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교사 볼드윈, 역사 교사 시글, 소설가 보커 등 3명은 동업하기로 합의하고 점포를 냈다. 그리고 11년 후 사업가 하워드 슐츠가 합류했다. 이태리 밀라노를 방문하고 돌아온 슐츠는 “우리 가게에서 커피 원두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커피와 에스프레소 음료도 만들어 판매하자”고 제의했다. 창업주들은 두 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첫째, 음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우리 사업 방침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둘째, 커피는 집에서나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그로부터 5년 후, 창업자들은 사업을 슐츠에게 넘겼고 그는 그것을 세계적인 기업 스타벅스로 성장시켰다. 당시 상황을 슐츠는 이렇게 서술했다. “창업자들이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 객관적으로 현실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다.”
부모에게도 창업자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현실적, 객관적으로 자녀를 판단하기 보다 주관적인 감정이 앞서는 것이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출발점은 바로“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라고 여기는 것에 있다. 세상 모든 부모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모든 아이가 특별하다면 아무도 특별한 아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특별한 것과 특이한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어원적으로 특별(special)은 보통보다 조금 낫다라는 뜻으로써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다. 반면 특이(unique)한 것은 오직 하나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아카데미 수상식에 참여하는 여배우들은 신경을 써서 옷을 차려 입고 나선다.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의상이다. 하지만 군중과 미디어는 그 중에서도 특이한 옷을 입고 등장하는 여배우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 조금씩 특이하다. 서로가 다른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지사다. 그렇지만 표준화ㆍ규격화ㆍ단일화를 추구하는 대량생산, 모든 이가 동일한 물건을 사용하는 대중 소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표준화는 심층화되었고 학교는 그것을 가속화시켰다. 그 결과 개인이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의미를 상실했다. 여름 방학은 그것을 역류시키는 기간이다. 슐츠가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을 통해“커피는 집에서나 마시는 것”이라는 화석화된 주변 생각에서 벗어난 것처럼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라는 생각을 무너뜨리는 기간이다.
일등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졸업자 대표연설을 한 자녀를 두었다고 가정하자. 부모에게 그 학생은 분명코 특별하다. 그렇지만 눈을 돌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그와 똑같은 성취를 해낸 학생이 미국에만 적어도 3만5,000명이나 더 있다. 가정과 동네 소극장에서는 소중하고 특별하겠지만 전국과 글로벌 무대에서는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네가 특별하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지?” “엄마가 그랬어요.”자신만이 특별하다는 세뇌교육과 자아기만에서 빠져있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추세다. 그런 학생일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하다. 나아가 “나는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라는 안하무인식 태도를 갖는다. 헬리콥터 부모, 그리고 제설 작업차 부모(자녀의 앞길을 막는 모든 어려움을 치워주는)가 빚어낸 자녀교육은 웃지 못할 결과를 가져왔다. 부모는 “시어머니보다 아들이 더 무섭다”며 자녀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고,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는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해낼까”라는 걱정보다 “엄마가 해주는 콩나물 국밥이 그리울 것 같아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가고 싶다”며 무사안일을 택한다.
특별을 고집하기 보다 특이한 경험을 얻게 하는 기간이 여름방학이다. 자녀가 특별한 존재라는 존재방식에 집착하기 보다 그 존재의미에 관심을 둘 때 자녀가 지닌 특이한 점을 찾아내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특이한 점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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