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국을 멜팅 팟(Melting Pot:여러 가지가 녹아있는 냄비)이라 불렀다. 그 이유는 미국에 이민 온 이민자들의 문화나 언어가 미국이란 아주 큰그릇에 담겨 녹아버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국을 멜팅팟이라 하지 않고 샐러드 보울(Salad Bowl)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아 졌다. 왜냐하면 미국문화는 여러 문화가 녹아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사는 여러 민족의 문화가 한 곳에 모여 각각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며 한 자리에 미국이란 문화를 구성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은 뉴욕의 심장부 맨하탄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 포트리에 인접하고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아일랜드계와 이태리계의 텃밭인 이 곳에 한인들이 10여 년 전부터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 때만해도 미 전역의 많은 도시들처럼 팰리세이즈 팍의 다운타운도 죽어가고 있었다. 빈 가게들도 많았다. 한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피 땀흘려 이 피폐한 땅 브로드 애비뉴를 아메리칸 드림으로 가꾸어 왔다.
하지만 한인들은 이곳에 먼저와 정착한 이민자들이 침입자로 몰아 냉대하는 선점 의식의 장애에 부닥쳐야 했다. 그 후 한인들은 오랫동안 ‘인종차별’에 시달렸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지역 행정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끝내는 1999년 11월 3,000여 한인들은 팰리세이즈 팍 행정부(파버 시장)의 ‘인종차별 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 당시 이민문제를 다루는 ABC-TV의 시사프로 ‘나이트라인’ 앵커 크리스 윌러스는 “미국은 이민을 환영하며 이민이야말로 우리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가능한 빨리 미국인이 되고 미국인처럼 말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못할 때 토박이와 새 이민자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며 미 주류의 이민관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 토박이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멜팅 팟(Melting Pot) 개념만을 언급했을 뿐, 그 과정에는 태산과 같은 오해와 갈등 그리고 시행착오 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1999년 11월 23일 정오. 인종차별 철폐 평화시위 때 ‘한인 모독 말라’는 분노의 외침을 지켜보던 팰리세이즈 팍 샌디 파버시장은 이 동네 상인과 주민들은 별로 없다는 등 비아냥거림으로 한인 등 시위 참가자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미국동화만을 고집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미국 이민사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지역 한인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에 대한 재연을 단지 이방인의 침입으로 몰아 부치는 우를 범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흐른 2001년 11월, 샌디 파버 시장은 지역 한인사회를 비방하는 홍보물을 주민들에게 발송하여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파버 시장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주민에게 보낸 홍보물에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 타운정부를 장악하고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서한을 통해 지난 99년 11월 인종차별 철폐 평화시위를 한인 수백 명이 몰려와 북을 치고 구호를 외치며 타운 정부를 장악하려 했던 첫 번째 시도였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파버 시장은 ‘할 말 했을 뿐 잘못한 것 없다’며 한인사회에 대한 공개사과 마저도 거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구 시대적 발상으로 멜팅팟이란 개념에 사로잡힌 파버 시장이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악수를 두고 있는데도, 한인사회의 대응은 오히려 미비하다.
파버 시장의 망언과 관련 한인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빗 정 후보가 형사처벌 주장 등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응징 조치가 취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한인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특유의 성실, 근면한 자세로 팰리세이즈 팍 브로드 애비뉴를 아메리칸 드림으로 가꿔왔다. 하지만 미국사회에 대한 공헌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이방인으로의 거부반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인들은 움츠려들지 말고 한인 특유의 매운 맛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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