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성격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서구문화는 외향적인 사람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외향적 혹은 내향적 성격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정해진다.
서구문화는 외향성을 선호한다. 홀로 사색을 즐기는 내성적인 성격보다 남과 함께 어울리며 끊임없이 주목을 받으려는 외향적인 성격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이로 인해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스스로를 내성적이라 평가하는 수잔 케인은 그녀의 새로운 저서‘정숙: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지니는 힘’에서“내성적인 사람보다 외향적인 사람에게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내향성의 세계와 그 대척점에 위치한 외향성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케인은“선호와 편애로 물든 사회는 구성원들의 재능과 에너지, 행복을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직장에서도 외향적 구성원을 선호하고 더 높이 평가
“내성적이면 수줍음 많고 외톨이일 것”도 편견에 불과
근래엔 소셜미디어 덕에 성격에 따른 인간관계도 변화
그렇다면 외향적 인간과 내성적 인간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필라델피아의 심리학자 주디스 실스는 “외향적 인간이란 타인에게 에너지를 쏟아 붓고, 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유형의 사람, 다시 말해 자기 밖의 외부세계에 시선을 맞추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실스에 따르면 외향적인 인간은 ‘타인 지향적’이다. 이들은 문제가 생길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방법을 찾는다.
반면 내성적 인간은 그들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의 시선은 외향적 인간과 달리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한다.
인간은 둘 중 하나의 기질을 보유한 채 모태에서 빠져나온다. 외향적, 혹은 내향적 성격은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얻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정해진다는 애기다.
개인의 기질을 판별하는 가장 대중적 방법으로는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 검사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 검사는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 등 네 가지로 분리된 개인의 선호경향을 기본 바탕삼아 구성된다. 선호경향이란 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기 이전에 이미 개인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선천적 심리경향을 뜻한다.
네 가지 선호경향 가운데 자신에게 나타타는 성향을 하나씩 떼어 조합을 만드는 방식으로 총 16개 성격유형이 태어나게 된다. 예컨대 외향형-감각형-감정형-인식형 기질의 소유자라는 식이다. 16개 타입 가운데 절반은 내성적, 나머지 절반은 외향적 기질로 분류된다.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 검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진로 결정 등과 관련해 중요한 단서와 지침을 제공한다.
케인은 내향적인 성격의 이점을 애써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내성적인 사람들은 직장이나 사교적 모임에서 불리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예 외향적인 척 행세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마이어스-브리그스 검사에서 ‘내성적 타입’ 판정을 받은 클레리스 스크라이버(61)는 “진작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늘 생각이 많고, 사람들과 어울린 후에는 ‘회복시간’을 필요로 하며 홀로 하는 일을 즐기는 것으로 미뤄보아 틀림없이 내향적 인간이라고 나름대로 판단했었다는 것.
클레리스는 독서를 좋아하고 “혼자 잘 논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상대하는 전문 상담가인 스크라이버는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고 선불교 수련원의 일일 묵언수행에도 참여한다.
그렇다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와는 거리가 멀다. 스크라이버는 “친구들도 많지만 ‘나 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또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내향성과 수줍음을 혼동한다. 실스는 수줍음이란 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불안과 불편함의 정도라고 정의했다.
수줍음에 대해 장장 30년간 연구해 온 웰슬리 칼리지의 성격심리학 교수 조나단 치크는 “수줍음이 심한 사람 가운데 일부는 사회적 불안을 갖고 있으나 전혀 외향적이 아니고, 내향적인 사람들의 상당수는 수줍어하지 않는다”며 “내향성과 수줍음은 서로 제로관계”라고 밝혔다.
한편 1973년부터 내향성과 외향성을 연구해 온 노스웨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윌리엄 레벨은 사회가 늘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꾸준한 성과를 요구하는 작업이나 장기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에는 내향성이 도움이 된다. 레벨은 일의 성격에 따라 내향적인 사람이 더 잘하는 작업이 있고, 반대로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에게 유리한 업무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 성향과 관련해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의 구성 비율이다.
이에 대해 노터데임 대학의 성격심리학자 데이빗 왓슨은 전체의 70%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중간지점 어디쯤에, 나머지는 양쪽 극단에 각각 15%씩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까지 나온 연구결과는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에 비해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내향적인 사람은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냉담하다. 내향성이 사회적 불안이라든지 우울증 등 특정 형태의 심리적 장애와 연결되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직장에서 외향적으로 처신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린 램피(62)는 “그래도 퇴근 후 집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것과 파티에 참석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아무런 주저 없이 독서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기관의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램피는 자신과 다른 타입의 기질을 ‘연기’하다 보면 피로감이 쌓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외향성 ‘연출’에는 이제 이력이 붙었지만 주말쯤 되면 기진맥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이콥 허시가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내성적인 사람들은 오해를 자주 받는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대인관계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타인들이 속마음을 정확히 헤아리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케인은 소셜 미디어의 광범위한 보급과 확산으로 내향성 인간의 주변 풍경에도 변화가 왔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 비치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자 아론 워무스(33)는 낮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내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고정 자전거타기 클래스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부지런히 행사장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사이트에 열심히 사진을 포스팅하고, 블로그도 운영한다.
그는 “얼핏 보면 대단히 사회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블로그가 아니었다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일들”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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