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 "줄서서 한국어 신청 진풍경" = ‘와인의 고장’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프랑수아-마장디 공립고교에서는 한국어가 지난달 시작된 2011-2012학년도의 정규 교과과목으로 채택됐다.
프랑스에선 처음으로 소르본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지 55년 만에 정규 과목으로 진입한 것이다.
프랑수아-마장디고교는 보르도의 명문 외국어 특성화학교로, 이 학교에 개설된 한국어 과목에는 1학년생 20명이 일주일에 3시간씩 수업을 받고 있다.
파리의 유명 공립인 빅토르-뒤리 고교도 이번 학년도부터 한국어 과목을 정규 강좌로 개설, 최근 수업을 시작했다.
이 강좌는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한국어를 제3외국어로 응시하려는 파리 시내 고교생들을 위한 학교 간 연합 강좌이다.
지난 6월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케이팝 가수’들의 파리 공연이 성공을 거둔 이후 프랑스 내에서 한국어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주불 한국문화원에 개설된 한국어 강좌는 새벽부터 수강신청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5일 작년보다 인원을 110명 늘려 총 450명의 수강 신청을 받았으나 정원 초과로 100여명은 되돌려보내야 했다.
한글관련 행사들도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영한국문화원은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언어 박람회인 `랭귀지쇼 2011’에 한글관을 운영한다.
이 자리에서는 한글의 역사, 한글 형성 과정 등을 알기 쉽게 체험해 볼 기회가 제공된다.
문화원 측은 "케이팝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10대 학생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아무런 뜻도 모르고 따라 하는 케이팝 가사의 의미 등을 알려주면서 케이팝과 한글, 한국어 교육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오는 24∼27일 두바이 술탄문화재단 주관으로 열리는 ‘한국문화주간’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시 10편과 근대소설 3편이 아랍어 번역본과 함께 책자로 배포될 예정이다.
또 이집트 명문 아인샴스대가 지난 2005년 한국어과를 개설한 뒤 매년 개최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는 요르단과 튀니지, 모로코 등 주변 국가의 학생들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대회에 참가하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아인샴스대 외에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은 계속 늘어나 현재는 헬완대학교와 알렉스 호텔관광 고등교육원, 룩소르 호텔관광 고등교육원, 포트사이드 청소년센터 등에서도 한국어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미주 "정규과목 속속 채택" = 미주지역 역시 ‘열풍’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동북부 내륙지역에 있는 샌라몬 교육구 내 도허티밸리고교가 한국어를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 이번 학기부터 2개 반을 신설, 운영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샐리나스 지역의 존 E.슈타인벡 초등학교는 방과 후 한국어를 일주일에 3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뉴저지주 리치필드고교가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반을 개설해 4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는 등 정규과목으로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학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어과목을 채택한 공립학교는 지난해 10곳이 늘어 모두 60곳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만 팰마 고교와 윈드미어랜치, 게리랜치 중학교 등에서 한국어 채택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한국어 3개 반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로웰 고교는 최근 지원자가 많아짐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어반을 하나 더 늘리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국 각지에 한국계 공립학교 학부모들과 한국어 교육전문가, 현지 파견 정부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추진위원회’가 잇따라 발족, 활동 중이다.
로스앤젤레스(LA) 한국문화원이 개설 중인 세종학당의 경우 지난달 20일 시작된 가을학기에 418명이 수강 신청을 했다. 이는 1995년 문은 연 이래 단일 학기 최다 수강생이다.
문화원 한국어 교실 담당 노승환 씨는 "케이팝과 드라마를 통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노래 가사와 드라마 대사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남미는 특히 볼리비아의 한글 교육이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남미 볼리비아에서도 한글 표기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찌아찌아족 사례에 착안해 주볼리비아 한국대사관 측이 볼리비아 정부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부족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하는 볼리비아 아이마라 원주민 공동체는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상황.
대사관은 지난해 7월부터 수도 라파스에서 아이마라 원주민들에게 한글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수업은 학생반과 성인반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 1시간씩 진행되며, 과정별로 20여 명씩 참석하고 있다. 대사관 측이 직접 교재를 만들고 강의까지 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대한 반응은 매우 우호적이다. 아이마라 원주민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교장관 등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인근 마을은 물론 페루에서까지 강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볼리비아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한글 교육 전문기관이 나서서 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면 ‘한글의 세계화’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한류 팬클럽의 활동이 눈에 띄는 멕시코에서는 수도 멕시코시티 한글학교를 중심으로 멕시코 전역에서 9개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한글학교 수업은 일반적으로 주말에 열리고 있으나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는 현지인 가족을 넘어 순수 한류 팬들이 수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주중에도 한글수업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달 29일에는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서 ‘한글을 꽤 한다’는 현지 학생들이 한데 모이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처음 열린다.
중남미에는 현재 18개국에서 70개에 가까운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수교국가지만 이민 역사가 100년에 가까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도 한글학교 1곳이 운영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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