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요기획 / Success Story
▶ 아시아계 최대 법무법인 ‘리, 홍, 데거만, 강 & 웨이미’
그들은 법전(法典)으로 무장된 기술자요, 현장 노무자들이며 변호사들이다. 소송에 대비해 고객인 기아자동차 공장에 변호사를 보내 자동차의 부품에서부터 생산, 출고, 판매, 애프터서비스까지 자동차가 공장에서 생산돼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한다. 제품을 완벽하게 알기 위해서다. 이것이 바로 자동차와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도저히 그들을 이길 수 없는 이유다. 지난 3월1일 설립 20주년을 맞은 법무법인 ‘리, 홍, 데거만, 강 & 웨이미’.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미 법률업계에서 아시아계 최대 법무법인으로 우뚝 서게 된 비결이다.
조나단 강(왼쪽부터), 사이몬 홍, 앤드류 이 변호사는 꿈과 비전, 팀웍, 실력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의 아시아계 법무법인으로 성장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박상혁 기자)
버클리 학부동기 사이몬 홍-앤드류 이씨 의기투합
한국계 기업 납품소송 2년 매달려 승소 명성
조나단 강씨 가세, 각 분야 40여 전문 변호사 포진
■개업 후 앞이 캄캄
사이몬 홍 변호사
봄볕이 유난히 따스했던 1982년 봄, UC버클리 기숙사 허름한 룸에서 사이몬 홍(51)과 앤드류 이(50)는 각각 고등학교와 초등학교 때 이민을 왔고, 나름대로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있으며, 공부께나 하는 놈이라는 것을 서로 눈치 챘다. 정신없이 대학생활을 마친 두 사람은 사이몬 홍이 조지타운 법대로, 앤드류 이가 USC 법대를 가면서 헤어졌다.
이들은 학창시절 변호사가 돼서 다시 만나자는 기억을 떠올리며 한인타운에 ‘리 & 홍’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1991년 둘이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지 꼭 10년만이었다.
변호사 사무실 문은 열었지만 앞이 캄캄했다. 찾아오는 사람만을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학시절 둘이서 밤새워 토론했던 한국을 생각했습니다” 둘은 한국 대기업을 무턱대고 찾았다. 자동차 회사 직원의 이민신청을 대신해 주고 한국계 은행의 서류작성을 해주면서 건당 100달러도 안 되는 수임료를 받았다. “개업 1년간 크레딧카드 빚만 늘어났습니다. 변호사로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유혹이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 정도야 하고 버텼지요”
그러던 어느 날 결국 하나가 터지고 말았다. 91년 5월께 미국에 진출한 한국의 H상사가 한 회사에 철강을 납품했는데 이 회사가 이런 저런 핑계로 800만달러의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상사가 도산할 위기에 놓였다.
그들은 단순소송에 그치지 않고 이 회사의 모회사까지 함께 소송하면서 죽을힘을 다해 매달렸다. 2년여 만에 승소하는 개가를 올렸고 소문은 한국기업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자청해서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고 두 변호사는 “아시아계 최대의 법무법인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하면서 더욱 열과 성을 다했다.
■전문성 높여 승부
앤드류 이 변호사
1990년대 후반에는 변호사가 9명으로 늘어나면서 모양새를 갖춰갔다.
2000년 교회 친구인 UCLA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로욜라 법대를 나온 조나단 강 변호사가 합류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고 휴즈항공사에서 엔지니어 경험이 있는 강 변호사는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기업의 특허출원과 분쟁, 라이선싱 등이 전문인 강 변호사의 영입으로 2001년 ‘리 & 홍’의 업무분야가 다양화되면서 변호사는 20명까지 늘어나고 법무법인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사이몬 홍 변호사는 은행, 앤드류 이 변호사는 기업, 조나단 강 변호사는 지적재산권을 전담하면서 전문성을 높였으며 수임료에 앞서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서비스의 질을 계속 향상시켰다. 홍 변호사는 “세 명의 파트너가 서로 전문분야를 정하고 상호 보완하면서 팀웍으로 움직였던 것이 오늘의 성장을 가져온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특허출원 등록은 연 500여건으로 미국 내 법무법인 가운데 50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부터 은행, 기업의 특허, 라이선싱 등 종합 법무법인으로서의 면모가 갖춰졌다.
종합 법무법인이 되면서 고객들의 주문도 늘어났고 취급 분야도 다양해져 지금은 금융에서부터 기업자문, 소송, 제조물 책임, 지적재산권, 노동관련 분쟁, 보험, 수출, 부동산, 기업자문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하게 됐으며 현재 40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그들의 성장비결은 실력이다.
실력을 위해서는 어느 분야건 최고 수준의 변호사를 영입하는 것이 그들의 신조다. 이수주, 닛산, 혼다 자동차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해 온 자동차 전문 변호사 스티브 웨이미 변호사를 영입,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회사의 자문을 맡게 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홍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 변호사는 “고객으로부터 우선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나 은행을 많이 맡게 된 데는 실력 외에 1.5세로서 이중언어가 가능하고 한국의 기업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한 이유다.
“고객의 사정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고객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변호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는 홍 변호사는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와 미국 법문화를 모두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리, 홍, 데거만, 강 & 웨이미’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분야는 한국 대형 전자업체를 위해 10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전담 법무팀을 구성한 것. 이들은 경쟁사들의 유사제품 생산 등 특허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법률해석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로 감사하고 양보
조나단 강 변호사
어릴 적 순수했던 친구 세 명이 오늘날 미국에서도 주목받는 법무법인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그들만의 순수한 우정이 밑거름이 됐다.
조나단 강 변호사는 “나이가 들면서 고집이 생길만도 한데 이 친구들은 그런 것이 없어요. 서로 감사하고 양보하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가져왔던 꿈과 비전, 팀웍, 실력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의 아시아계 법무법인으로 성장이 가능했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그들은 유능한 2세들이 ‘리, 홍, 데거만, 강 & 웨이미’에 입사를 원할 때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동안 수차례 유명한 대형 법무법인들의 M&A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민사에 길이 남을 ‘코리안 아메리칸 로펌’으로의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다.
바쁜 업무 중에서도 교회 내 무료 법률서비스, 사회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한인과 한국인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결국 우리의 뿌리는 한인인 만큼 한인사회를 돕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 기업들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LG전자, 한국산업은행,신한은행, 외환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동부철강, 동국제강, KBS, 한일개발.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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