 더욱 질 높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한인동포회관은 한인사회의 관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마동명·마계은 슬하의 2녀 1남 중 큰딸은 앨러지 전문의사로 맨하탄에서 개업 중이고 둘째딸과 막내아들도 주류사회에서 일하고 있어 가정적 부담이 없다는 마계은 회장은 앞으로의 한인동포회관의 방향을 말한다.
“첫째 건강한 삶이다. 처음의 미션으로 돌아가 재점검한다. 문화교실로 에너지를 주고 운동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앞으로 아트, 도자기 교실은 풀타임으로 더욱 활성화 시키겠다. 둘째 독립성이다. 영어 및 컴퓨터교육, 생활정보, 건강상담 등을 통해 성인과 노인들에게 독립성을 키워 주겠다. 셋째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젊은이들끼리 네트워킹 하고 프로그램 개발도 하는 등 잘 성장하고 있다. KCC의 미래는 다음세대에 있다. 학부모들이 이들을 돕게하고, 우리가 후원하고, 이렇게 거미줄처럼 구조가 잘 짜여진 것이 우리다. 설립때부터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성장해온 것처럼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지기 바란다”
그는 이곳을 이용하는 5세~85세까지의 한인들이 1,000명에서 1만 명 이상으로, 많은 이들이 혜택받고 보람있어하고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또 한인동포회꽌이 주류사회에서 한인들이 존경받는 민족으로 뿌리내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내과의로서 사람들의 몸을 치료하던 마계은은 정신과 영혼까지 치료하는 의사출신 사회봉사자로서 현재 커뮤니티를 치료 중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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