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섯 자녀를 입양한 김기철ㆍ영란씨 부부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정민(둘째), 진영(셋째), 상훈(다섯째), 어머니 김영란씨, 재호(막내), 아버지 김기철씨, 성근(넷째), 한나(장녀). <장지훈 기자>
<글 싣는 순서>
1. ‘가슴으로 낳은’ 여섯 자녀
2. 한인사회 입양 실태와 현황
3. 입양 방법과 절차는
과거 수십년간 한국은 ‘고아 수출국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과 유럽 등의 백인 가정에 입양된 후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입양아 출신 한인들의 뿌리찾기 노력이 종종 뉴스가 되곤 했다. 아직도 한인사회에서는 ‘가슴으로 낳은 자녀들’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지만, 최근 한인 아이들을 입양해 같은 한민족으로서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본보는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입양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한인들을 소개하고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리버사이드 1.5세 김기철·영란 부부
15년간 한국서 6명 입양, 한 가족으로
“입양은 인생에 대한 꿈도 꾸지 못한 한 아이에게 꿈, 사랑, 소망을 심어주는 일이에요. 6명밖에 하지 못해 후회스러울 뿐이죠”
리버사이드 카운티 페리스에 사는 한인 1.5세 김기철(53)ㆍ김영란(53)씨 부부는 지난 15년간 한국에서 무려 6명의 고아들을 가슴으로 품었다. 김씨 부부는 지난 1997년 장녀 한나(19)양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까지 정민(17)양, 진영(16)양, 성근(13)군, 상훈(11)군, 재호(8)군을 한꺼번에 입양했다. 아이들은 모두 경남 김해 ‘방주원’에서 입양됐다.
국방산업체 ‘노드롭’ 소속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엔지니어인 김기철씨는 “젊었을 때부터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우리에게 큰 축복이다. 솔직히 우리 부부가 아이들로부터 받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칼스테이트 롱비치 대학 출신인 김씨 부부는 지난 1984년 결혼 후 13년간 아이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별다른 건강의 문제가 없었다. 김기철씨는 부모님 등 주위의 권유와 당시가 입양을 하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에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김영란씨는 “남편의 말에 처음에는 반대했다”며 “하지만 당시 고아원 관련 방송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은 입양하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 명을 입양할 때마다 2만~3만달러가 소요되는 데다 6명의 양육비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쓴 입양 비용만 약 20만달러. 정민양, 성근군, 재호군을 입양할 때에는 집을 담보로 재융자까지 받았다. 그동안 세리토스에 거주했으나 모기지 페이먼트를 줄이기 위해 3주 전 페리스 지역으로 이주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입양을 하는 이유를 묻자 김기철씨는 “6명밖에 입양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후회스럽다”며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꾸는 일이다. 인생에 대한 꿈도 꾸지 못할 한 아이에게 소망과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일이기에 돈이 중요하지 않다. 재정적 능력만 된다면 12명을 품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 대부분 5~7세에 입양됐다. 신생아들과는 달리 모두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진영양과 상훈군은 다른 한인 부모에게 입양됐다 10세 때 김씨 부부에게 ‘피양’됐다. 진영양과 상훈군은 김씨 부부에게 입양된 후 적응하기 시작, 지금은 가장 표정이 밝은 아이들이 됐다.
영란씨는 “큰 아이들이라 적응기간이 평균 2~3년 걸린다”며 “처음엔 적응을 못해 우리 말을 잘 듣는다. 후에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면 적응됐다는 증거다. 그만큼 우리를 친엄마, 아빠로 생각할 만큼 편해졌기에 그런 것이다. 흐뭇하다”고 말한다.
아이들 모두 유창한 이중언어 구사자에다 학업 능력도 뛰어나다. 12학년인 장녀 한나양은 유명 약대인 퍼시픽 대를 비롯, 샌프란시스코대와 페퍼다인대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상태다.
이들의 하루는 새벽 4시 기상, 라팔마 소재 지혜선교교회에서 새벽예배로 시작돼 9시면 취침에 들어간다. 김기철씨는 아이들의 라이드를 위해 얼마 전 12인승 밴을 구입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엄마, 아빠처럼 다른 아이들을 입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김씨 부부가 부모이자 정신적 지주다.
한나양은 “아빠가 몇년 전에 바이얼린을 사주기 위해 아빠가 아끼시던 차를 파셨을 정도로 우리에게 헌신적”이라며 “나도 엄마, 아빠 같은 분들이 되고 싶다. 약사가 돼 아이들을 많이 입양할 것”고 말했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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