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외조각품 ‘공중 부양된…’ 영구설치 프로젝트 화제
340톤의 돌을 LA까지 수송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철제 차량이 9일 동안 밤에만 움직이게 된다. 이 운송 프로젝트는 한진이 후원하고 있다. / 리버사이드 채석장에서 발견된 화강암 덩어리. 마이클 하이저는‘공중부양된 덩어리’의 아이디어를 1968년부터 갖고 있었으나 최근에야 맞는 돌을 찾았다고 한다.
무게 340톤, 높이 21.5피트… 예산만 1천만달러
106마일 떨어진 리버사이드 채석장서 옮겨와
특수차량이 9일간 밤에만 운송… 한진서 후원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무게 340톤, 높이 21.5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를 야외조각품으로 영구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공중부양된 덩어리’(Levitated Mass)란 제목의 이 화강암 바위는 아티스트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대형 작품으로, 현재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스톤 밸리 채석장에서 덩어리째 파이고 들어 올려져 LA의 라크마까지 옮겨오는 106마일의 운송 대작전이 한창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프로젝트의 운송을‘한진’이 후원하고 있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공중부양된 덩어리’의 원래 일정은 올해 8월 설치가 완료돼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체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 이달 말에야 겨우 채석장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돌덩이를 옮겨오는 일 자체가 어찌나 대단한지 LA타임스는 최근 그 모든 과정을 사진과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하는 특집기사를 보도하고, 이 정도 크기와 무게의 돌을 움직이는 일은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피라미드를 짓던 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자들도 인간이 이렇게 큰 돌을 움직인 것은 신석기 시대의 거석문명 이후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에머트 인터내셔널은 핵 발전기도 옮긴 적이 있고 19세기 저택도 통째로 옮긴 경험이 있지만 이처럼 무거운 바위덩어리를 들어 옮기는 작업은 처음이라며 무엇보다 운송 이전의 준비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전한다. 땅 속으로 456피트의 구멍을 낸 다음 바위 밑으로 대형 빔을 끼워 넣고 이를 294피트나 되는 모듈러에 안착시키느라 각종 공학과 지질학과 운송장비들이 총동원돼 밤낮없이 작업 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명과 공학기술이 고대보다 훨씬 발달한 현대에도 거석의 운반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들이 포진해 있다. 우선 파라오와 거석문화 시대에는 수많은 시와 카운티로 나눠진 수많은 관료기관들이 없었고, 엄청나게 복잡한 도로사정과 신호등들도 없었다.
돌이 지나게 되는 100여개의 시, 3개 카운티, 주 당국으로부터 퍼밋을 받아야 하는데 공무원들과의 끝없는 협상을 거쳐 퍼밋을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또 120만파운드의 수송차량을 견디려면 어떤 길과 다리가 튼튼한지도 점검해야 하는데, 이 중 한 곳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거나 도로가 약해 상황이 바뀌면 루트를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고 또다시 스케줄 짜기, 시험운전, 퍼밋 받기 등 그 모든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돌을 특수 제작된 철제 캐리어에 얹으면 600마력의 트랙터 2대가 하나는 앞에서 끌고 하나는 뒤에서 밀며 움직이게 된다. 이 캐리어는 바퀴가 8개씩 달린 여러 대의 돌리들이 리모트 컨트롤로 움직이며 떠받치고 있고, 그렇게 길이가 긴 운송차량을 회전하려면 전체 도로를 점거하는 일은 필수여서 밤에만 도로를 봉쇄한 후 전진해 가게 된다. 시속 7마일로 움직이기 때문에 총 9일이 걸리는데 낮에 쉴 때는 길 한가운데 세워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 역시 수많은 퍼밋이 필요하다.
루트를 보면 리버사이드의 글렌 아본에서 출발해 온타리오, 치노힐스, 로랜하이츠, 위티어, 놀웍, 부에나팍, 레익우드, 롱비치, 카슨, 가디나, 헌팅턴팍을 지나 윌셔 가의 라크마에 도착하게 된다. 그동안 지나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신호등과 전선 등의 장애물은 해당지역의 관계자들이 일일이 철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라크마는 운송부터 설치까지 전체 예산만 1,0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일에 동원된 수많은 관계자들은 대단히 흥분된 표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런 일은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축복’이라는 것이다. 채석장 주인은 광고가 돼서 좋다고 하고 운송회사는 프로젝트가 창출한 수많은 일자리가 경제를 돕는다고 희색이 만면이다. 채석장에는 벌써부터 언제 출발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전화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예술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던 사람들이지만 거대한 아트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 되는 경험에 흥분해 있다.
돌덩어리가 떠나는 날 채석장에서는 300명이 참석하는 큰 바비큐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벌써 기념품용 티셔츠도 준비돼 있다. 거기에는 이런 글자가 써 있다고 한다.
“큰… 바위가… 움직인다!”(Bi… Roc… Move!) 혹시라도 밤에 수많은 전구가 반짝이는 어마어마한 수송차를 보게 되거든 손이라도 한번 흔들어주기를!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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