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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해 보이는 것은…

입력일자: 2009-09-28 (월)  
미국 대통령에게 누구든지 ‘노우’(no)라고 말한다. 국제외교무대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번번이 미국의 요청을 묵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사우디 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제의했다. 그 권고는 그러나 면전에서 거부됐다. 힐러리가 재차 나섰다.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랍권의 오랜 미국의 우방이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가 두 번이나 오바마에게 ‘노우’라고 한 것이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권고를 무시한다. 팔레스타인도 그렇다. 이란은 말할 것도 없다. 러시아에서, 또 중국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는 ‘노우’다.

왜 오바마는 사방에서 ‘노우’ 소리를 듣게 됐나. 한 이스라엘의 논객은 그 답을 이런 식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허약해진 미국 경제는 오바마를 허약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그의 말이 도무지 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노우’ 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왜. 역시 경제 때문이다.
의료보험개혁에 ‘올인’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래서 의보개혁이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 오바마 민주당 정권의 입지는 한 층 탄탄해질까. 역사적으로는 분명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 현실에서는 별 기대를 걸 수 없다. 많은 관측통들의 지적으로,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업률은 전국적으로 10%선을 넘어 기록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계절을 맞아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 베니핏이 감축된 근로자들, 직장을 못 찾는 젊은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이들이 특히 주시하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노감이다. 미국인 대다수가 현 정부에 화가 나 있다. 한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6%가, 또 민주당원 중에서도 44%가 현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왜 분노가 만연하고 있나. 불공평한 경제다. 그 시스템 하에서 파워 집단은 계속 승승장구다. 열심히 일해 온 보통 사람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그 시스템, 그 경제정책이 가져다 준 박탈감이 분노로 변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로비스트 천국이 된 워싱턴. 5조에서 23조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 그도 모자라 늘어만 가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정적자. 그러나 나빠지고만 있는 경제사정. 그 앞에서 보통의 미국사람들은 무력감만 느낀다. 그러다가 그 좌절감이 점차 분노로 뭉쳐지고 있는 것이다.

의보개혁도 아니다. 인종주의는 더더구나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도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민주대 공화의 대결구도도 아니다. 이슈는 경제로, 2010년 중간선거는 현 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파워집단과 보통사람들의 대결구도가 될 것이다.

티파티 미팅에서 나오는 불만을 처음에는 의보개혁을 무조건 반대하는 극우파의 목소리인줄 알았다. 타운 홀 형식의 설득작업에서 맞닥뜨리게 된 것은 그러나 보다 깊은 보통 미국인들의 분노의 목소리였다.

그 만연한 분노를 확인하면서 내려진 결론으로, 2010년 중간선거는 또 한 차례 정치적 대반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 시그널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그 하나가 오는 11월에 있을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 주지사선거 기상도다.

큰 선거가 없는 해(off-year)의 주지사선거는 일종의 정치풍향계 역할을 한다. 이 두 주는 지난 대선에서 모두 오바마가 승리한 주다. 여론조사결과는 그러나 두 주에서 모두 공화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왜 보통의 미국인들이 박탈감속에 분노하고 있나. 다른 측면도 있다고 본다. 리더십부재가 그 원인이라는. 경제가 말이 아니다. 시스템이 녹슬었다. 그 적절한 해결책을 미국의 리더십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리더십의 정점은 다름 아닌 대통령이다. 그 대통령에게서 뭔가 2% 부족한 게 느껴진다. 호감을 주는 인상이다. 스마트하다. 정치적 수사가 여간 화려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런데 뭔가 빠진 것 같다. 뭘까 그것은. 아마 확고한 의지력이 아닐까.

그 미국의 대통령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든지 ‘노우’라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

의보개혁이 걸려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허약해진 미국을 넘보고 테러집단이, 극단주의세력이 꿈틀댄다. 이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게 뭘까. 대통령의 강철 같은 의지력이다.

‘노우’ 소리만 듣는 미국의 대통령- 이는 미국의, 또 세계의 불행이 될 수 있어 하는 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