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란 주말 2차 종전 담판 가능성
▶ 네타냐후 설득 이·레바논 ‘열흘 휴전’
▶ “지하 묻힌 핵먼지 넘긴다는 데 동의”
▶ 트럼프 협상 타결 의지, 공은 이란에 분쟁 재발 방지할 ‘임시 합의’ 전망도
한 차례 결렬됐던 미국과 이란 간 종전(終戰) 담판이 이르면 이번 주말 재개된다. 전쟁이 절실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양보시키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협상 타결 의지를 보이면서다.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이란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대면 회담이 “이번 주말쯤”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7일 2주간 휴전에 합의한 미국과 이란은 11,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양측 간 휴전은 21일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도출을 낙관했다. 자국의 요구 대부분을 이란이 수용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우리는 그들이 20년 넘게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강력한 약속을 받아 냈다“며 "20년이라는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지난해 6월) B-2 폭격기로 공격한 뒤 지하 깊숙이 묻혀 있는 핵 먼지(nuclear dust)를 우리한테 넘긴다는 데 그들이 동의했다”고도 했다. 핵 먼지는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60%) 우라늄 약 440㎏을 말한다.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협상 장소로 유력한 이슬라마바드로 “(자신이) 직접 갈 것”이라는 말도 했다.
치솟는 물가와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은 임기 후반 의회 구도를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유가와 물가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될 것”이라는 그의 여론 무마성 발언이 방증한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걸프(페르시아만) 국가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이 전쟁을 간절히 끝내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더 절충을 받아들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돼 바로 발효된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열흘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의지가 거둔 결실이다. 레바논 전선 휴전은 이란이 미국에 강하게 요구한 종전 조건 중 하나였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계속 싸워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제기된 세 건의 부패 혐의 재판을 미룰 수 있고, 정권을 빼앗기지도 않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대(對)이란 전쟁으로 끌어들여 트럼프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린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진단했다.
폭격을 멈춘 미국과 이란 사이에 남은 싸움은 이제 ‘치킨 게임’ 양상이 된 호르무즈해협 봉쇄전(戰)이다. 시작은 이란이었다. 개전 직후 세계 원유·천연가스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병목을 틀어막아 국제 유가와 미국 내 기름값을 끌어올렸다. 공습으로 경색을 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은 협상 결렬을 빌미 삼아 이란 항구 왕래 선박 봉쇄로 맞불을 놨다.
마침 폭격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재생산에 시간이 걸리는 미사일을 그렇게 마구 써 대다가 중국은 어떻게 상대하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고육책 카드의 효과에 만족하는 눈치다.
해상 봉쇄는 이란의 핵심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보다 봉쇄가 더 강력하다”고 했다. 댄 케인 미군 합동참모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를 전 세계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편에도 막대한 비용과 병력·자원 소모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공은 사실상 이란에 넘어간 형국이다.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변화에 주목했다. 이란이 영원히 우라늄을 농축할 수 없을 것이라는 구체적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보 여지로 해석됐다. 이란을 방문한 중재자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요구가 수용된 만큼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게 좋겠다는 타협안을 이란에 제시했다고 FT가 두 명의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포괄적인 평화 합의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대신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해 2주 휴전 만료 전 임시 합의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양측이 호르무즈해협 관리 방법을 포함해 일부 이견을 좁히기 시작했다”며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행 확대를 조건으로 미국이 이란 자금 일부를 동결 해제하는 내용의 임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란의 한 소식통은 “이란이 모든 고농축 우라늄을 해외로 보낼 준비가 돼 있진 않지만 일부를 제3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라며 “미국과 임시 합의가 체결될 경우 양측이 전문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참여를 전제로 최종 합의안을 협상하는 데 60일의 시간을 갖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권경성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